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美알라배마주 셀마 그리고 2014년 대한민국

세월호 추모·진상규명 미 50개주 동시집회 미국= 우수미 특파원l승인2014.05.2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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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일으키는 작은 발걸음, 기적을 일으키는 작은 움직임 시작
미국 흑인인권운동의 출발지 알라배마 평화집회 현장스케치

18~19세기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목화산업의 이면에는 쇠사슬에 묶여 채찍을 맞으며 짐승처럼 일했던 불쌍한 흑인 노예들이 있었다. 미국 팽창주의와 영토 약탈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백인들이 사용한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은 신에게 선택 받은 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열등한 인간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는 미국 남부에서 흑인노예 제도를 유지하고 짐승처럼 노동력을 강요하려던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논리로도 이용되었다. 과거Cotton states로 불리는 이 남부의 중심에 ‘the heart of Dixie’라는 별명을 가지고 남부연합의 수도역할을 했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가장 못사는 흑인들이 사회 불평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알라배마주가 존재한다.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나고 수정헌법 제13조의 통과로 노예제도가 공식적으로 폐지가 된 후에도 차별의 역사가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알라배마는 1950~60년대 미국 흑인 운동의 중심무대가 되었다.

이미 100여 년 전 수정헌법 제15조는 인종에 따른 참정권 제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지만, 투표 의지를 보이는 흑인에 대한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무차별 폭력과, ‘투표자 문맹 테스트투표세 부과와 같이 흑인들의 참정권 행사를 가로막는 행위는 계속되었다.

이 과정에서 참정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27살의 흑인청년 잭슨(Jimmie Lee Jackson)이 피살되는 사건을 계기로 1965년 셀마(Selma)에서 알라배마 주도가 있던 몽고메리(Montgomery)까지 피의 일요일이라고 불리는 참정권 확보를 위한 자유의 행진이 진행되었다.

정부는 비폭력 시위대의 행진을 막아서며 행진을 진압하기 위해 폭력을 가했지만, 언론을 통해 보도된 알라배마 정부의 잔악함은 오히려 연방차원의 흑인민권운동을 이끌어 냄으로써, 결국 존슨 대통령이 직접 나서 주정부와 협상을 하고, 또 연방차원의 선거법(the Voting Rights Act)이 의회를 통과하는 계기가 되었고, 오늘날 마침내 최초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라는 기적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20145월 대한민국. 정부에 항의하는 세월호 유가족들, 이를 막아서는 경찰들, 그리고 연행되는 비폭력 집회 참가자들! 이러한 모습은 50년 전 이곳 알라배마에서 Selma 평화행진을 막아서던 그 잔악했던 알라배마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기에 우리는 믿는다. 노예로 건너왔던 이 땅에서 흑인 대통령 탄생이라는 기적을 만들어 낸 이들처럼, 우리의 작은 발걸음이 큰 변화를 일으키고,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만들어, 국민에게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이 정부, 정부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을 미개하게 바라보고 소수의 명백한 운명(?)을 가진 자들을 위해서만 능력을 발휘하는 이 정부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나서 건 엄마의 마음때문입니다

2014518일을 전후해 진보든 보수든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미국의 엄마들까지 한국정부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생때같은 어린 학생들, 내 자식일 수도 있는 어린 학생 3백여 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을 고국의 뉴스로 접하면서, 같이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단 한 명이라도 구조되기를 염원하며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기사를 보며 눈물만 짓던 엄마들이, 한국 정부의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초기 대응으로 단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하자 분노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 조직력도 없고, 대부분이 시위와는 무관한 인생을 살아왔기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엄마들이었지만, “더 이상 우리가 가만히 있다가는 내 자식도 당할 수 있고, 내 자식도 죽을 수 있다는 엄마의 마음으로 미주 한인 여성 생활정보 커뮤니티 미시USA를 통해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바탕으로 모금운동을 해서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의혹을 알리는 광고를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와 워싱턴타임스(The Washington Times)에 게재함과 동시에 전미50개 주 동시 평화 랠리를 풀뿌리로 만들어 냈다.

엄마들은 상식적으로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비록 지금은 외국에 나와 있지만, 내 자식들이 대대로 바라보아야 할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무고한 어린 생명들이 죽어 나가지 않도록, 다시는 이런 참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아, 우리 아이들이 더욱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조국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

1965년 미국 알라배마주 셀마 그리고 2014년 대한민국이 사뭇 닮았다.

터스칼루사에서 역사만들기 시작

엄마들의 작은 움직임에 이곳 알라배마의 엄마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참정권을 얻으려는 건방진 흑인들과 이들을 돕는 백인 자유주의자들을 살인, 방화, 테러, 약탈에 폭력까지 불사하며 응징을 가했던 미 극우 비밀 결사 단체 쿠 클랙스 클랜(Ku Klux Klan, 약칭KKK)의 본부가 있었던 터스칼루사(Tuscaloosa)! 과거 노예제 폐지를 반대했던 남부연합을 이끌었던 알라배마 주정부가 있었던 터스칼루사! 작은 움직임이 모여 큰 기적을 만들어 내고, 그 기적이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역사적인 현장인 캐피톨 파크 (the Alabama Capitol Park)’5172시 검은 옷을 입은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삼삼오오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평화랠리 준비단계부터 협박이나 회유의 방법을 통해 사람들의 참가를 방해하려던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또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칼리지 타운이라 이미 2주전에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많은 학생이 떠나버려 참석인원을 많이 기대할 수가 없었던 지역임에도, 50명이 넘는 엄마 아빠들이 모여 들었다.

편도 1시간이 걸리는 버밍햄(Birmingham)에서부터 편도 2시간 거리의 몽고메리까지 기쁜 마음으로 운전해서 왔다는 가족들도 있었고,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진행되는 랠리가 없어서 편도3시간이 넘게 걸리는 옆 동네 미시시피에서부터 찾아준 가족들도 있었다.

참석해준 그들에게 감사해하는 우리들에게, 그들은 한결같이 이런 행사를 만들어 참여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다. 우리는 모두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던,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부를 출범시켰던 부끄러운 어른들이었기에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일어나라 대한민국! 책임져라 한국정부! 응답하라 국회의원! 행동하라 지식인들!)”,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들 힘내세요! 모든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겠습니다.”를 가슴으로 외쳤다.

 

응답하라 국회의원! 행동하라 지식인들!”

집회는 침묵으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를 들고,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아이들이 죽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마스크를 썼다.

말만할 뿐 실제로 책임지지 않는 한국정부’, 정부 탓만 하고 본인들은 나서지 않는 국회의원’, 교육받은 자의 양심을 져버리고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는 지식인들’, 그리고 마치 정권의 홍위병인양 올바른 판단을 못하고 피해자 가족들과 추모하는 국민들을 협박하고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노인들을 향한 참가자들의 고요한 외침이었다.

나아가 사건의 진실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이런 참사를 되풀이 하지 말자고 외치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가거나, 이런 부모들의 자발적인 모임을 정치적 음모가 있는 집회로 오도하는 일부 한국국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참석자들의 단체 메시지를 피켓에 적어 들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한 나라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천만인 서명운동을 함께 진행했다.

또한 평화집회 참가자 개인적으로 한국정부나 희생자 가족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노란 종이에 적어 검은 리본의 보드 판을 완성시켰는데, “사실에 사랑을 더하면 진실이 됩니다는 시적인 메시지에서부터 미안하다, 사랑한다, 우리의 아들 딸들아. 잊지 않을게”, “안타까운 마음을 글로 다 표현할 길이 없을 듯 합니다. 전하신 뜻을 타지 미국 알라배마 주에서나마 support(후원)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귀중한 생명들을 잃게 된 이번 참사는 살아있는 우리들 곁에 오랫동안 맴돌 거예요. 열심히 참여하고 행동하겠어요”, “미국에서도 학부모님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잊지 않고 행동하고 함께 하겠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능한 정부는 악한 정부다”, “국가가 왜 존재하는가? 국민의 복지와 안녕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한국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는가?”, “책임지지 않고 책망만 하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가만히 잊지 않겠습니다. 박근혜는 책임져라”, “박근혜 당신이 청산되어야 할 적폐이다”, “박근혜 OUT”까지 참석자들은 다양한 메시지를 통해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고, 앞으로의 행동을 다짐하며, 초기 대응과정에서 너무나 무능했던 한국정부를 향해 비판은 목소리를 높였다.

부모들의 손을 잡고 평화집회에 참석했던 어리기만 했던 우리 아이들이 남긴 메모들 역시 큰 감동을 주었는데, 6살의 말콤은 “We are here for you. (당신을 위해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어요)”라는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위한 추모의 메시지를 남겼다.

11살짜리 예준이는 “I am only 11, but even I know what the government did was bad. (저는 이제 11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한 짓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요)”라는 메모를 남겼다.

알라배마 평화집회 준비위원들.

미시시피에서 편도 3시간이 넘게 걸려 부모님과 함께 참석했던 만 11살의 동갑내기 시영이도 “The only reason you didn’t save them is because of money. 300+ died. (아이들을 구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가 돈 때문이에요. 300명이 넘게 죽었어요)”라는 메모를 남겼다. 이제 글을 배우기 시작한 듯 보이는 만4살 남짓의 한 꼬마 아이도 한국 대통령에게 “You are mean. (당신은 비열해요)”라는 메모를 남겼다.

정의가 빨리 찾아오기를 희망합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참사 관련 알라배마 평화랠리 소식을 접하고 참석해 준 다른 국적의 알라배마인들 역시 한국 정부와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노란 종이에 적어 검은 리본을 완성하는 데 동참했다.

“We in the U.S.A. are so sad about your loss (미국에 사는 우리들은 가족을 잃은 당신들의 소식에 많이 슬픕니다)”, “I feel so sad. I hope they bring the truth to light. (아주 슬픕니다. 그리고 진실의 불이 밝혀지기를 희망합니다)”, “No matter what religious practice you hold dear, I pray blessings upon the change that you seek, and the justice that you deserve. (어떤 종교를 믿던 간에, 여러분들이 추구하는 변화와 마땅히 누려야 할 정의에 축복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I hope everything would be investigated. I pray for the passengers and the families. (모든 것이 철저히 규명되기는 희망하며,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I want the victims’ families to know that there are many Americans who support you and hope you can find peace after this terrible tragedy. (여러분들을 후원하는 미국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하고, 이 끔찍한 비극이 지나간 후에 평온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You deserve an investigation! We will not stop praying for you! (여러분은 진상규명을 받을 자격이 있고, 여러분들을 향한 기도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Our thoughts and minds are so sad on this side of the ocean over this. We grieve for loss of families and hope justice is done quickly. (바다 건너편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마음이 참으로 아픕니다. 가족을 잃은 분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정의가 빨리 찾아오기를 희망합니다)”라는 메시지, 그리고 알랜무어(Alan Moore)“People shouldn’t be afraid of their government, Governments should be afraid of their people (국민은 정부를 두려워해서는 안 되지만, 정부는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명언을 인용한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우수미 알라배마대 정치학 박사과정

미국= 우수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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