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

애국법서 자유법으로 전환한 ‘미국’과 사건 덮는데 급급한 ‘한국’ 미국=우수미 특파원l승인2015.08.1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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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국가와 사라진 이슈

지난 7월 마지막 2주간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해킹팀(Hacking Team)'이라고 하는 이탈리아 해킹업체로부터 인터넷과 휴대폰 도감청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구입해 국내 도감청을 목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한국 사회를 강타했던 이 이슈는 어느 순간 SNS에서 종적을 감췄다. 전염병에 대한 국가방역체계에 구멍이 나서 분노가 끓어올라도, 국가가 불법적이고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알려져도, 일부 책임자 처벌 수준으로 진화되고 관심이 사그라져 버리니,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은 늘 데자뷰처럼 반복된다.

정부기관의 감시가 외부의 적이 아닌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국가의 안보가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국민으로부터 지켜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니 누구를 위한 안보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고, 치안유지가 아닌 정권유지를 위한 안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국가안보의 명분 하에 자행되는 무분별한 정부의 감시 속에 감시대상으로 전락되어 버린 국민은 자기검열을 통해 의사표현을 제한 받고, 위축되어버린 개개인의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은 흔들린다. 그리고 정부권력은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지만 정작 국민은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희망을 갖지 못하고 분노조차 잃어버린 국민들은 절망의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정부기관이 오히려 모든 국민들을 언제든지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는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며 기업과 결탁해 국민 전체를 감시하는 국가감시(state surveillance)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일당 독재 체제의 국가도 아니고, 불법에 무차별적으로 무분별하게 자행된 정부의 내국인 사찰에 대해 이렇게 좌시하는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는 거의 없지 않을까?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은 뽑아준 주권자는 안중에도 없이 대통령 앞에서 꼬리나 흔들어대고 병정 놀이 하는 여당과, 의지도 능력도 없이 뒷북만 치는 야당과, 독립성을 상실한 법원과, 정권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국가인권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하나같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민주국가다.

빅데이터시대의 정보수집활동의 문제점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속에 생성되는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는 상품으로 거래되기 시작됐다. 축적된 빅데이터(Big Data)를 통해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빅데이터는 정치인 선거캠프(ex. 2012년 미국 오바마 대선캠프), 기업의 성공전략(ex. 아마존), 공공기관의 공적 업무 처리 등으로 활용도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상대국의 행동을 예측 대응해서 승리하는 21세기 총성 없는 정보전쟁에서 반드시 보유해야 할 총알이 되었다. 세계각국이 자국의 정보 보완과 타국의 정보 수집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반도 외적으로는 최강 정보력을 보유한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가야 하고, 한반도 내적으로는 남북한간 첨예한 군사적 대치가 지속되고 있는 한국에서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수집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문제는 첫째 정부의 무차별적 정보수집이 국가의 안보가 아닌 정권의 안위를 위해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 불법적으로 비밀리에 자행되고 있는 정보기관의 명백한 월권행위에 대한 규제, 감시, 통제가 전혀 없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 당하고 있다는 점이고, 셋째 자유보호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산업사회의 아날로그적인 사생활 보호 노력이 정보통신사회의 개인정보유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이고, 넷째 근본적으로 문제해결이 되지 않고 빵꾸 나면 때우는 임기응변식 대처로 얼렁뚱땅 넘어가다 보니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같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2013년 미국에서도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개인을 무리하게 감시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적이 있다. 지난 2년 동안 미국인들은 이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져왔고, 테러와의 전쟁 중에라도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상원과 하원에 지속적으로 알려왔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으로 2015년 정부의 무차별적 개인 정보수집의 근간이 되었던 애국법이 마침내 자유법으로 바뀌었다. 이 글은 미국에서 시민들의 자유를 침해하던 정부의 감시 활동을 제한하는 법안의 통과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한국 국정원 개인정보 침해 문제에 대해 우리가 응용할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해보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2013, 미국 국가안보국(NSA) 도청 파문

프리즘(PRISM)은 다양한 테러 계획들을 사전에 입수하여 대처한다는 목적 하에 미국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이하 NSA)이 시민들의 사전 동의 없이 이메일과 SNS, 전화 등을 통해 사생활 정보를 수집해 온 내부 비밀정보수집시스템으로, 2013년 NSA와 미국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 이하CIA)에서 계약직 컴퓨터 기술자로 일했던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의 폭로로 인해 드러나게 되면서 인권 침해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스노든이 폭로한 문건을 분석한 결과, NSA는 미국 시민들과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등 전세계적으로 미국 안보에 관련된 의심인물만이 아니라 각국 정치, 외교, 경제 인사들까지 감시해 왔으며, 한국 역시 자유무역협정(FTA), 북핵6자회담, 전시작전통제권 등 한미 양국간의 민감한 현안들이 거론되던 2007년에 NSA의 감청대상이 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NSA의 정보수집활동에 대해 미국 연방 1심 법원인 워싱턴 D.C. 지방법원이 2013년 12월 16일 위헌으로 판결하고, 미국 백악관의 대통령 자문단도 NSA의 수집 활동에 엄격한 기준과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권고하는 등 정보기관의 개혁과 정보수집 활동 규제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자, 미국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스노든의 폭로 7개월만인 2014년 1월 17일 동맹국 정상에 대한 감청을 중단하고 통화기록 수집에 대해 법원 허가를 의무화 하는 등 정보 수집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NSA개혁안을 발표했다.

또한 이 사건에 대해 2013년 12월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던 뉴욕 남부지구 연방지방법원의 1심 결과도, 2015년 5월 7일 미국 제2 순회 연방항소법원이 NSA의 무차별 통신정보 수집에 대해 의회에서 승인한 범위를 넘어섰고, 따라서 애국법 215조의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함으로써 뒤집어졌다.

2001, 미국 911테러와 미국 애국법 (Patriot Act)

2001년 9월 11일에 있었던 911테러(the September 11 attacks)와 일주일 뒤인 9월 18일부터 10월 9일까지 워싱턴, 플로리다, 뉴욕 등에서 발생해 5명의 사망자와 17명의 부상자를 냈던 탄저균테러(the 2001 anthrax attacks)는 국가안보와 사회안전망 확보라는 목적 하에 미국 사회를 크게 변화시켰다.

2001년 애국법이 통과되어 국가안보활동에 대한 예산이 크게 증액되었고, 정보기관들의 정보활동 권한도 크게 확대되었으며, 미 본토에 대한 테러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2002년 22개의 정부 부처를 통합한 국토안보부가 설립되었고, 2004년 정보개혁테러방지법이 제정되어 독립적으로 활동하던 16개의 정보기관들을 통솔하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정보국(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이하DNI)이 신설되었다.

NSA의 무차별 통신정보 수집의 근거가 바로 이 애국법이었다. 2001년 10월 23일 짐 센선브레너(Jim Sensenbrenner) 공화당 하원의원에 의해 발의된 이 법은 10월 24일 하원(찬성: 357; 반대: 66)과 10월 25일 상원(찬성: 98; 반대: 1)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고, 10월 26일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이 법은 이주민을 무기한적으로 구금하는 것과 사용자의 동의 없이 자택과 사업장 등을 수색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으며, 테러방지라는 명분 하에 전화, 이메일, 의료기록, 재무기록 등 법원의 명령 없이는 불법이었던 정부의 개인 정보 감시 활동에 대한 감시권한을 대폭 강화시키면서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훼손 논란을 가져왔으며, 미국 연방 법원에 의해 여러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규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에 따라 애국법이 만료예정이었던 지난 2005년 미국 상원에서 애국법의 수정을 요구하는 개정안이 통과되었으나, 애국법 원안의 고수를 주장하는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연장안과 상충되어 조정된 결과, 상원에서 제기한 수정 조항이 대부분 제거된 상태의 애국법 연장안이 2006년 3월 의회를 통과하게 되었다. 이후, 2011년 5월 26일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이 애국법의 연장안에 또 서명함으로써 이 법의 효력은 2015년까지 5월 31일까지 계속되게 되었다.

2015, 미국 애국법에서 자유법(Freedom Act)으로

그러던 2013년의 스노든 폭로는 테러방지라는 목적으로 법원의 허가 없이 자행되던 정부기관의 무차별 통신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대체 법안인 자유법(Freedom Act)의 도입 요구를 거세게 만들었다. 자유법은 정부의 무분별한 통신기록 수집 권한은 금지시키는 대신, 테러용의자를 상대로 한 이동식 도청(roving wire taps)과 연방법원의 허가 하에 통신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통신기록의 개별적 확보는 여전히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2015년 5월 7일에 있었던 미국 제2 순회 연방항소법원의 NSA의 무차별 통신 정보 수집에 대한 위법 판결의 영향때문인지 자유법안은 5월 13일 하원(찬성: 338; 반대: 88)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그러나 상원에서 애국법의 연장안은 부결되던 5월 23일, 자유법안 역시 가결에 필요한 찬성 60표를 넘지 못하고 부결(찬성 57표, 반대 42표)되고 말았다. 그 후, 상원에서 자유법을 애국법의 큰 틀 속에서 개인 사생활 침해 문제만을 해결하는 형태로 수정하여 표결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상원의 일방적인 법 개정에 대한 하원의 강력한 반대로, 6월 2일 다시 원안대로 표결에 부쳐져 마침내 상원(찬성: 67; 반대: 32)을 통과하게 되었다.

비록 자유법이 여전히 외국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테러와 관계가 없는 시민들도 감시대상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는 있지만, 미국 시민들의 자유 침해에 대한 정부 감시 활동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통과 당일 오바마 대통령은 “마침내 미국 자유법이 상원을 통과했으며, 이 법이 미국 시민의 자유와 국가 안보를 지키게 될 것이다 (The Senate finally passed the USA Freedom Act. It protects civil liberties and our national security)”고 환영사를 밝히며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2015년 6월 1일자로 만료된 애국법 조항들은 6월 2일부로 자유법 조항들로 대체되었다.

자유법을 둘러싼 초당파적 논의

미국에서 자유법이 통과된 과정을 보면 국가 안보와 시민의 자유보호 사이의 절충안을 두고 의원들간 분열양상이 나타났다. 자유법에 대해 다수 민주당 소속의원들과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나타내고 공화당 지도부에서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긴 했지만,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현실에서 이 법안이 통과됐다는 것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법안에 대한 지지입장이 적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사실 정보감시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은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낸 적이 없으며, 자유법에 대한 논의는 미국 양당의 대립구도에서 나타났다기 보다는 당파를 초월해서 다양한 입장을 표명하는 개별 의원들에 의해 정보기관의 감시 역량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미국시민의 자유를 보호하는데 포커스를 맞춰서 진행되어 왔다고 보는 것이 맞다.  

예를 들어, 공화당 랜드 폴(Rand Paul) 상원의원은 NSA가 미국 시민들을 감시해 온 것은 미국인들을 상습범 취급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안전한 미국을 만들어야 하지만 감시국가가 미국인들의 삶과 자유를 보호해 주지는 않는다는 입장 하에 애국법이든 자유법이든 어떠한 형태의 감시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반면, 같은 당 댄 코츠(Dan Coats) 상원의원은 NSA가 테러 방지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미국인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반영해 합법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절대 911이전의 체제로의 복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입장차이가 나타나는데, 현재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참여중인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는 2001년, 2006년, 2011년 3차례에 걸쳐 애국법 시행과 연장에 반대하고, 2013년 NSA와 FBI의 감시활동을 제안하는 법률을 발의하는 등 국가안보를 위한 정부활동이라고 할 지라도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비합법적 수색은 거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무장관 출신의 또 다른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은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며 NSA 감시활동에 찬성투표를 해 왔으나, 최근 미국의 시사 월간지 더 아틀란틱(The Atlantic)에 실린 인터뷰를 보면 여론을 인식해서인지 NSA가 좀 더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활동해야 하며, 국가안보와 개인의 자유 사이의 보다 나은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회가 한국국회와 다른 점은 첫째 어떠한 의제든 당론에 따라 이탈표가 거의 나지 않는 투표행태를 보이고 있는 한국의원들과 달리 미국의원들은 개개인이 하나의 입법기관으로서 소신과 원칙을 나름 잘 지키고 있는 듯 초당파적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이고, 둘째 국가의 안보와 미래에 대한 분명한 원칙 없이 여론에 따라 오락가락하거나 정권유지에 이용되는 정보기관의 활동에 대해 눈감아주거나 혹은 정보기관의 불법정보수집 활동을 거래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한국의원들과 달리 미국의원들은 정보기관이 정권유지가 아닌 국가의 안보를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한편 그 원칙과 방향이 지켜지는 한 정보기관의 감시역량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개인의 자유도 함께 보호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국가 안보와 자유권 보호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2015년 3월 16일자와 5월 29일자 조사에 따르면, 테러로부터 안전을 유지하는 이유 때문에 시민의 자유가 희생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2004년 12월 60%에서 2014년 74%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지키는 것보다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미국인들이 스노든 폭로가 있었던 2013년을 제외하고는 늘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미국정부의 감시 활동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지만, 미국 내에서는 정부감시활동에 우호적인 것이다.

물론 정부감시활동에 대해 반대(54%)가 찬성(42%)보다 높지만, 이는 미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정보수집에 대한 반대지, 정부의 감시대상이 일반 미국 시민이 아니라 테러용의자(82%), 미국지도층(60%), 외국지도층(60%), 외국인(54%)이거나, 일반 시민이라고 하더라도 범죄, 테러, 폭력에 잠재적으로 관련성이 있을 포르노 사이트 방문자(77%), 이교도를 반대하는 설교가 담긴 이메일을 주고 받는 자(68%), 반미단체와 연관된 사이트 방문자(67%), 파괴적 자동화 무기와 연관 검색을 한 자(65%), 비일상적인 은행출금을 한 자(51%), 파일을 숨길 목적으로 암호화 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자(49%), 미국 지도자들에 대해 SNS에 증오하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팔로우(follow)를 한 자(49%)면 괜찮다는 의견이 다수다.

9.11 테러로 미국 본토가 공격받고 난 이후 국가 안보는 미국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많은 미국인들은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면 개인의 자유가 보장받지 못한다고 여기기 있고, 그 때문에 정부의 정보수집 활동에 대해 그리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국가 안보에 대한 강조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약화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그런 우려에서 나온 것이 자유법이다. 사실 자유법이 다른 나라 국민들의 사생활 침해에는 관심이 없는 법이지만, 만료된 애국법의 국가 안보 조항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시민들의 사생활 보호 부분이 많이 보완된 법이라, 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국가 안보의 필요성 사이에 일정 정도 균형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국정원 개혁을 위한 제언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어느 정도의 안전을 위해 어느 정도의 자유를 포기하는 사회는 안보도 자유도 가질 자격이 없으며 둘 다 잃게 될 것이다 (Any society that would give up a little liberty to gain a little security will deserve neither and lose both)”고 했다. 국민의 자유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국가안보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국민의 사생활이 침해 받고 인권 보호가 경시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행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가 안보와 시민의 자유 사이에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해야 할 것이다.  

첫째, 누구를 위한 안보인가? 대한민국은 외교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 하고, 군사적으로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 안보를 위해 정보역량을 강화해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유권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자유권 침해가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안보의 대상은 명확히 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안보의 감시대상이 자국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정원의 국내정보수집은 원칙적으로 폐지되고, 미국의 CIA와 같이 순수 해외정보기관으로서 해외 대북 첩보활동에 주력해야 하며, 국내 정보수집은 해외, 대북 관련 정보만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둘째, 신뢰할 수 있는 정보기관인가? 미국인들의 국가 안보를 위해 사생활 침해가 가능하다는 응답은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에 기초한다. 반면 우리 국정원은 중앙정보부(1961-1980), 국가안전기획부(1981-1998), 국가정보원(1999-현재)으로 이어져 오면서 집권 권력자들의 정권유지를 위한 무리한 공안수사로 인권탄압과 민주주의 왜곡에 앞장서왔으며, 최근에도 대선개입 여론조작사건, 정상회담록 무단공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등 불미스러운 국내정치의 개입으로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했다. 과거의 원죄 때문에 국가의 정보 역량을 노출하거나 훼손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국정원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서라도 정치적 목적으로는 어떤 정보활동도 하지 못하도록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셋째, 합법적 활동인가? 21세기 정보전에서 승리하려면 정보역량 강화는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국가 안보를 위한 활동이라도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정보기관의 첩보 활동이 언론에 공개될 필요는 없지만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 정확한 실태가 파악되고 내부적으로 투명성은 유지되어야 하며, 적법 절차를 밟더라도 비밀스러운 첩보 활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심각해지는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여 정당한 정보수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감청이 불가능한 현행법의 허점을 보완하고, 감청 허용 범위를 엄격히 정하고, 감청금지 위반 혹은 불법 도청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감사위원회 설치해 오남용을 방지하며, 국회 정보위원회의 감시와 통제를 받게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넷째, 국정원에 대한 외부통제가 실효성이 있는가? 정보기관의 비밀성과 전문성 때문에 준법성과 책임성이 훼손당하지 않으려면 정보기관을 상시적으로 감시, 점검, 보완하는 전문적 독립기관(ex. 미국 감찰관제 Inspector-General, 캐나다 보안정보 검토위원회 Security Intelligence Review Committee)을 설립해야 한다. 국정원에 대한 체계적 통제가 작동하지 않을 때, 정보기관의 불법활동과 정치개입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전문독립기관 설치와 더불어 국정원 수사권 행사에 대한 검찰통제(ex. 국정원 유치장 감찰, 수사착수 보고, 수사지휘 강화)와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통제(ex. 예산안 첨부서류 제출 의무화, 용도 외 사용금지, 매 분기 회계보고 의무화)도 강화해야 하며, 정치적 중립성, 인권 존중, 적법절차 준수, 공정성을 위반하고 정치활동, 불법감청, 위증, 부당한 증언거부를 한 직원을 처벌하도록 하여야 한다.

개인의 자유권은 결코 단발성으로 지켜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1) 정권유지가 아닌 국가의 안보와 미래라는 명확한 방향성 아래, (2) 신뢰를 회복한 정보기관이, (3) 적법한 활동으로 정보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4) 정보기관이 불법활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감시를 지속할 때만이 국가안보를 지키며 기본권을 침해 당하지 않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우수미 특파원  woosum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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