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뱀을 우러러보는 오리들

한정선의 금수회의록 한정선l승인2015.06.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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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림 한정선

오리들이 불룩해진 보아 뱀의 배를 보고 뱃속에 무엇이 들어 둥둥한 거냐고 물었다.

“하늘이 들어와서 그래.”

보아 뱀은 하늘을 향해 혀를 널름거렸다.

보아 뱀의 대꾸에 아무 말이 없던 오리들은 잠시 후, 보아 뱀 속의 하늘도 파란색일 거라고 떠들었다.

오리들은 사슴이 보아 뱀의 큰 입 속으로 들어갔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사슴이 내 안으로 들어왔었지. 내 풀밭엔 맛있는 풀이 자라거든.”

보아 뱀이 시원스럽게 인정했다.

순간, 오리들의 후련해진 머릿속에 짙푸른 풀밭이 펼쳐지고 풀잎 사이로 풀벌레가 날아다녔다. 오리들이 유쾌하게 웃었다.

한 오리가 혼자 멀찍이 선채, 보아 뱀이 어떤 사람을 삼키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떠듬떠듬 말했다.

“아, 술 취해 길에 누워있던 남자 말이지. 내 안에서 하룻밤 포근하게 자고 갔지.”

보아 뱀의 대답이 사근사근했다.

오리들은 보아 뱀의 마음 씀이 고마워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전, 오리를 덮치려던 삵이 보아 뱀의 트림 소리에 놀라 후다닥 도망쳤었다. 그때부터 오리들은 보아 뱀을 우러러보기 시작했는데, 그 뒤로도 크고 작은 짐승들이 오리들 곁을 얼쩡대다 보아 뱀을 보기만 하면 달아나곤 했으므로 오리들은 보아 뱀을 자신들의 수호신이라 믿게 되었다.

“그럼 그 안에 연못도 있겠네요?”

오리들이 보아 뱀 앞으로 뒤뚱뒤뚱 다가섰다.

“암, 물고기도 많아.”

보아 뱀이 눈웃음을 쳤다.

오리들은 연못의 즐거운 자맥질이 떠올라 꽥꽥 환호성을 질렀다.

“들어와 사냥할래?”

보아 뱀이 입을 떡 벌렸다.

오리들은 보아 뱀 속의 연못에 얼른 뛰어들고 싶어 서로 몸을 밀쳐댔다.

한정선  helim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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