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사태 단상-원전을 청와대 옆에 짓는다면?

시론 강수돌l승인2013.10.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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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대로만 살게 해다오.”를 외치는 밀양 등 시골 어른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비폭력 불복종 저항 운동을 전개하고 있음에도, 한전은 경찰 폭력을 동반하면서까지 송전선 공사를 강행한다. 7~80대 노인들이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원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살게 해달라는 것이지 결코 토지 보상 몇 푼 더 받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 어르신들은 자본주의적으로 약아빠진 우리들과는 달리, 돈보다 중요한 것이 땅임을 알고, 교환가치보다 중요한 것이 사용가치임을 몸으로 느낀다.

게다가 지금의 전력 공급 구조는 시골 해안 변에서 생산을 하여 서울로, 수도권으로, 대도시로 공급을 하는 구조다. 지방과 지역의 희생 아래 서울 등 도시가 혜택을 보는 불평등 구조다. 또, 원전에서 공사 노동을 담당하거나 원전 사고가 났을 때 투입되는 인력들은 죄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건강과 목숨, 즉 생명을 돈 몇 푼과 맞바꾸고 있다. 이런 식으로 노예제나 봉건제가 오늘날 자본주의적으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원전을 청와대 옆이나 서울 강남 한 가운데에 짓는다면 어떻게 될까? 한수원이나 원자력재단이 매년 수억을 들여 홍보하듯이 그렇게도 원전이 안전하고 깨끗하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 않을까? 그러면 지금의 밀양 사태 같은 불미스런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설마 대통령이 기겁을 하며 뛰쳐나오고 강남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저항을 하고 나서도 과연 한전이나 한수원 측이 지금 밀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막가파 식 공사를 강행할까?

서글픈 소식은 또 있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원자력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은 결국 ‘원자력 마피아’들이 만들어낸 괴물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원전 1기 건설에 대략 10조 내외의 돈이 든다고 한다. 한마디로, 원전은 ‘돈 되는’ 장사다. 재벌 건설사와 행정 당국, 공무원, 국회의원, 사법계, 그리고 이를 그럴듯한 이론이나 통계로 포장을 해주는 교수나 전문가들이 그 마피아 단원들이다. 이들에겐 결코 막스 베버 식의 ‘프로테스탄트 윤리’도 없다. 즉, 이들은 절제와 성실로 착실히 부를 쌓아 신의 구원을 받으려는 자들이 아니라, 탐욕과 사기로 일확천금을 노리며 돈의 구원을 받으려는 자들이다.

그래서 미리 귀 띰 해드린다. 원전 마피아들은 미래의 국민 소송에 대비해 철저히 증거를 만들어놓거나 아예 대한민국을 떠나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 이미 ‘녹조 라떼’를 만들고 만 ‘4대강 사업’의 책임자들에 대해 무려 4만 명 가까운 시민들이 배임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지 않은가? 이제 다음 순서는 원전 마피아다. 그러니, 미리들 알고 계시라. 만약 미래가 두렵거든 지금이라도 양심선언이나 내부고발을 통해 탐욕과 사기의 진실을 떳떳하게 밝히고 지금부터라도 두 다리 쭉 뻗고 마음 편히 주무시는 게 낫지 않을까?

최근(10월 22일), 국민 3만9775명이 ‘4대강사업국민고발인단’이란 이름으로 “단군 이래 최대의 대국민 사기”인 4대강 사업을 주도한 이명박 전 대통령 및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등 관련 책임자들 58명을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이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22조 원이 넘는 불법적 예산지출로 인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방조, 직권남용 등이다. 기가 막힌 일은, 이렇게 단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이미 정부(행안부)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무려 1000명 이상에 대해 포상 등 서훈을 했다는 사실이다.

한편, 지난 9월 초엔, 4대강사업 설계업체인 ‘유신’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한국도로공사 장석효 사장이 구속되었고,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입찰을 담합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 받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등 4개 대기업 전·현직 간부 6명도 구속됐다. 이와 더불어 앞 4대 건설사를 포함한 15개 건설사들은 4대강 사업 담합 비리 판정으로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5개월 동안 관급공사 입찰참여가 금지된 바 있다.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은 10월 22일, GS건설, 대우건설, 코오롱글로벌, 삼환기업 등 4개사에 대한 조달청 입찰제한의 효력을 일정 기간 집행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이들 건설사들은 행정처분 취소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정부와 공기업이 발주하는 공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우리는 대한민국 ‘건설 공화국’의 실체를 좀 더 알게 된다. 여론이 나빠지면 몇몇 희생양을 처단하는 것으로 여론을 잠재운 뒤, 무대 뒤에서는 갖은 수단을 써서 건설 자본의 돈 잔치를 여전히 계속한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3대 주요 기관, 입법, 사법, 행정이 자본과 더불어 마피아 집단의 일원으로 남아 있는 한, 정직하고 공정한 사회,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서, 이런 ‘창조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이웃이나 후손들에게 제대로 된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밀양 사태와 직접 연결된) 고리 원전을 청와대 옆으로 옮겨 짓고 한국의 원전을 완전히 허물어낼 때까지 전 국민이 ‘원전’ 공화국, ‘부동산’ 공화국, ‘건설’ 공화국, ‘마피아’ 공화국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끝장 토론을 하는 가운데 제대로 된 ‘민주’ 공화국을 아래로부터 새로이 건설하자는 제안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

강수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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