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재와 문어

한정선의 禽獸會議錄 한정선l승인2014.01.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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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재와 문어가 처음 보았을 때 속으로 거의 비슷한 생각을 했다.

바다가재는 문어의 몸놀림을 옆 눈으로 바라보며 다리가 많은데 몸놀림이 굼뜨다는 생각만 했는데 문어는 그만 집게손 한번 거추장스럽게 크군 이라고 말하고 말았다.

그 말을 들은 바다가재가 문어의 몸통을 꼬집었다.
그러자 문어는 긴 다리로 바다가재의 집게손을 휘감았고, 바다가재는 집게손을 빼내려고 용을 썼다.
둘은 한데 엉켜 바다 속을 굴러다녔다.

때마침, 어부가 던진 그물이 그들을 덮쳤다.

문어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들을 사방으로 뻗어 성긴 그물코를 더듬는데, 바다가재는 집게손으로 그물눈을 찢었다. 그러나 찢은 구멍으로 고개부터 서둘러 내미는 바람에 집게발과 뒷다리가 그물에 얽혔다.

바다가재가 문어에게 찢어놓은 구멍으로 대신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문어는 둥근 머리를 길쭉하게 늘이고 다리를 모둠발해 스르르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곧장 그물망에 발 빨판을 붙인 다음 그물구멍을 벌리고 나머지 발로는 바다가재가 한 발씩 나올 수 있도록 얽힌 그물을 들어올렸다.
그물이 뱃전에 끌어올려지기 직전, 바다가재는 가까스로 빠져나와 바다로 뛰어내렸다.

바다가재가 문어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끝까지 도와준 이유를 물었다.

네 집게손만 떼어 갈 수가 없었거든.”

문어가 홍홍 웃었다.

문어와 바다가재는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나눠 쓰며 오래도록 살았다.


한정선 작가

한정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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