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춤추는 날

한정선의 금수회의록 한정선l승인2015.05.2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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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림 한정선

날개를 달고 싶어 하는 일개미가 있었다.

마침내, 일개미는 베짱이한테서 산 날개를 달고 날개미가 되었다. 날개미는 날개를 몹시 아꼈다. 오랫동안 모아온 많은 양의 낱알과 바꾼 날개였기 때문에, 애벌레의 오물이 날개에 튀었을 때는 어떤 날개인데 라고 소리치며 그 애벌레 등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베짱이는 금세 멋진 새 무늬날개를 만들어 팔았다. 예전의 날개보다 몇 배나 값이 비쌌다. 날개미가 가진 것으로는 턱없이 모자랐으므로 날개미는 친구일개미에게 낱알을 꾸어 샀다.

“헌 날개로는 잘 날지 못해요?”

새끼개미들이 헌 날개를 떼어두고 새 무늬날개를 단 날개미에게 물었다.

“아냐, 헌 것으로도 잘 날 순 있어. 그러나 싸구려를 달면 싸구려로 보인단다.”

날개미가 대답했다.

날개미는 늘 새 날개로 바꿔달기 위해 잘록한 허리를 더욱 졸라매고 쉴 틈 없이 일을 했다. 새끼개미들이 선반의 악기를 내려 연주해달라고 하면 잠도 못 자게 한다고 짜증을 냈다.

빚을 갚느라 허덕이는 날개미의 가느다란 허리가 어느 사이 활처럼 굽어 있었다.

베짱이가 날개미에게 새롭게 만든 초록 망토날개를 펼쳐보였다. 당장 초록날개를 사지 못한 날개미는 갑자기 배가 텅 빈 것처럼 허기를 느꼈다. 어서 낱알을 모을 생각에 조급해진 날개미가 굽은 허리를 폈다.

그때, 똑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허리 부러진 소리였다.

날개미는 이를 악물고 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끊어져 대롱거리는 아랫도리가 만근이었다. 개미의 윗몸이 땅으로 툭 떨어지면서 날개도 바스라졌다.

“아, 초록날개.“

숨이 멎는 순간, 개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한정선  helim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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