여우와 늑대는 아주 각별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여우가 양을 데려다주면 늑대는 여우에게 양가죽을 주었다.
늑대는 편안하게 배불려주는 여우를 좋아했고, 여우는 덩치 큰 늑대에게 기댈 수 있어서 좋아했다.

그러나 늑대와 달리, 여우는 늑대에게 섭섭했다.
매번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양떼들 속으로 들어가 갖가지 거짓말로 어린 양을 꾀어내 데려다 주는데 늑대로부터 나눠받는 것이 적었다.
똑같이 배분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면 늑대는 은혜를 모르는 자라며 노려보았다.

머리꼭지가 돈 날, 여우는 하소연할 친구가 없어 하이에나를 찾아갔다.
일이 필요하거든 언제든 찾아오라며 눈웃음을 치던 하이에나였다.
“거짓말만 시키는 자와 갈라서지 않는 한 네 형편은 펴지지 않을 거야. 거짓말 하면 난 혀에 가시가 돋던데. 왜 달리 살 생각을 안 하니?”
하이에나가 어깨를 으쓱대며 충고했다.

여우는 달리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언지 알려달라고 하이에나한테 졸랐다.
“이따 밤에 뒷산 언덕으로 와. 그때 알려줄게.”
하이에나가 매우 상냥했다.
신바람이 난 여우는 해가 지기도 전에 약속장소로 뛰어가 기다렸다.
하이에나의 일이란 시체장사였다. 여우가 눈을 치켜뜨고 몇 발짝 물러섰다.
“양심상 할 수 없는 일이야.”
“양심을 입에 걸고 사는 것들은 쫄쫄 배고플 수밖에.”
눈꼬리를 위로 세운 하이에나가 흥흥 코웃음을 웃었다.

잠시 고민하던 여우가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이에나는 자신의 일을 거든다면 몫을 7/3으로 나눌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건 너무 불공평해.”
“내키지 않거든 관둬. 네가 아니라도 줄을 서니까.”
하이에나가 단번에 잘랐다.

여우는 허리가 휘도록 무덤들을 파헤쳤다.
다음날 아침, 하이에나는 여우가 판 시체들을 독수리한테 넘겼고,
여우한테는 약속한 대가를 나눠주고 덤까지 얹어주었다.
당장, 여우는 늑대를 등지고 하이에나와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얼마 못가 여우의 발톱이 닳아빠졌다.
발톱이 아픈 여우는 무덤을 파헤치지 못하고 낑낑거렸다.
밤새도록 무덤 한 개 파는 게 고작이었다.
하이에나가 구덩이를 잘 파는 적임자를 찾았다며 여우를 발로 걷어찼다.

한정선 작가

한정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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