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헤엄을 치는 쏘가리

한정선의 금수회의록 한정선l승인2015.06.0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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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림한정선

강의 왕인 늙은 쏘가리가 옆구리헤엄을 치고 있었다. 작은 물고기들이 쏘가리 곁으로 몰려들어 옆구리를 흔들어대는 까닭을 물었다.

“뱃살 빼는 운동 중이다. 방해하지 말고 물러가라.”

옆구리헤엄이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아 미칠 지경인 쏘가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쏘가리가 옆구리헤엄을 치게 된 것은 참게 때문이었다.

여느 때, 쏘가리는 강의 규칙을 어기고 늘 옆길로 쏙 빠져 달아나는 참게를 몹시 괘씸하게 여겼었다. 강의 규칙은 앞으로만 다녀야 하는 것이었다. 쏘가리는 참게를 붙잡고 강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의 본보기로서 집게발 한 개를 자르려 했다. 그러자, 참게가 황급히 낮은 소리로 말을 얼버무리고는 뜸을 들였다.

“제게 남들이 알면 안 되는 특급비밀이 있사온데... ”

쏘가리는 물고기들을 물리치고 참게의 비밀을 들었다.

“처음엔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느라 옆길로 샜습니다. 그러나 나중엔 옆길에서 불사약인 오색고기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돌아가신 제 조부님께 들었사온데, 그 고기를 먹으면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 합니다.”

참게가 거품을 삼키느라 말을 끊었다.

“그런데, 그것을 놓쳤지 뭡니까. 오색고기를 잡기만 하면 쏘가리님께 갖다드리려고 죽을힘을 다해 찾고 있는 것입니다. 쏘가리님께서도 옆구리헤엄으로 다니시며 넓게 보시면 오색고기를 금방 찾으실 겁니다.”

말을 마친 후, 참게는 절대로 비밀이 새나가선 안 된다고 부탁했다. ‘불사의 고기가 있다는 것에 귀가 번뜩 뜨인 쏘가리는 눈알을 뒤룩거리며 비밀을 지킬 것을 다짐하고 참게에게 특별히 옆걸음을 허락해주었다.

쏘가리는 보다 넓게 보기 위해 눈알을 뒤룩거리며 열심히 옆구리헤엄을 쳤다. 언뜻, 쏘가리의 눈에 바위 옆의 긴 수초 사이에서 줄무늬고기가 보였다. 쏜살같이 달려가 칙칙 휘감기는 수초 가닥을 헤치던 순간, 바위 모서리에 배를 찔렸다. 쏘가리는 숨이 멎기 직전, 내장이 터진 통증 속에서 무언가를 깨달았지만, 후회와 보복감이 뒤엉킨 채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참게들은 강의 규칙을 바꾸고 앞으로 옆으로, 또는 뒤로, 즐거운 횡보를 하고 있었다.

한정선  helim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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