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큰 원숭이

한정선의 금수회의록 한정선l승인2015.08.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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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림한정선

주먹 큰 아비원숭이가 나무 위에 앉아 한 다람쥐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다람쥐는 쪼르르 달려와 두리번거리더니 큰 나무 밑동 옆에 구멍을 파고 무언가를 집어넣은 다음 낙엽으로 덮고 사라졌다.

아비원숭이가 펄쩍 뛰어 내려가 다람쥐의 구멍을 털어 올라왔다. 그것은 알밤 두 움큼이었다. 아들원숭이는 다람쥐 집 쪽을 흘낏거렸다.

“걱정할 것 없다. 다람쥐들은 돌아서는 순간 잊어버린단다.”

아비원숭이는 알밤을 오도독 씹으며 눈먼 밤이 더 달다고 웃었다.

그날부터 아들원숭이가 작은 짐승들의 구멍을 뒤지러 다녔다. 꼬리를 물리면 아비원숭이의 주먹이 해결했다.

아들원숭이가 어른이 되었다. 그의 주먹은 아비 것보다 몇 배 더 컸고, 이제 온갖 동물과 날짐승의 둥지를 살피는 까만 눈은 속을 알 수 없게 음음했다. 보물이 많은 그는 무리들 중에서 가장 부유했으며, 힘도 세어 숲에서 떵떵거렸다.

아들원숭이의 보물이 자꾸 없어지곤 했다.

석청이 없어진 날이었다. 그가 원숭이무리들을 다그치고 을러멘 끝에 보물을 훔쳐가는 자를 알아냈다.

“수치스럽게도 도둑이 내 아비였다니. 용서하지 못해.”

아들원숭이는 소리치며 단숨에 높은 나무 위에 누워있는 늙은 아비원숭이에게 뛰어올라갔다. 아들원숭이의 주먹이 난타 북 치듯 오르내렸다.

아비원숭이는 나선형을 그리며 추락했다.

그 일로 인해 주먹 큰 원숭이에 대한 나쁜 행실이 한꺼번에 도마에 올라 원숭이들의 숲이 소란했다. 그러나 적을 물리쳐준 그의 큰 주먹이 고맙다는 원로원숭이의 말 한 마디로 숲은 잠잠해졌다.

몇 해 후, 주먹 큰 원숭이는 새둥지 안의 알을 움켜쥔 순간, 뱀에게 물렸는데,

숨이 멎을 때야 독으로 부어오른 시커먼 주먹을 폈다.

한정선  helim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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