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동백나무 군락지 오동도에 만개한 동백꽃

진남관과 이순신광장에서 이순신 장군까지 만나는 봄나들이

봄이 가장 먼저 찾아드는 남도에는 꽃들이 먼저 계절을 반긴다. 봄이 내려앉은 여수 오동도는 동백꽃들이 탐스러운 꽃송이를 터트리며 봄맞이에 한창이다. 푸른 바다에 둘러싸인 동백의 섬 여수 오동도의 경치에 취하고 영웅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까지 만나보는 여수 여행, 그곳의 봄기운을 전한다.

글 · 사진 - 강정미(한국해기사협회 해바라기지 편집장)

가장 먼저 꽃봉오리를 터트리는 봄의 전령사 매화, 개나리에 이어 벚꽃이 흐드러지기 시작하면 봄은 절정을 이룬다. 하지만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며 봉오리를 터트리는 꽃은 따로 있다. 겨울에 피는 줄로만 알았던 동백꽃은 오히려 3월에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겨울을 이겨낸 동백꽃이 만발한 봄 한가운데의 여수 오동도는 붉은 꽃송이로 물이 들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여수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오동도는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섬의 모양이 오동잎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그러나 실은 동백나무 3,600여 그루가 있는 동백나무섬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동백나무 군락지로 알려진 오동도에는 동백나무 외에도 13여종의 난대성 희귀수목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화살을 만들기 위해 심었다는 해장죽(海藏竹)이 지금까지도 자라고 있다.

섬이지만 방파제로 이어져 섬 아닌 섬이지만, 여수 앞바다의 멋진 풍경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오동도이다. 섬의 밖에서 바라보면 해안선을 따라 해식과 풍화 작용으로 인해 해안에 만들어진 ‘해식애’ 절벽이 늘어서 있는데 소라바위, 병풍바위, 지붕바위, 코끼리바위 같은 이름이 붙은 기암들과 오동도의 전설이 내려오는 용굴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오동도로 들어서는 방파제는 15분 정도면 걸어서 여유 있게 건널 수 있지만, 편도 800원의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동백열차로 편안하게 이동할 수도 있다. 동백꽃이 예쁘게 그려진 아담한 동백열차는 오동도로 향하는 마음을 좀 더 설레게 해준다.

동백열차에서 내려 오동도의 동백을 만나러 가는 길, 가파른 계단을 넘어서자 금세 눈앞으로 꽃송이가 다가온다. 꽃봉오리와 활짝 핀 꽃송이, 송이째 떨어진 꽃잎까지 나무와 바닥 지천이 그야말로 동백꽃밭이다. 빽빽한 동백나무 숲의 푸르름과 황토빛 흙길이 어우러져 자연의 포근함도 물씬 느껴진다. 또한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탐스럽게 핀 동백꽃은 뚜렷한 색대비로 단연 돋보인다.

동백나무가 만든 터널 사이를 지나다보면 어디선가 투두둑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돌아보면 그 자리에 동백꽃이 떨어져 있다. 동백꽃은 꽃이 활짝 피면 송이째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피어있는 꽃도 아름답지만 바닥에 떨어진 동백꽃도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 산책길을 걷다보면 그 떨어진 꽃으로 하트나 별 모양을 만들어놓은 사람들의 흔적도 만나볼 수 있다.

동백꽃을 따라 걷다보니 오동도 등대에 닿았다. 오동도의 정상에 자리 잡은 등대지만 산책길을 따라가면 가파르지 않아 들러보기 좋고, 게다가 등대에는 전망대가 있어 여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봄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여수 바다와 여수 시내, 돌산대교, 여수엑스포전시장 풍경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쉽게 올라가볼 수 있고, 등대 옆에 마련된 전시관에서는 등대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등대에서 내려오면 작은 쉼터가 발길을 잡는다. 주인장이 동백꽃으로 곱게 꾸며놓은 장식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솔방울, 작은 소품들과 함께 꾸며놓으니 동백꽃의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듯하다.

다시 오동도의 동백에 취해본다. 3,000그루가 넘는 동백나무는 키도 다르고 꽃송이 크기고 다르고 피는 속도도 다르지만 그래서 오히려 지루하지 않게 동백꽃을 즐길 수 있다. 중간 중간 만나게 되는 대나무숲도 장관을 이루는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순신 장군이 심어 여태껏 자라고 있다니 기분이 묘해지기도 한다.

동백꽃을 따라가다 보면 해안의 명소도 만나게 되는데 해돋이전망대와 신선재, 용굴이 대표적이다. 오르내리는 길이 가파르고 제법 힘이 들지만, 경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해돋이 전망대는 KBS 1박2일팀이 다녀가서 더 유명해졌다고 하는 해돋이 명소로 새해가 되면 인파로 붐비는 곳이다. 바람이 휘돌아나가는 신선재는 거친 파도소리와 바람소리가 맞부딪히고 거대한 바위의 자태가 멋지다. 잠시 땀을 식히며 자연의 풍경을 즐기기에 좋다. 비가 오면 용이 내려와 물을 먹고 갔다는 용굴은 기암절벽 사이에 깊이 들어간 좁은 굴로 접근하는 길이 가파르지만 가까이 가서 볼수록 신기한 모습이다.

오동도를 한 바퀴 둘러보는 데는 쉬엄쉬엄 걸어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어느 곳보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동백꽃 아래를 걷는 기분은 아늑하면서도 포근했다. “그대만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동백꽃 아래 사랑하는 가족, 연인과 함께 걷는다면 더욱 좋을 것만 같다.

봄은 여수 곳곳에 내려앉았다. 여수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진남관(鎭南館) 앞마당에는 따뜻한 봄 햇살을 받고 매화가 활짝 폈다. 전라좌수영의 건물로 남쪽의 왜적을 진압하며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뜻의 진남관은 국보 제304호로 현재까지 남아있는 지방 관아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진남관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 본영으로 사용하던 곳으로 당시는 진해루라는 누각이었다. 진해루가 정유재란 때 소실되자 1599년(선조 32) 삼도수군통제사 겸 전라 좌수사로 부임한 이시언(李時言)이 전라좌수영 건물로 75칸의 거대한 객사를 지어 진남관이라 이름 짓고 수군의 중심기지로 사용하였다. 1716년(숙종 42) 불에 타버린 것을 1718년 전라 좌수사 이제면(李濟冕)이 다시 건립하였다.

통영에 있는 삼도수군통제영의 세병관(洗兵館)과도 닮아있는 사연과 모습이지만, 세병관이 정면 9칸인 것만 비교하더라도 정면 15칸인 진남관의 규모는 상당하다. 더욱이 진남관에서 여수 앞바다를 배경으로 이순신광장에 우뚝 선 이순신장군의 동상이 내려다보여 감회가 남달랐다.이곳에서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고민하고 사력을 다한 이순신 장군의 노고와 기개가 느껴진달까.

진남관 앞마당에는 임진왜란 때 왜적의 눈을 속이기 위해 돌로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세웠던 여수석인 1기가 남아 있다. 원래는 7기를 만들었으나 6기가 사라지고 유일하게 남은 것이다. 돌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던 조상들이 왜적의 눈을 속이고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망을 담아 돌을 깎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임진왜란을 이겨내고 여수를 넘어 전라도의 바다를 지켜낸 진남관과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진남관유물전시관도 함께 둘러보면 더욱 남다른 여행이 될 듯하다.

진남관에서 내려다보이는 이순신장군의 동상을 따라가면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이순신광장이 나온다. 넓게 조성된 광장 바로 앞에는 전라좌수영의 판옥선(거북선)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순신장군이 내려다보고 있는 넓은 광장은 여수시민들의 문화공간이자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다. 판옥선 내부는 당시 조선수군과 이순신장군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어 역사공부를 하고 이해를 돕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봄을 만나러 온 김에 역사공부도 하고 영웅 이순신장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니 뜻 깊다.

이순신광장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멀리 여수해상케이블카의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여수의 바다 위를 가르는 케이블카의 모습이 아찔하다. 맞붙은 선어시장과 해안도로도 둘러보며 여수의 봄을 더욱 만끽해 볼 수 있다.

유행가 덕에 더욱 유명해진 여수밤바다와 여수의 맛깔나는 음식까지 맛보면 여수 여행은 절정에 이른다. 봄이 아니라도 아름다운 여수지만, 봄이라서 더욱 아름다운 여수 여행은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4월, 오동도의 동백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꼭 한번 떠나보시길 권한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