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아닌 배우자로 불러요"

민우회, 평등가족문화 '호樂호樂' 캠페인 전상희l승인2007.10.22 10:02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제 집사람입니다. 얼른 인사드려, 우리 회사 사장님이셔.”
“장모님, 김 서방 왔습니다.”
“도련님, 식사는 하셨어요?”
“우리집 동서는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 대하기가 좀 불편해.”

가족이 나오는 드라마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 대사들이다. 그만큼 우리들이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 대사들 속에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면서 평등한 가족문화를 방해하는 단어들이 숨어있다. 바로 ‘가족 호칭’들이다.

남성 위주 사고 방식

한국여성민우회는 가족구성원들이 보다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부를수록 즐거운 호칭문화 만들기 호樂호樂 캠페인 II - 한가지 실천, 다섯가지 제안’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사회문화적인 생활양식이 바뀌면서 결혼이란 한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 집안으로 일방적인 편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개인이 만나 가족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 내 호칭은 여성 배우자와 남성 배우자 간 차이가 존재하며 그로 인해 관계의 어려움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여진 여성민우회 팀장은 “호칭은 그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르는 사람과 상대방과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새로운 언어는 새로운 생각과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며 “무의식 중에 사용하는 가족 호칭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봄으로써 평등한 가족문화를 만들고자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을 위해 민우회가 서울시에 거주하는 20세 이상의 성인 남녀 1천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 호칭관련 인식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부부가 타인에게 배우자를 소개할 때 52.1%의 남성들은 ‘집사람’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와이프’가 17,3%, ‘애기엄마’가 15.9% 순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민우회는 ‘집사람’이라는 단어 속에 여성은 집에 있는 사람으로 그 성역할을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녀가 동등하게 사회생활과 가사·양육에 참여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느 한 성에게 특정 역할을 규정하는 ‘집사람’이라는 지칭은 적절하지 않다며 ‘배우자’란 단어 사용을 ‘한가지 실천’으로 제안했다.

제안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배우자‘란 단어가 익숙하고, 그 의미가 잘 알려졌으며 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어 중립적이기 때문이라고 민우회는 말했다.

또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평등한 호칭 문화를 위한 다섯가지 제안’의 내용을 보면 첫 번째, 부부간에는 서로를 존중하는 호칭과 말체 사용이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부인은 남편에게 경어를 사용하는데 남편은 부인에게 평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불평등하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61.8%로 높게 나타났다. 어느 일방만의 경어와 평어의 사용은 부부사이의 평등한 의사소통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동등한 파트너임을 나타낼 수 있는 호칭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두 번째로 양가 부모님께는 똑같이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부르자는 것이다. 대개 남성들은 여성 배우자의 부모님께 ‘어머님, 아버님’ 대신 ‘장모님, 장인어른’으로 부르는데 이 또한 불평등한 관계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43.1%였다. 그리고 30대 이하 남성들의 경우 40% 이상이 이미 여성 배우자의 부모님을 ‘어머님, 아버님’으로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민우회는 양가 부모님 모두를 ‘어머님, 아버님’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가족 간 논의로 새 이름을

남성들의 경우 여성 배우자의 형제들에게 ‘처제, 처남’으로 부르며 자연스럽게 평어가 이어지는 반면, 여성들의 경우 남성 배우자의 형제들에게 ‘아가씨, 도련님’이라는 호칭 뒤에 경어가 따르게 된다는 설문조사도 나왔다. 남성의 경우 ‘해라체’와 ‘하게체’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여성의 경우 ‘해요체’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각 배우자의 형제자매와 관계에서 상대방을 존중하며 의사소통을 용이하게 해줄 수 있도록 ‘아가씨, 도련님’과 ‘처제, 처남’에게도 동등한 존중과 친밀함으로 대하자는 것이 세 번째 제안이다.

네 번째로는 배우자의 남동생을 시가 쪽은 ‘도련님, 서방님’, 처가 쪽은 ‘처남’으로 부르는 것이 불평등하다는 43.0%의 응답을 반영해 배우자들의 동생들에 대한 호칭에 있어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갖자는 내용의 제안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사회의 연령주의로 인해 나이와 항렬이 어긋나 호칭 사용이 불편할 때 함께 의논해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가족 간 소통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도록 노력하자고 밝혔다.

위의 5가지 제안 캠페인은 홈페이지(hoho2.womenlink.or.kr)를 통해 지난 19일부터 한달 간 진행될 예정이다.

전상희 기자

전상희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상희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아 02638  |  등록일자 : 2013년 5월 8일  |  회장 : 이정우  |  발행인 : 설동본  |  편집인 : 강상헌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