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봉쇄 투어'또는 '자살투어'?

아시아로 온 미국의 속내 김창수l승인2014.05.0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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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B. Obama) 미국 대통령이 지난 426일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용산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동맹국의 안보를 위해서는 '군사력 사용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같은 날 북한의 김정은(金正恩) 1위원장은 포병 사격훈련을 시찰하면서 '반미 대결전을 눈앞에 둔 지금, 전투준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전의를 불사른 데 이어 북한 포병부대의 훈련부족을 지적했다. 북한 군부 내부에서 강경책이 등장할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초만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드레스덴 연설로 이어지면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턴이 마련되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한 이후 '한반도의 봄'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비통해하는 사이에 한반도는 언제 어떤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실패한 대북 초강경정책의 재도입

지난 226일 존 케리(John Kerry)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evil)'이라고 규정하면서부터 이런 상황은 예고되었다. 미국정부의 인식은 세계를 전쟁피로감에 몰아넣은 초강경파 네오콘이 득세하던 부시(George W. Bush) 행정부 시절로 돌아갔다. 당시 네오콘도 북한을 '악의 축'이라 지칭했다.

미국 내 대표적 비둘기파인 케리 장관의 '북한-' 발언은 그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미국 MSNBC 방송과 인터뷰를 하는 중에 나왔다. 북한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기도 했겠지만 인터뷰의 주요 키워드는 '우크라이나'였다.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병합되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본 유럽에서 오바마 정부가 동맹국의 안전을 지킬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자신의 강력한 힘을 보여줄 대상을 필요로 하고 있었고, 마침 북한이 장성택 처형으로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핵개발을 시도하며 미국에 도전하는 위험한 국가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미국 내 여론도 들끓기 시작했다. 케리가 이런 상황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북한을 어떻게 때린다 하더라도 국제사회와 미국의 여론은 대북강경책에 지지를 보낼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케리의 발언 이후, 325일 헤이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대북 강경기조가 이어졌다. 3국 정상은 북한핵에 대해서 부시 정부 시절 네오콘의 정책이었던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원칙을 합의했다. 실패한 초강경정책을 다시 꺼낸 것이다.

이로써 한반도에서 다시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자신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에서 성과를 내고, 동맹국의 안보를 지키는 강한 미국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태도가 자리잡고 있다.

'아시아 재균형'(Asia Rebalancing) 정책이라고도 불리는 아시아 회귀 정책은 2011년 가을,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외교의 중심축을 이라크 및 아프카니스탄에서 진행되는 고비용 장기전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를 중시하는 쪽으로 옮기겠다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이후 오바마 정부 대외정책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 아래 한반도 평화의 향방은

오바마 정부의 관리들은 이 정책이 처음에는 부상하는 중국을 글로벌 무대의 미국 동반자로 포섭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서 아시아에서 보안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을 포섭하겠다는 이 정책은 점차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미국 내에서마저 조롱거리가 되었다. 자동예산삭감조치로 군사비를 줄여야 하므로 이 정책에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문제로 아시아에 관심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시아회귀 정책이 아니라 '유럽 재회귀 정책'(Re-Pivot to Europe)이라고 놀려대는 사람도 있다. 오바마 정부 1기에서 백악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었던 제프리 베이더(Jeffrey Bader)는 아시아 회귀 정책이 중국봉쇄를 하기 위한 것인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아시아에 동참해서 미국의 이익을 얻겠다는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을 방문하는 것이다. 혹자는 이를 '중국 봉쇄 투어'라고 말한다. 러시아 또한 이번 일정이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만드는 '자살투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순방 도중 틈만 나면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중국 봉쇄는 부담이다. 한일의 경제·군사적인 협조도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위협의 부각은 오바마 대통령이 갈등하는 한일 두 나라를 한··일 삼각협력으로 묶어내고, 이를 중국 견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유용한 카드가 되고 있다.

이것이 미국의 약화와 중국의 부상이 만들어내는 G2라는 국제질서 앞에 놓인 한반도의 처지이다. 역사적으로 원명(元明) 교체, 명청(明淸) 교체, 청일(淸日)전쟁, 2차대전 같은 국제질서의 변화가 한반도에 큰 충격을 주었다는 교훈을 새겨야 할 때다. 창비주간논평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

김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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