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를 따라9 - 귀네미마을에서

화전으로 일군 질긴 삶의 땅 남효선l승인2007.10.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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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이 아름다운 마을 '귀네미'

광산 막장의 땅에서 고원관광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태백에서 동북쪽으로 난 35번 국도를 따라 30여 분 달리면 태백시 삼수동 ‘귀네미 마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남효선
태백시 삼수동 귀네미마을에 가면 간난신고를 헤치고 일군, 조선의 농꾼 모습을 닮은 잘생긴 화전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귀네미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일출이 아름다운 귀네미 마을’이라는 이름을 단 석비 1기가 서 있습니다. 마을이름비입니다. 석비는 보통사람의 1.5배 남짓한 크기인 장방형의 자연석입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탁 트인 넓은 길은 아니지만 승용차 두 대쯤 충분히 비켜 갈만큼 잘 닦여 있습니다. 마을은 아스콘을 깔지 않은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1.5킬로미터쯤 오르다 보면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을 입구에는 귀네미마을 부녀회에서 내 건 ‘새농어촌마을 건설 운동’ 현수막이 가로질러 걸려 있습니다.

귀네미 마을을 처음 찾는 이들은 마을 입구에 다다르면서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마을에 들어서면 사방을 병풍처럼 둘러친 산자락 사이에 탁 트인 넓은 분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들은 길을 따라 양쪽으로 처마를 맞대어 서 있습니다. 마을의 사방은 온통 산입니다. 그러나 눈길을 들어 다시 쳐다보면 그냥 산이 아니라 잘 가꾸어진 비탈 밭입니다.

산은 온통 거미줄같은 샛길을 가득 품고 있습니다. 흡사 바둑판에서 흑과 백의 진영이 서로의 진지를 구축한 듯한 모습입니다. 산은 자신의 몸을 통째로 내밀어 사람들에게 삶의 뿌리를 내릴 터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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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예순 남짓한 사람들이 스물 다섯 가구를 꾸리며 살고 있습니다. 해발 1,000미터에 형성된 전형적인 산간마을입니다.

귀네미마을은 정감록에서 피난처로 기록된 마을입니다. 마을로 들어오는 오르막 외길이 이 마을로 들어오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마을은 외길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정감록의 피란처라는 기록을 굳이 떠올리지 않드래도 고요한 마을의 품세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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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네미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의 형세는 흡사 우리 토종 소의 귀를 닮아 보였습니다. 마침 이 마을을 지키고 사는 김진복 어른은 “귀네미마을은 소 귀를 닮았다 하여 우이령(牛耳嶺)이라 부른데서 연유한다”고 일러줍니다. 마을 앞에는 이를 딴 ‘우이곡 다리’가 놓여있습니다.

귀네미마을을 처음 개척한 이들은 일제강점기에 수탈을 피해 정감록의 피난처로 여겨 찾아 온 북녘 땅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아마 식솔들을 데불고 일제의 수탈을 피해 정든 고향 땅을 뒤로 하고 이곳 태백의 산중으로 들어 와 맨손으로 화전을 일구고 후손을 길러냈을 터입니다. 해발 1,000미터의 산록인지라 애시당초 논농사는 엄두도 못내는지라, 이들은 마을을 감싸듯 버티고 서 있는 산자락에 불을 놓아 화전을 일구었습니다. 한뼘 두뼘 불을 놓아 일군 화전은 자식들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산 전체로 번져갔을 터입니다.

화전은 질긴 조선의 농꾼의 얼굴

30여 만평의 산자락에 펼쳐진 화전은 그 모습만으로도 간난을 이겨낸 조선의 농꾼 모습이었습니다.

귀네미마을을 처음 일군 사람들은 해방 무렵 다시 어디론가 더나고 그들이 애써 일군 화전은 수 십년을 묵다가 1988년 경에 다시 경작되기 시작했다 합니다. 귀네미 마을 인근에 ‘광동댐’으로 부르는 대규모 댐이 건설되면서 수몰민 37가구가 이곳으로 집단이주를 하면서 다시 귀네미마을에는 연기가 솟고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습니다. 귀네미마을은 한번쯤 고향을 앗긴 설움을 간직한 사람들이 다시 삶의 뿌리를 보듬은 곳인 셈이지요.

귀네미마을 사람들이 가꾸는 ‘고랭지 채소’는 태백은 물론 서울에서 이름난 채소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대개 5월 말에 파종을 해서 추석 전인 9~10월 경에 출하를 합니다. 출하가 끝나면 그 자리에는 호밀을 뿌립니다. 호밀을 뿌리는 까닰은 산사태로 인한 토지 유실과 토양을 살찌우게 하기 위함입니다. 또 봄철 파종 때까지 자란 호밀은 가축의 사료로 요긴하게 쓰여, 농가수입도 올려주는, 일거양득인 셈입니다.

귀네미마을의 주변에는 매봉산, 푯대봉, 덕항산, 삿갓봉, 가덕산 등 등산객들이 한번쯤 올랐을 명산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귀네미마을을 둘싸고 있는 삿갓봉 일대는 ‘테라로사’로 불리는 석회암 토양이 잘 발달하여 비옥하기로 이름나 있습니다. 테라로사가 발달한 지형을 ‘돌리네’라 하는데, 이는 석회암 지대에서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물에 녹으면서 깔대기 모양의 대규모 웅덩이를 형성한 곳을 지칭합니다. 이러한 와지일대가 경작지가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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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록을 휘감고 달리는 바람과 동해 쯤에서 피어올랐음직한 산안개를 맞으며 마을의 동쪽에 우뚝 솟은 삿갓봉으로 오르는 길은 황홀하기까지 합니다.이 곳 산봉우리 정상에 오르면 푸른 동해가 펼쳐지며 부상을 박차고 떠오르는 장엄한 해를 볼 수 있습니다. 귀네미마을을 찾은 시각이 일몰 때여서, 정작 장엄한 일출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삿갓봉 정상에 서자 마침 산안개가 출하를 마친 화전을 어루만지며 마을을 감쌉니다. 태백시 삼수동 귀네미마을에서 찍었습니다.


남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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