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지금, 무엇을 살리려고 하나

3권 분립 정국 파행,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 이영일 객원칼럼니스트l승인2015.06.30 10:3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중국 춘추시대의 시경(詩經)에는 형제혁장외어기모(兄弟鬩牆外禦其侮)라는 귀절이 나온다. 형제가 담장안에서는 서로 싸우다가도 외부로부터의 업신여김이나 공격을 받으면 싸우던 형제들이 힘을 합쳐 이 공격을 막아낸다는 뜻.

지금 우리 사회는 듣도 보지도 못했던 메르스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공격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하루하루가 고단하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초기부터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대면서 안타까운 국민들의 죽음을 경험해야 했다.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국민들은 마스크로 입을 가린 채 불안한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이런 판국에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초등학생들도 본능적으로 실천할만한 이 '시경'의 가르침조차 모르는 듯, 되려 정치적 내분을 고스란히 국민들 앞에 자랑인 듯 선보이고 있다. 다들 어디서 산삼이라도 캐 드셨는 듯 저런 기운이 도대체 어디서 나는 건지 국민들의 마스크 쓴 입과는 달리 하루이틀도 아니고 연일 배신이 어떻고 심판의 정치가 어떻고 하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이 형국앞에 참으로 피곤하다 못해 짜증이 날 지경이다.

대통령을 위시한 청와대와 친박계가 자기 당 원내대표를 쥐 잡듯 몰고, 유 원내대표는 마치 여왕에게 조아리듯 대통령에게 죄송하다며 사실상 용서를 구하는 이 희한한 집권여당의 내분 양상은, 보는 사람이 다 민망할 정도다. 지금이 왕정 시대도 아닌데 대통령의 거부권이 나오자 명색이 국민의 대표자라는 여당의 국회의원들이 국회법 개정안을 없던 걸로 하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집안 단속 잘못한 책임이야 따지고 보면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 것인데,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아무리 같은 당이라 해도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부 의원들에게 고압적이고 신경질적인 태도로 대하는 이 광경은 도대체 상식선상으로는 도통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 광경을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 볼 수 있을법한 모습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 구사하는 단어에 정치적 배신, 국민적 심판이 오르내리고 왕의 호통앞에 꼬리내리는 신하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지금, 이 정부와 여당의 관계는 지금 이 정부의 정치 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상적인 정치적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오죽했으면 보수언론들 조차도 청와대와 여당이 앞장서서 정국 파행을 이끄는 기상천외한 사태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을까.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대통령은 지금 무엇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국민들이 생명을 잃었고 또 살아있는 국민들은 새로운 적앞에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데, 지금 저들은 무엇을 위해 어떤 명분으로 저같은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인지, 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정말 믿을만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이영일 객원칼럼니스트

 

이영일 객원칼럼니스트  ngo201@hanmail.net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영일 객원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아 02638  |  등록일자 : 2013년 5월 8일  |  회장 : 이정우  |  발행인 : 설동본  |  편집인 : 강상헌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