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의 반대 여론을 무시한 채 오늘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습니다.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강행해 초·중·고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 동안에 교과서들의 99%가 편향되었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이야기 입니다. 직접 교과서를 집필해 본 경험으로 볼 때 교과서가 채택되려면 우선 교육부에서 제시한 교육과정을 철저히 따라야 하고, 또 까다로운 검증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동안에 나온 교과서들의 99%가 잘못되었다고 하면 이에 대한 책임은 교육과정을 만든 교육부와 정부에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다른 관점의 역사 해석을 막는 행위일 뿐아니라, 우리 사회가 수십년간 이룩해 온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인 자율성과 다양성을 전면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또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역사관을 강제 주입하게 됩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은 우리 사회를 온통 정치·이념적으로 갈라서게 하는 것이며, 역사교육을 둘러싼 극단적 분열은 국력의 낭비이고 역사적 비극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 정체성을 세울 수 있도록 부산시교육청은 다른 시도교육청과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입니다.

역사는 역사학자들에게 맡겨야지, 국가가 나설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시대착오적이고 민주주의의 오점인 국정화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2015년 11월 3일)

부산광역시교육청 교육감 김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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