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코끼리

한정선의 금수회의록 한정선l승인2015.08.2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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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림한정선

코끼리나라의 암컷코끼리들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고로 잘생긴 수컷’을 뽑기로 했다.

암컷코끼리들이 정한 잘생긴 수컷의 으뜸조건은 큰 몸집과 긴 코였다. 수컷의 큰 몸집은 맹수를 물리치는 데 유리하고, 긴 코는 무거운 것을 나를 수 있으니까.

수컷코끼리들이 앞을 다퉈 줄을 섰다.

암컷코끼리들은 두 조건에 가장 적합한 자를 으뜸으로 뽑고 그에게 수컷무리들을 이끄는 권한을 주었다.

그런데 잘생긴 축에 들게 된 힘센 수컷들이 극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내가 최고가 되고 말겠어.”

수컷코끼리들이 잘생겨지는 일이라면 죽음을 무릅썼다. 긴 코를 만들기 위해 나무에 돌돌 감아 잡아당기고, 진흙에 뒹굴고, 몸집을 키우려는 풀이나 나뭇잎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개구리나 뱀을 잡아 삼켰다. 못생긴 축에 들게 된 코끼리들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당시, 수컷코끼리의 멋은 거대한 몸을 흥청거리며 한 여름 엿가락같이 축 늘어진 긴 코를 땅에 질질 끌고 다니는 것이었다.

몇 해 뒤, 으뜸 코끼리는 몸이 아담하고, 귀가 부채같이 넓었다. 그 무렵, 가뭄이 들어 풀과 물이 귀하고 침 파리가 들끓었기 때문에 잘생김의 조건이 그에 맞춰 달라진 것이라, 자연히 몸집이 크고 코가 긴 수컷코끼리들은 못난이 취급을 받았다.

“살을 빼서 몸짱이 될 거야.”

수컷코끼리들이 쫄쫄 굶고, 수 천 킬로를 달리고, 귀를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넓게 펴 늘였다. 살이 쑥 빠진 수컷코끼리들의 살갗은 쪼글쪼글했고, 귀는 태풍에 찢긴 연잎같이 너덜거렸다.

그 이후로도 잘생김의 조건은 계속 바뀌었고, 수컷코끼리들은 새 멋을 따라 알게 모르게 끊임없이 자기 몸을 괴롭혔다.

한정선  helim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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