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부터 11월 1일까지 진행된 박근혜 정부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경실련이 올해 국정감사 13개 상임위별 우수의원 34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28명, 새누리당과 정의당이 각각 3명씩이다.(상자 명단 참조)

2013 국회 국정감사 현장.

올해 국정감사는 사상 최다인 628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했고, 사상 최대 규모인 547명(기업인 256명)의 증인이 소환됐다. 국정감사기간 20일 중 주말을 제외하고 15일 남짓한 기간에 하루 평균 40여개 기관을 감사해야 했던 만큼 처음부터 졸속감사, 부실감사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여야는 정치 공방에 매몰되면서 정작 중요한 행정부 견제와 경제 민주화, 복지, 비정규직 문제, 일자리 창출, 전월세대책, 가계부채 등 민생현안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심도 있는 질의가 부족하고 정책 대안 제시도 한계를 보이며, 또 다시 국감제도 개선론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경실련은 ‘상임위별 우수의원과 선정 이유’에 대해 “2013년 국정감사는 박근혜 정부 첫 국감이라는 점과 역대 최대의 자료제출 요구와 증인 및 참고인 채택으로 박근혜 정부 정책들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대안제시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러나 여전히 충분한 연구와 조사를 거친 심도 있는 질의가 부족했고, 정책대안 제시에도 한계를 보였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임위별로 국감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정운영의 감시자 역할을 수행해 온 의원들이 존재했다”며 “이들 의원들의 노력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상임위별로 우수의원을 선정, 발표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이번 국감 모니터링은 언론(2개 통신사, 7개 일간지 및 4개 온라인 언론)에 대한 국감보도 전체를 의원별로 스크랩해 발언주제, 내용, 일자, 피감기관 등의 내용으로 별도 정리했다. 내용보강을 위해서 의원들의 국감보도 자료나 정책자료 등을 참조해 추가보완정리했다. 아울러 국민적 이슈가 많은 일부 상임위 국감은 국회 인터넷과 방송 생중계를 시청하면서 추가 정리했다.

경실련은 “피감기관에 따라 각 상임위 의원들이 제기한 핵심 질의주제(이슈)를 이슈제기 능력과 대안제시 능력을 중심으로 개혁성, 전문성, 공정성의 기준에 따라 5점 척도로 점수화했다”고 밝혔다.

2013국감 상임위별 우수의원.

다음은 경실련이 내놓은 국감모니터링 주요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 첫 국감, 여전한 ‘부실 정쟁 국감’

전체적으로 20일이라는 짧은 국정감사 기간으로는 그 많은 피감기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경실련은 설명했다. 국감에 임하는 의원들의 자세도 피감기관을 호통치고 자신의 발언만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답변을 제대로 듣지 않는 등 여전히 졸속과 구태가 만연했다는 부연 설명이다.

하지만 성과도 있었다. 지난해 19대 첫 국정감사에 비해 참여도와 성실도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일부 상임위의 국감이 상당히 전문적이고 질적으로 개선되어 행정부를 견제하는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재위,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현안에 대한 사전 조사와 깊이 있는 분석으로 정책 국감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국군사이버사령부·국가보훈처 등 대선 개입 의혹을 밝혔고, 기초연금논란 등 복지정책과 조세 재정 등 정책에 대한 여야 간 정리된 입장 표명 등 복지나 경제 현안에 대한 정곡을 찌르는 질의와 정책 제언들이 많았다는 의견이다. 또한 기업국감이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동양사태와 관련, 현재현 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과 금융당국 수장들을 불러 동양사태의 본질과 대책을 집중 추궁한 것은 시의적절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전 상임위로 확대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 피감기관 감사는 부실

국정감사 초반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은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선거 개입으로까지 확대되었고, 국가보훈처와 통계청 등도 대선 개입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국정원 대선·정치개입사건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된 것은 국감의 모든 이슈를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으로 집중케 했다. 국정감사가 종반으로 갈수록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은 전체 상임위원회로 확산되면서 파행 상임위가 속출했다.

검찰, 국방부, 국가보훈처를 소관 기관으로 둔 국회 법제사법위, 국방위, 정무위는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여야간 연일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었다. 안전행정위도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국감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만 여야 의원들의 공세와 방어가 반복됐다.

경제 정책 등을 관장하는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도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으로 국감이 파행했음. 정무위원회는 국감 내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와 관련, 증인 고발 여부를 놓고 대립하다 파행했으며, 기획재정위원회에서도 통계청의 대선개입 의혹 공방이 벌어지면서 우기종 전 통계청장의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두 차례나 국감이 중지됐다.

곳곳서 파행, ‘부실·호통·심야 국감’

현안을 둘러싼 여야 간의 대립과 기관 증인 등의 답변 태도 문제로 곳곳에서 파행을 빚었다.

고교 한국사 역사교과서로 맞붙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10월 18일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의 ‘의원 협박’ 논란으로 수차례 정회를 거듭하다 다음 날 오전 1시 33분에야 끝났다. 이어 10월 31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책임론 제기에 따른 파행으로 다음날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되는 등 ‘심야 국감’을 진행했다. 학부모·학생들의 관심이 집중된 고교 문·이과 통합안, 자유학기제, 대입제도 개편안, 고교 무상교육 등 주요 교육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10월 17일 통계청의 통계조작 의혹과 관련해 전임 통계청장의 증인채택 문제로 공방을 벌였지만, 역시 ‘심야 국감’을 벌였던 기재위는 10월 23일에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양건 전 감사원장과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등 증인채택 문제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다 정작 한국투자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에 대한 국감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통째로 허비했다.

10월 31일 정무위의 국가보훈처 국감에서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대선개입 의혹 추궁에 박승춘 보훈처장이 “국민이 판단할 겁니다”라고 답변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은 것은 물론 국감이 부분 파행됐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17일 국감에서도 밀양송전탑 공사와 관련해 야당이 손심길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증인으로 추가 채택할 것을 요구하면서 오전 국감이 파행됐다.

미래창조과학기술위원회의 국감증인 불출석, 환경노동위원회 등 상당수 상임위에서도 기업인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 의원들 간 고성과 공방이 오가며 회의가 수차례 중단되는 등 파행되는 사례가 반복됐다.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수감태도도 ‘부실 국감’ 부추겨

올해 국감에서는 유난히 피감 기관장들의 답변 거부와 불성실한 답변이 많았다. 경실련이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박승춘 보훈처장, 홍준표 경남지사, 경제인문사회연구이사회 안세영 이사장 등 4명을 2013년 국감 ‘불성실 피감기관장’으로 선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편향적 역사관으로 국정감사 전부터 논란에 휩싸인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은 공공기관장의 자질을 의심케 했다. 아들의 미국 국적 취득과 병역 기피 의혹에 대해 언어장애와 한국생활 적응 문제라고 했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 지사에 근무하고 한국어와 영어에 능숙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동대에 석좌교수로 있던 2008년에 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포럼이 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수업시간에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발언했지만, 학생들의 제보로 위증임이 드러났다. 10월 31일 종합국감에서도 ‘평창동 빌라 불법 증여 의혹’에 대해 아들에게 한국은행 자료 확인에 동의할 것을 요구했으나, "아들이 자는 시간이라 깨울 수 없다"하고, 유 위원장의 과거 발언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준 후 소감을 묻자, “동영상을 트는 동안 딴 생각을 해서 못 봤다”고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특정 단체와 세력이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라며 5·18 기념식에서 부르지 못하게 했던 박승춘 보훈처장은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자료제출을 요구한 야당 위원에게 “자료제출 요구의 목적이 무엇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답하는 등 막무가내식 답변 태도로 논란을 키웠다. ‘안보교육 동영상’ 제작 협찬자에 대한 답변을 끝내 거부하고,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거부했다. 민주당은 박 처장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즉각 고발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10월 30일 경남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4선 의원 출신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국정감사 답변태도가 저급했다. 의원들의 질의에 “에이...” 라고 말하는가 하면, 질의를 수차례 자르며 언성을 높이다 경고를 받기도 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안세영 이사장의 답변 태도도 논란이 불러왔다. ‘역사왜곡과 학문탄압을 걱정하는 지식인 모임’의 성명서에 서명했는지 묻는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면서 “미치겠네”를 연발했다. 민간기업 및 공기업의 사외이사 겸직에 대한 질문에도 “외부활동을 벌여놓은 게 많은데 사외이사는 약과이고 연구회 포럼, 외국학자회까지 있는데 체력적으로 못 견딜 것 같다”며 질문의 취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상시국감’ 가능할까

올해 국감 역시 행정부의 예산지출과 정책에 대한 감사보다는 정쟁에 치우치면서 제도 개선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올해처럼 피감기관과 증인채택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현행 국감 제도로는 한계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감의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정감사의 문제점을 익히 알고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민주당은 10월 30일 상시 국감제를 정식으로 제안했고, 새누리당도 동의한다고 밝혀 국감 개혁에 대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상시 국감’을 바라보는 여야 시각이 다소간 차이가 있어 협의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회의 비효율과 구태를 걷어내는 생산적이고 전향적인 협의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감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연중 상임위별로 캘린더식으로 정해진 일정에 따라 상시국감을 도입하고, 사안에 따라 국정조사와 연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소수정파 증인채택 인정과 증인 불출석, 위증, 정부의 자료제출거부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고, 국감 사후검증 제도를 철저히 실시해 앞으로 각 기관별 국감은 전년도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여부의 사전검증부터 시작하도록 하는 제도화가 필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도 개선과 함께 정책 지적과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의원들의 각성과 노력도 중요하고, 국감 사후검증 제도 철저 실시 등을 통한 전년도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여부의 사전검증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국회가 수용해 반영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설동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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