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중시 네팔로 '공정여행' 떠나볼까

여성환경연대, 공정무역 현장체험 공유 전상희l승인2007.10.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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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블로거는 네팔을 여행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하늘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와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는 모두 네팔을 대표하는 존재이다.

네팔을 바라보는 시각

이렇게 네팔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저 높은 곳에 있다. 높이로 인한 거대한 존재감은 우리의 눈을 쉬이 아래로 내리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아래로 내려 보면 어린 손자와 함께 즐거워하는 네팔 할머니가 보인다. 거대한 존재감을 뽐내던 산은 그 순간 그 할머니의 삶의 배경일 뿐이다.

임종진
손자를 안고 길거리에 앉아 있는 네팔 할머니.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19일 ‘네팔, 희망을 말하다’란 주제로 임종진 사진작가와 임영신 평화운동가에게서 네팔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지난 여름 임 씨가 속한 이매진피스의 활동가들과 제천의 간디학교 학생들, 임종진 사진작가 등이 다녀온 평화여행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강희영 기획홍보실장은 “여성환경연대는 희망무역 사업으로 네팔산 의류와 향신료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현지 네팔인들의 삶에 대해선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며 “네팔인들의 물건 뿐 아니라 그 물건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을 공유하고 싶었고, 그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서로에게 더욱 희망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이번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만남이 전제된 공정무역

임 씨는 “여성환경연대로부터 네팔 현장의 희망과 공정무역을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공정무역이라고 하면 왠지 서양에서 먼저 시작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네팔에선 이미 공정무역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네팔의 대표적인 공정무역 업체 마하구티는 스와라지(자치) 정신으로 자급자족 형태의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해왔다”며 “아시람이라는 여성교육공동체를 통해 네팔 여성들이 스스로의 존재와 삶을 돌아보는 것을 돕는다”고 임 씨는 전했다.

공정무역이라는 단어가 있기 전에 이미 네팔인들은 스스로를 기부의 대상이 아닌 삶의 주체로 세우는 훈련을 해왔다. 이들의 관심과 활동은 공정무역이라는 단어를 넘어서고 있었다.

사실 공정무역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역설적이게도 공정무역 시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장경제로의 편입에 대한 유혹도 많아 공정무역으로서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

“네팔은 관광국가다. 공정무역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세계에서 몰려드는데 그들에게 무료로 현장을 보여주고 체험하게 하면 다들 기뻐한다.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현지인들 또한 즐거워하며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고 마하구티가 공정무역을 넘어서는 공정여행이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마하구티는 이매진피스에 공정여행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눴고 지난 여름 평화여행이란 이름으로 이들은 공정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은 소비가 아니다

임 씨는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관계”라며 “기존의 여행은 소비자 중심의 관광으로 여행간 사람들의 기쁨으로만 평가된다. 하지만 서비스 생산자들도 관광객을 맞으면서 기뻐한다. 그들의 삶에 대해 듣고 배우고 공유하면서 서로 관계를 맺는 게 공정여행”이라고 설명했다.

임종진
옥수수대 더미를 지고 지나가던 네팔 할머니.
2주 동안 네팔에 머무르면서 임 씨를 비롯한 이번 여행에 참가자들은 마하구티 뿐 아니라 지역의 공정무역 업체들의 공동체에 함께 머무르며 작업에도 참여해 직접 옷을 만들고 천을 염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또 공연을 준비해서 그들에게 보여주고 함께 즐거워했다. 짜여진 프로그램을 벗어나는 노력을 하며 최대한 현지인들의 일상과 밀접한 곳에서 함께 생활했다.

“현지 사람들과 그들의 땅에서, 그들의 언어로 함께 희망을 나누는 것이 공정무역이고 공정여행”이라고 설명한 임 씨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책임여행과 공정여행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공정여행은 책임여행을 넘어선 관계중심의 여행이다. 여행을 하는 우리의 책임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여행자와 현지인들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윤리적 소비자를 넘어 현지인들과 동등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그들의 존재와 삶의 방식을 경험하고 동등한 인간관계를 통해 존재와 삶의 방식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공정여행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임 씨의 네팔 이야기와 함께 임종진 사진작가가 한 매체에 소개한 바 있는 네팔 현지인들의 일상과 삶을 주제로 한 사진들도 공개했다.
전상희 기자

전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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