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족' 정당성 확보 총력

대선 전 SOC예산 확충 요구 '사전포석' 심재훈l승인2007.09.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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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왜곡 자료 동원 '사전 포석' 시각도

최근 건설업계와 일부 언론 정치권이 SOC(사회간접자본)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국회 예산 심의에 맞춰 예산확보를 위한 연례행사 정도로 여기고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개발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이들의 주장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각종 데이터를 과장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더하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대한건설협회 주관, 건설교통부.국회 건교위 후원으로 SOC확충을 요구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에 앞서 건설협회는 8월말 400여 곳의 도로건설현장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SOC현장에 공사할 돈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동아, 문화 등 일간지와 일부 경제지에서 SOC예산 증액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특히 동아는 집중기획 기사를 통해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했다.

참여정부들어 난립한 개발특별법 등으로 전국토가 황폐화되는 막개발 시대에 접어 들었다는 지적이 높다. 그럼에도 최근 대선을 앞두고 개발 붐을 일으키려는 일부 재계와 언론 등의 발빠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대전-당진 고속도록 건설현장 모습. 사진제공=녹색연합

민자도로사업비롯 SOC 실총량 증가

◇SOC예산 동결?=이들의 주장은 참여정부 들어 SOC 예산이 연평균 0.25% 증가해 동결수준이었고 이에 따라 공사가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 도로와 철도 등 SOC가 부족해 외국보다 높은 도로혼잡비와 물류비가 발생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SOC예산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정부의 SOC 예산은 늘지 않았지만 정부가 적자를 보전해주는 민자도로사업 등 민간투자는 2003년 1조2천억원에서 2006년 3조3천억원 규모로 대폭 확대됐다. SOC 스톡(총량)은 꾸준히 증가했는데도 이를 간과하는 것이다.또 도로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교통 인프라 턱없이 부족?=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OECD국가 중 우리나라는 국토면적당 도로연장 28개국 중 15위, 국토 면적당 철도연장은 13위권이다. 한국의 1인당 GNP가 20위권인 것을 감안하면 교통인프라 축적은 상대적으로 높다.

산지를 제외한 국토면적 대비 고속도로율은 세계 7~8위권인 것으로 나타난다. 또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SOC 투자를 포함한 경제지출은 19.9%로 OECD 평균 9.1%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건설협회 등 ‘개발론자’들은 다른 통계자료를 찾아내 인프라부족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대표적인 근거가 2004년 교통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SOC투자지표개발연구 보고서’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웨덴, 영국 등 국가의 1인당 GDP가 1만 달러에 도달한 시점에서의 도로보급률을 한국과 비교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만 보면 우리의 도로사정은 열악하다.

인구.국토면적 반영안한 자료 제시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도로보급율은 이들 국가 평균의 59%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고서가 인구와 국토면적 등을 정교하게 반영하지 않아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공정한 비교를 위해서는 인구, 국토면적 등을 고려해 비슷한 여건의 국가들과 비교해야 하는데 교통연구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교대상인 스웨덴은 면적이 한반도전체 2.4배인 반면 인구는 900만여명이고 포루투갈은 면적이 남한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고작 1천만명이다.

◇23조 교통혼잡비 도로부족 탓?=2004년 기준 23조원에 이르는 교통혼잡비도 ‘도로확충론’의 주요 근거다. 하지만 학계에서도 도로가 교통유발시설이라는 주장과 교통체증을 줄이는 교통해소 시설이라는 견해가 상충하고 있다.

교통혼잡비는 7대 광역시 시내도로와 지역간 도로를 기준으로 시간.연료 손실, 소음 등의 비용을 종합해 산출한다. 7대 광역시의 혼잡비 비중이 높다. 도로건설을 통해 혼잡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혼잡비를 훨씬 상회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 사무처장은 “교통혼잡비가 가장 높은 서울에 도로를 건설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토지수용비, 건설비 등 수 천조원이 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의 도로보급률 21%의 두 배인 40%대 미국 대도시들의 경우에도 교통체증이 해소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90년대까지 도로공급정책을 유지했던 미국도 교통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90년대 후반부터 대중교통에 투자하는 수요관리 정책으로 돌아섰다.

건교부도 도로부족이 교통혼잡비 주원인이라는 주장엔 동의하지 않았다. 건교부 김정렬 도시교통정책팀 팀장은 “교통혼잡비 때문에 SOC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교통문제의 원인을 획일적으로 재단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혼잡비, 공해 등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건설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유럽연합 환경기구인 유럽환경청(EEA)의 2007년 보고서에 따르면 EU 15개국에서 사고비용, 소음, 공기오염, 기후변화 등을 포함한 총 외부비용이 도로의 경우 6조유로(7천800조원)에 달하지만 철도의 경우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난개발 우려 불구 논란은 애써 ‘모르쇠’

◇물류비용 증가도 도로부족 탓?=SOC 증가의 또다른 근거는 1인당 국민소득 대비 물류비가 미국, 일본 등에 비해 1.5배 정도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4년 통계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GDP 대비 11.9%인 반면 일본은 8.2%, 미국 9.5%다. 물류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건설족’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물론 물류비에서 수송비가 77%를 차지하긴 하지만 운송수단이 서로 효율적으로 연계되지 않은 데 따르는 물류비용이 더 크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또 컨테이너 등 도로수송은 주로 교통량이 적은 밤 시간대에 이뤄지기 때문에 도로부족으로 인한 물류비 증가 논리는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윤영삼 부경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물류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도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동물류 등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점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항만의 경우에도 부산신항, 광양항 등이 건설된 이후 물동량 유치가 어려운 데도 지역의 군소항구들이 컨테이너 부두 계획을 세우는 등 난개발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협회와 일부 언론이 교통인프라 부족자료로 인용하고 있는 IMD(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의 국가경쟁력 발표를 100% 신뢰할 수 있는가하는 점도 논란거리다. 교통인프라의 경우 7개 문항 가운데 물류 4개 문항은 조사자료에 의한 것이 아니라 경영인들의 설문에 의해 작성된다. 때문에 외국기업에 대한 시장개방 등 외부적인 요소가 조사결과에 영향을 미치면서 주관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심재훈 기자

심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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