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사재출현 실효성 의문

사회공헌을 조건으로 지난달 업무상 배임죄 항소심 공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가 지난해 약속한 사회공헌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해비치 사회공헌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정 회장은 소외계층에 대한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투자를 우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22일 오전서울 계동 현대 사옥에서 해비치 사회공헌위원회 현판식이 열었다. 해비치 사회공헌위원회는 지난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8천400억원 사회공헌을 약속한 이후 이를 사회공헌 활동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결성된 기구다.

해비치 위원회는 이희범 전 산자부장관이 위원장을 맡았고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신수정 전 서울대 음대 학장, 손지열 전 대법관,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총괄상임이사, 최준명 전 한국경제신문 사장, 유홍종 현대기아차 사회봉사단장 등 7명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현판식에 이어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오찬에서 정 회장은 “기업을 경영해 오면서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며 “사재로 해비치 위원회가 운영할 것이지만 위원회가 전권을 가지고 운영될 것이다. 소외된 계층들이 문화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복합문화센터 건립 등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해 8천400억 사회공헌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우선 올해 1천200억원을 출연하고 향후 6~7년 간 연차적으로 출연한다는 복안을 밝혔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5월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통해 저소득층 및 장애인들이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연시설과 지역별 복합문화센터 설립, 환경보전 사업 등을 전개하고, 이를 위해 사회공헌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희범 해비치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은 “위원회를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위원회는 위원 여러분과 함께 소외된 이웃에게 문화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문화관광부 장관은 건배제의에서 “정몽구 회장의 사회공헌이 현대자동차 산업의 국가 경쟁력이 돼서 돌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성훈 상지대 총장,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석했고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헌판식과 오찬에 정 회장과 함께 자리했다. 해비치 위원으로 위촉된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총괄상임이사는 이날 행사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한편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사회환원 약속에 대해 순수한 사재출현이 되기 어렵다며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글로비스 편법지원 등 불법경영에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정 회장의 사회공헌 약속이 총수 중심의 경영 환경에서 사법적 규율 기능을 사실상 방기하는 기존 관행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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