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소년과 늑대

한정선의 금수회의록 한정선l승인2015.06.1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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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림 한정선

 "늑대가 나타났다.”

양치기소년은 마을을 향해 소리쳤다.

마을사람들이 갖가지 연장을 들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늑대는 조금 전에 숲으로 달아났어요.”

소년이 칙칙한 숲을 가리켰다.

마을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쉬고 돌아갔다.

얼마 후, 양치기소년의 목소리가 또 마을을 흔들었다.

마을사람들은 '늑대를 때려잡자'는 구호를 외치며 뛰어갔다.

 “이걸로 늑대를 쫓았어요.”

소년이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마을사람들은 늑대를 잡지 못한 것을 분해하며 터덜터덜 돌아갔다.

 "늑대다."

몇 달 뒤, 양치기소년의 다급한 외침이 온 마을에 울렸다.

마을사람들은 일손을 놓고 떼 지어 몰려갔다.

 “늑대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했어요.”

눈물을 닦는 양치기소년의 손등에는 상처가 나 있었고, 윗옷은 늑대의 발톱에 찢겨 너덜거렸다.

마을사람들은 양떼를 지키느라 고생한다며 양치기소년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제 깊은 원한에 사로잡힌 그들은 집에 돌아가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지긋지긋한 늑대를 향해 이를 으득으득 갈았다.

그 뒤로도 늑대는 이따금 잊을 만하면, 또는 마을에 흉흉한 일이 있기만 하면 나타나곤 했는데, 마을사람들은 양치기소년이 부를 때마다 습관처럼, 훈련이 잘된 개처럼 어김없이 벌떡 일어나 우르르 몰려갔다.

한정선  helim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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