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의전빌딩논란’ 육의전은 흙 바닥에서 방치돼

김양균l승인2013.02.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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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의전 빌딩 논란이 뜨겁다. 매장문화재의 보존과 재산권 행사의 절묘한 조화라는 윈윈해법은 결과적으로 건축주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육의전박물관설립위원회는 도통 박물관 설립에는 관심이 없다. 종로구청과 문화재청 역시 관리·감독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는 사이에 육의전 유구는 차가운 지하 흙 바닥에서 방치되고 있다.


지난 2005, 영동시티개발(대표 이영길) 측은 8층 높이의 영동빌딩 건립을 위해 종로2가 일대의 토지를 매입,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건물터에서 육의전 유구가 발견되며 공사는 중단됐다. 문화재청의 유적보존결정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황 모 씨는 건물지하1, 2층에 육의전 유적을 전시할 박물관을 마련하고 건물은 그 위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건축주는 유적의 이동 및 보관에 소요되는 비용을 댄다는 조건도 붙였다. 2008 5 2, 문화재청은 지하 3층과 지상 8층 규모의 빌딩 신축을 승인했고, 공사는 재개됐다. 건물 이름도 육의전 빌딩으로 바뀌었다. 윈윈해법이라는 언론보도도 쏟아졌다.

2008 10 2, 건축주는 7층과 8층을 온 층으로 확장하는 현상변경신청을 제출했고 문화재청은 이를 허락했다. 2009 10 14, 건축주는 지상 9층으로 1개 층의 증축신청을 제출했다. 박물관 부속시설 확보라는 명목이었다. 문화재청은 이에 대해 ▲관계법에 따라 박물관으로 요건을 충족하여 설립이 가능한지 여부 ▲전시관 부대시설이 영구히 존속할 수 있는 방안의 마련 여부 ▲증축되는 9층은 양각의 범위 내에서 조정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했다. 이 같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자, 문화재청은 증축을 부결했다. 2번의 재심의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2010 1 13, 문화재청은 돌연 입장을 바꿨다. 증축을 허락한 것이다. 박물관부속시설 용도로의 조건부 승인이었지만, 박물관 부대시설의 존속 여부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축주의 약속만 믿겠다는 결정이었다. 이에 대해 문화재 안팎에서의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지만, 문화재청은 건축주의 편을 들어줬다.

문화재청의 가결에도 불구, 종로구 건축위원회는 육의전 빌딩이 양각 해제 등을 통해 사실상 증축되었다며 건축주의 신청을 불허했다. 2010 4 16, 건축주는 종로구 건축위원회 측에 재심의를 강력히 요구했다. 건축주는 종로구의 부결이 감정적이라며 박물관의 운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박물관 부속시설이 필요하다는주장을밀어붙였다. 당시 건축주가 종로구에 보낸 공문에는 9층이 박물관의 학예공간과 관람객을 위한 행정사무실 용도로 필요하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자 종로구는 문화재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태도를 바꿔 건축주의 손을 들어줬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불과 두 달 뒤, 육의전 빌딩의 지상 9층이 박물관부속시설이 아닌 사무실 용도로등록됐던 것이다. 일년 후에는 아예 교육시설로 용도 자체가 변경됐다. 또 박물관이 위치해야 할 지하1층은 소매점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더 이상한 것은 문화재청, 종로구청, 서울시가 육의전 빌딩의 용도 변경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비난여론이 심해지자, 지하 1층은 슬그머니 원래 박물관으로 그 용도가 변경됐다.

현재 육의전 빌딩에서 박물관이 들어서야 할 지하 1층은 관람객의 방문이 이뤄지지 않는다. 서류상 박물관으로 등록되어 있을 뿐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육의전 유구의 관리·감독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물관 부속시설이 들어서야 할 지상 9층은 아예 건축대장에 교육연구시설, 즉 학원으로 그 용도가 변경 되어있다. 박물관 부속시설은 문화 및 집회시설로 분류된다. 이것은 지상 9층과 지하 2층의 용도변경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건물주는 미용원으로 등록되어 있던 지하 2층을 나누어 그 중 한 곳을 박물관 부속사무소로 개설해놨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건축대장에 지하2층이 2종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되어 있는 점이다. 지하 2층 일부를 박물관 용도로 사용하려면 문화 및 집회시설로 등록해야 한다. 그럼에도 문화재청이나 종로구청 등 그 어느 곳도이 점을 문제삼지 않았다. 박물관 부속시설로 증축 허가를 받은 육의전 빌딩 9층 자리에는 학원이 들어섰다.


2009
6 1, 종로역사(육의전)박물관건립위원회(이하, 육의전위원회)가 구성됐다. 종로구청과 문화재청은 육의전위원회를 해당 박물관 건립을 위한 실무 조직으로 인정, 업무 협조를 했다. 육의전위원회는 2010 68, 종로구청과 문화재청에 보고서를 제출하며 2010년에 개관하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유적의 보존 및 전시기능 등 박물관의 기본적인 요건 자체를 갖고 있지 않은 미완성의 박물관이 만들어졌다. 육의전위원회는 박물관보다 육의전 빌딩과 그 건축주에게 관심이 더 많아 보인다.

육의전 빌딩 논란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건축주가 빌딩을 처분할 경우, 종로구청과 문화재청은 달리 손 쓸 방법이 없다. 또 매장문화재의 보존과 재산권 행사가 대립할 경우 육의전 빌딩이 안 좋은 예로 악용될 수 있다. 현재 문화재청과 종로구청은 할 수 있는 일은 박물관 설립을 위한 독촉장을 발송하는 것 뿐이다. 관리·감독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축주의 손을 들어준 종로구청과 문화재청은 사실 이 논란의 해결에관심 자체가 없어 보인다.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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