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표창원 고소, 국민 협박하는 공권력의 ‘폭력’

박원순 시장과 <피디수첩>에 이어 표 전 교수 고발 ‘억압의 권력남용’ 고상만l승인2013.02.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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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에 재갈 물려 침묵 강요하는 한 국민적 지지 받지 못할 것

국가정보원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고소했다. 지난달 23일 국정원 감찰실장 명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제출된 고소장에 의하면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비판하면서 표 전 교수가 ‘국정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표 전 교수가 국정원을 비판하면서 "무능하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러한 표현이 국가기관인 국정원의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는 취지이다.

처음 이 사실을 접하고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 기사를 통해 ‘이 믿을 수 없는 사실이 진실’임을 확인한 순간 내가 느낀 첫 번째 감정은 ‘분노’였다. 생각해봤다. 적어도 내가 아는 국정원의 사람들은 ‘바보들의 집단’이 아니다. 표 전 교수를 고소한 국정원의 감찰실장 역시 분명 대단히 유능한 사람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감찰실장이 표 전 교수를 고소하도록 정책적인 결정을 한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집단의 사람’들 역시 무능할리 없다.

그렇다면 그들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국정원의 고위 간부들이 정말 지금까지 있어왔던 법적 사례와 재판 결과를 확인도 하지 않고 재차 ‘바보들의 행진’을 했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처럼 또 다시 전 국민적인 비난을 받는 ‘바보’ 짓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것은 도덕적 비난을 넘어 ‘국가적인 비극’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이 담당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의 중대한 역할을 감안한다면 이는 인정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왜 국정원은 표 전 교수를 상대로 되지도 않을 고소를 ‘감행’한 것일까. 표면적으로 드러난 진실이 아니라 그 너머에 감춰진 의도를 나는 읽고 싶어졌다.

2차례에 걸친 국가기관의 ‘명예훼손’ 이유 소송, 그 결과는?

먼저 사실부터 확인해보자. 명예훼손을 이유로 국가기관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사법부는 지금까지 어떻게 판단했을까. 대표적인 사례는 2건이다. 지난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촛불집회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정운천 장관은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 훼손’을 이유로 <문화방송> ‘피디수첩’ 제작진을 형사 고소했다. 또한 이듬해인 2009년 9월에는 당시 국정원이 박원순 현 서울시장(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민사 소송을 제기한 사실도 있다.

여기서 다시한번 주목해야 할 것은 박원순 상임이사를 상대로 한 이 당시 ‘국정원의 민사 소송’ 제기 이유이다. 이번에 표 전 교수를 상대로 국정원이 제기한 고소 내용과 거의 흡사한 유형이기 때문이다.

박원순 당시 상임이사는 이 당시 자신이 관여하고 있던 시민단체인 ‘희망제작소’의 정부기관과의 사업 계약이 일방 해지되고 또한 모 기업과 약속했던 후원 사업이 무산되는 과정에 국정원의 부당한 영향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당시 국정원은 사실이 아닌 주장을 했다며 박원순 상임이사를 상대로 국정원의 명예훼손을 이유로 무려 2억원이라는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제기된 소송의 최종 결과는 모두 어떻게 결론 났을까. 한마디로 정리하며 국가기관의 ‘완패’였다. ‘국가기관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들 기관의 주장에 대해 사법부는 ‘모두 이유없다’고 판결했다. ‘피디수첩’과 관련한 판결에서는 “보도 내용이 공직자들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악의적인 공격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명예훼손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하였으며 박원순 상임이사를 상대로 한 국정원의 민사소송 판결에서는 “국가기관의 업무 처리가 정당하게 이뤄지는지 여부는 국민의 감시 대상이므로 이런 감시와 비판 기능은 보장돼야 한다”며 역시 패소 판결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은 하나이다. 정말 국정원은 그동안 이뤄져온 이같은 소송 결말을 정말 몰랐을까. 그래서 표 전 교수를 상대로 이미 확인된 다른 판결을 재차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 이처럼 고소를 ‘남발’하고 있는 것일까. 국정원은 왜 속된 말로 ‘삶은 무에 이도 들어가지 않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 국정원이 노리는 진짜 속내가 무엇일까.

‘공포와 두려움’ 국민 억압하는 국정원

표 전 교수에 대한 국정원의 고소 행위에 대해 나는 비판하고 싶었다. ‘불의에 침묵하는 것 역시 가해자와 또 다른 연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트위터 계정에 국정원의 그릇된 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려는 순간이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두 번째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 처음 들었던 ‘분노’의 감정을 비집고 나오는 그것은 ‘공포’였다. 두려움이었다. 그렇다. “국정원이 표창원 전 교수를 고소한 진짜 의도가 바로 이것이었구나”하는 ‘오싹한’ 깨달음이었다.

국정원이 정말 ‘형사 고소’한 대상은 표 전 교수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동안 표 전 교수가 주장해온 국정원의 비판 주장에 대해 동조해 온 국민들, 그리고 표 전 교수가 지적한 국정원의 문제점에 대해 고개를 끄덕인 그 국민들을 상대로 고소한 것이다. 그렇기에 표 전 교수에게 ‘동의하고 고개를 끄덕인’ 그들에게 국정원은 ‘그만 그 입 다물고 얌전히 살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짧지만 가장 확실한 방안이 바로 ‘표 전 교수를 상대로 한 겁주기 식 형사 고소’인 것이다.

여전히 그 실체적 진실이 무엇이냐를 두고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이른바 ‘국정원 댓글녀’ 사건과 수원에서 미행중 발각되어 온갖 망신을 사고 있는 ‘진보인사 미행 발각 사건’ 등을 통해 국정원은 많은 국민들 속에 ‘한심하고 미련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가고 있다.

표 전 교수의 지적처럼 ‘무능하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감이 결국 표 전 교수를 상대로 고소하자는 ‘욕심’을 부추겼고 이를 통해 ‘누구든 함부로 까불면 이렇게 된다’는 전 국민적 경고 효과를 남기려 한 것이다.

이러한 국정원의 그릇된 행태에 대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분노를 모아 비판한다. 국민이 정부와 그 국가기관에 대해 무능하다고 ‘비판할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비판한 주장에 대해 심판은 오직 국민이 하면 된다. 비판하는 목소리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다면 국가기관은 자신들의 잘못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하고 반대로 그 비판에 동의하는 이들이 적다면 그것으로 국가기관은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의 자유를 억압하고 또 그 자유를 누렸다고 지금처럼 국가기관이 형사 고소를 하는 것은 ‘독재의 전형’이다. 이것을 독재라 비판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독재라 할 것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다.’ 제2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민주주의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모든 권력의 주인인 국민을 상대로 국정원이 벌이고 있는 이러한 ‘억압의 권력 남용’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비판의 입에 재갈을 물려 침묵하도록 만들겠다는 발상이 지금 시대에 도래하고 있는 한 국정원은 결코 그 어떤 국민적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국가기관은 정의로워야 한다.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그런데 지금 표창원 전 교수를 고소한 국정원의 행태는 과연 정의로운가! 국정원의 표창원 전 교수를 상대로 한 고소는 '그래서 비극'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권력은 그저 '폭력'일 뿐. 국정원은 지금 당장 표창원 전 교수에 대해 고소를 취하해야 한다. 더 이상의 부끄러움을 스스로 자청하지 말아야 한다. 국정원의 고소 남발을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고상만 객원기자

고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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