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방' 통로-도술 부리는 생쥐

한정선의 금수회의록 한정선l승인2015.05.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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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림한정선 글 그림

숲에서 가장 날랜 생쥐가 족제비에게 덜미를 잡혔다. 생쥐는 박쥐로부터 많은 양의 곡식주머니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박쥐가 숲의 관리자가 된 생쥐사촌들에게 곡식을 몰래 갖다 주었다고 밝혔을 뿐만 아니라, 곡식을 기부하라고 회유했던 생쥐들의 이름과 기부한 곡식수량을 광장 큰 바위에 써놓고 죽었기 때문이었다.

“네 집에 있는 그 많은 곡식은 박쥐한테 받은 것이지.”

족제비가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한 추궁을 시작했다. 생쥐의 굴을 발칵 뒤져 많은 곡물 더미를 찾아낸 연후에 하는 추궁이었다.

“저는 박쥐라는 자를 본 적도 만난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누구한테든 낱알 한 톨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제 집에 있는 곡물들은 제가 평생 갈고 닦은 도술로 얻은 것입니다.”

생쥐가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말했다. 생쥐는 뜀뛰기와 달음질의 명수였고, 갈퀴발톱으로 터널을 파는 기술도 있었다.

“그럼 다른 골방의 것들도 도술로 얻은 것이란 말이냐.”

족제비는 생쥐 집의 또 다른 곳간에 산더미같이 쌓인 벼에 대해 다그쳤다.

“그것은 제 마누라의 것입니다. 제가 숲의 곳간에서 매일 벼를 조금씩 집으로 가져갔는데, 마누라가 그것을 나 모르게 따로 모았다고 합니다.”

생쥐는 최근에 마누라한테 듣고서야 알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 다음, 족제비의 발 앞으로 바짝 기어가 가진 것을 모두 줄 테니 한 번만 놓아달라고 앞발을 비볐다.

“숲의 재산을 빼내는 도가 텄구나.”

족제비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번졌다.

족제비는 생쥐를 물고 동물들이 기다리고 있는 광장으로 갔다.

“여기서 네 도술과 진실을 보여주어라.”

족제비의 발톱이 생쥐의 꼬리를 톡 쳤다.

“전 정말 깨끗합니다. 세상에서 진실을 이기는 것은 없습니다.”

생쥐가 말했다. 그리고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보르르 벽을 타고 기어 올라가 구석진 곳의 갈라진 틈새로 쏙 들어 가버렸다. 그 틈새로 난 비좁은 구멍은 광장 밑의 시궁창으로 이어졌고, 시궁창은 생쥐의 미로와 연결된 여러 갈래의 컴컴한 통로였다.

족제비는 더 이상 생쥐를 쫓지 않았다.

한정선  helim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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