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과 한국정치

반기문 총장은 모호한 ‘기름장어식’ 화법 버려야 김상진l승인2015.05.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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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영입을 거론하는 정당은 다음 대선에 필패

드디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한국정치 중심에 들어왔다. 사실 ‘반기문 대망론’은 정치권에서 오래된 얘기였다. 마땅한 차기 후보감을 못찾고 있는 새누리당 친박계에서 반기문 총장을 영입하려 한다는 설, 야권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키워준 반 총장이 유력한 제3의 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설들이 나돌았다. 그러나 대선은 아직 3년이 남았고, 반 총장의 임기가 2년이 남은 시점에서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언젠가는 나올 얘기였다.

필자는 반총장의 반응이 궁금해 11월5일 UN사무총장실 언론대응자료 원문을 몇 번이나 읽어보았다. 역시 그의 별명인 ‘기름장어(slippery eel)’ 다운 발표였다. 요약하면 ‘국내정치 관련 관심시사 보도는 아는 바도 없고, 사실이 아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으니 국내정치 보도를 자제해 주길 바란다’ 였다. 어디에도 차기 대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없었다. 모호한 화법이다. 마치 안철수 의원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주로 사용하던 화법을 떠오르게 한다. 이런 화법을 하는 이상 그는 다음 대선이 있기까지 끊임없이 최대의 변수가 될 것이며, 인기 또한 ‘반기문 신드롬’을 유지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의 UN사무총장 임기가 다음 대선 바로 직전인 2016년 말까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필자는 ‘반기문 대망론’을 보면서 왠지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그가 좋던 싫던 이미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파헤치기’에 들어갔다. 정치권을 접촉하였다는 그의 측근에 친인척의 명단까지 떠돌고 있다. 반 총장은 이미 한국정치에 위험한 수위에 접어들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 있었던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영광스러운 인물이 한국정치판에서 난도질당할 수도 있다. 작금의 과정을 보면서 필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총장과 우리의 정치권 인사들에게 말하고 싶다.

먼저, 반기문 총장은 모호한 화법을 버려야 한다. 혹여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둠으로서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자 하는 계산된 발언’이라면 당장 거두길 바란다. 발트하임(Kurt Waldheim) 전 유엔사무총장이 퇴임한 후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된 것을 염두에 둔다면 오산이다. 한국정치가 유엔사무총장을 모셔와 순수히 대통령을 만들어줄 수 있을 만큼 너그럽지 못하다. 또한, 발트하임이 오스트리아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나치 장교로 근무한 전력이 폭로되어 유엔사무총장을 지낸 영광스러운 이력마저 다 잃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본인의 단호하고 명확한 입장만이 유엔사무총장의 명예와 성공한 삶을 지키는 길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유능한 관료 출신들이 ‘시켜주길 바라는’식으로 정치를 접근하다가 실패한 사례는 고건, 김황식 전총리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정치권은 반 총장을 ‘정치적 필요에 따라 거론하는 후진성’을 버려야 한다. 반총장을 거론하여 정치적 이득을 보고, 인기가 시들해지면 버려버리는 냉혹한 정치적 술수는 우리가 배출한 세계적인 인물을 잃을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현재 반총장 영입을 말하는 정당은 대선을 승리할 수 있는 마땅한 후보가 없음을 반증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외부에서 영입을 주장하다 대선을 승리한 정당이 있었던지 반문해 보자. 오히려 자당의 후보들을 군소후보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다시 명확히 말하면, 반기문 영입을 주장하는 정당은 다음 대선에서 필패일 뿐이다.

필자는 오래전, 미국 워싱턴DC의 중심부에 우뚝서있는 링컨(Abraham Lincoln) 메모리얼과 제퍼슨(Thomas Jefferson) 메모리얼 탑을 보고 왜 미국이 세계1등 국가를 자처하는지 느낄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그들은 인물을 키우고 스스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3대 대통령 제퍼슨은 하녀여인과의 사이에 6명의 자식이 있었다는 사실이 구설수에 올랐지만 아직도 메모리얼 탑은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다민족 이민국가 미국인들은 영웅을 만들고 있었으며, 그 자긍심이 역사가 짧은 미국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었다. 한국정치가 배워야할 대목이다.

김상진 정책연구소 성장과나눔 대표

 

김상진  ksjknif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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