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들의 천국

한정선의 금수회의록 한정선l승인2015.07.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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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림한정선

돌섬에 게 수가 부쩍 줄어 갯벌이 묘지처럼 괴괴했다.

밀물 썰물에 쓸리며 사는 게들은 앞날이 막연해 아기를 낳지 않았고, 살림살이가 팍팍한 나머지 짝짓기마저 기피했다.

“일꾼이 없으면 우리 게 나라는 망합니다. 출산율을 높일 대책이 시급합니다.”

대표 게들이 너럭바위 밑에 모여 긴급회의를 한 끝에 거의 만장일치를 본 출산장려정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자녀를 많이 낳는 다산가정은 좌우로 스무 걸음만큼, 땅이나 집을 무상에 가까운 값으로 지원해드리겠으며, 고생하시는 근로자분들을 위해 휴가도 늘리겠습니다.”

일 게들은 부유해질 꿈에 부풀었다. 고된 일에도 고단함을 잊었고, 집에 돌아가면 앞일과 뒷일을 젖혀두고 짝짓기를 했다.

몇 해 후, 갯벌은 게가 발 디딜 틈 없이 바글댔다. 게 천국이었다.

그러나 게 수가 급격히 늘면서 식량이 남아나지 않았다. 게들은 아무 집이나 털었고, 힘센 게는 약한 게의 밥을 빼앗았다. 갯벌은 게들이 집게발싸움을 벌이는 전쟁터로 변했고, 터널이 천 갈래 만 갈래로 뚫은 갯벌 속은 밀물 때마다 푹푹 꺼져내려 곳곳이 천길 수렁이었다.

“한 자녀 이상 낳으면 야만입니다.”

대표 게들이 서둘러 산아제한정책으로 바꿨다. 한 자녀 이상 낳으면 벌금을 물리고 이율을 높여 땅을 도로 거두어들였으나 게 수는 줄지 않았다.

돌섬 갯벌이 게 서식지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몰려왔다. 사람들은 게를 양동이에 주어담으며 이제 얼마안가 갯것마저 씨가 마르겠다고 울상을 했다.

한정선  helim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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