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교를 믿든 안 믿든,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 가서 과자와 빵을 얻어먹고, 사월 초파일에는 절에 가서 국수나 절밥을 얻어먹어 본 경험들이 한 두 번씩은 다 있다. 우리나라 종교 인구는 전체 인구 중 대략 53% 정도로 알려져 있다. 종교별 신자 비율은 불 (42.9%), 개신교(34.5%) 천주교(20.6%) 순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상이 된 종교생활

원래 종교의 목적은 다중(多衆)을 어려움으로부터 구제(救濟)하고 영생(永生)을 얻거나 절대정신이나 도(道)를 깨닫기 위함이다. 그러나 최근 종교를 둘러싼 비리(非理)가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데, 불투명한 재정 운용, 교회세습, 종교인 소득 과세문제, 승려들의 불법 도박 사건 등은 일반 국민들의 실망을 넘어 분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수십억 원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수억 원짜리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법률로 강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기도 하고, 불교 조계종의 경우는 최근 종교인 소득세 과세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종교개혁의 시발점, 교회세습방지법

교회, 절 등 종교기관의 사회적 책임이 중시되고 있는 이때, 그래도 절대다수의 교인들은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종교의 정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국내 최대 교단 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은 9월 12일 교회 세습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이날 총회에는 전국 65개 노회 중 9개 노회에서 세습을 막자는 취지의 헌의안이 올라왔다. 총회 참석자들은 찬반 토론을 40여 분 동안 했다고 한다. 초반에는 세습을 법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많았다고 전해졌다. 목사 청빙은 개교회에서 당회와 제직회를 통해 결정할 문제이라는 주장이 강했다. 목사 아들이 자유롭게 지원할 권리를 보호하자는 논리도 나왔다.

분위기는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의 발언으로 달라졌다. 이 목사는 “세습 문제는 세상이 바라보는 중요한 문제로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한국교회가 죽고 산다. 지난해에 감리회가 세습 방지법을 만들어 많은 환영을 받았다. 감리회가 안타를 쳤으니 통합이 홈런을 치자”고 주장했다.

발언이 끝나자마자 회의 중 가장 큰 박수와 환호성이 일었다 한다. 투표결과, 재석 인원 1033명 중 870명이 찬성했고 82명이 반대하여, 84%의 찬성으로 교회세습방지법이 총회에서 제정된 것이다.

사회책임(SR)을 다하는 종교로 거듭나야

그동안 우리나라 종교기관들의 개선해야 할 과제는 상당히 많이 제기되었다. 종교인의 소득세 부과와 종교법인법 제정을 주장해 온 ‘종교법인법 제정 추진 시민연대’에 의하면, 일본, 서구 유럽과 미국 등과 비교하여 한국 교회가 타락할 수밖에 없는 근저에는 바로 세금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종교인이 세금을 내지 않는 나라가 한국’이라며 ‘종교관련 법규가 없는 나라도 유일하게 한국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종교에도 사회적 책임(SR)이 있다. 사회책임에 관한 국제표준(ISO26000)으로 제정된 규정을 종교기관에 접목해 보면 향후 개선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교회, 절 등 종교기관들도 다른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지배구조(의사결정구조)가 필요하다. 교인, 봉직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활성화하여야 하며, 투명한 관리와 경영으로 신뢰도를 높여야 하고, 법규를 준수하고, 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투명한 운영으로 국민 신뢰 회복해야

그동안 종교기관들이 사회를 위하여 많은 활동을 한 것도 사실이다. 불우이웃돕기와 봉사활동, 올바른 삶의 가치관을 제공하고,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고, 인권 복지 활동을 펼치고 북한 어린이 돕기 등 인도주의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좋은 전통들을 살리면서 우리나라 종교기관들도 이제 세계적 흐름에 맞추어 좋은 지배구조(거버넌스)와 모범 운영 관행을 도입하여야 한다.

이번에 통과한 교회 세습 문제를 비롯하여 종교인 과세, 회계투명성 강화, 공정계약 등 공정운영관행을 실천하고, 지역사회에 참여하면서 이웃들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신뢰받는 ‘공동체’가 되기를 국민들은 기대한다.

황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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