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 전환 참여와 긴 안목이 필요

미국 군 시설 전환지 ‘헌터스포인트’ 현장 탐방 고이지선l승인2007.10.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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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지역사회 폭넓은 참여·반영 시스템


경기도와 강원도 등 현재 23개 미군기지 반환이 이루어진 지역에서는 한창 미군기지 활용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원 등 시민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시민사회의 의견은 대부분 묻힌 채 국방부, 행자부와 각 지자체의 환경정화 책임과 개발 사업 비용에 대한 논란으로만 치닫고 있다.

우리에게 대규모 군 시설 반환은 처음이다. 과거 90년 초 대규모 미군 철수와 한국군 기지의 해안초소 등 일부 철수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대부분 원소유주에게 다시 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자체가 대학유치, 행정타운 건설, 도로 확장 등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는 지금과 상황이 달랐다. 지금 우리는 체계적인 군 시설 전환 과정을 수립하지 않으면 오염된 땅을 돌려받아 난개발만 되고 주민들은 떠나게 될 수 있다. 새로운 기회가 아니라 지역 사회에 상처만 안길 수 있다. 그래서 지난 9월 10일 ~17일까지 우리보다 먼저 군 시설 전환을 경험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를 현장 탐방하였다. /필자

미국은 이미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대규모 군 기지 통폐합을 진행해 왔다. 미국 정부는 지난 1988년 BRAC법(closure or realignment pursuant to the Base Closure and Realignment Act)을 제정하고 냉전 시대 이후 필요 없게 된 군 시설을 효과적으로 통폐합 운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총 5번(1988·1991·1993·1995·2005년)을 실시해 미국 내 군 시설 20%를 감소시키고 불필요한 기지 90%를 다른 용도로 전환하였다. 미국 내에서도 군 기지의 폐쇄와 통합은 큰 이슈로 해당 지역의 큰 관심 사안이다.

군 시설 통폐합(BRAC)-냉전시대 장막 걷기

군 시설의 통폐합은 냉전 시대의 유물을 정리하는 것이다. 군 시설 전환에 관한 연구가 가장 많이 된 곳은 세계 최대 군사 강국인 미국과 통일이 되면서 소련, 미군 시설을 정리한 독일이다. 이렇듯 군 시설의 민간 시설로의 전환은 평화 시대로 나아가는 큰 흐름 속에서 읽혀져야 한다. 전환 과정 역시 새로운 흐름이 반영되기를 바라면서 녹색연합은 ‘미군기지를 생명과 평화의 땅으로’라는 캠페인을 벌여 오고 있다.

지난 40년대부터 70년대까지 해군이 사용하던 헌터스포인트(Hunter's Point Shipyard)는 샌프란시스코의 도심에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과거 해군 선박의 수리, 유지를 위한 곳이었다. 군에서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어 해군은 샌프란시스코로 넘기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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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환경담당 공무원 에이미 브라우넬 씨가 기지 오염조사결과 등을 쉽게 공개해 준다.

미국 내 군사시설의 경우 국방부 재산이 이전될 경우 제일 먼저 다른 국방 활동에 쓰이거나 그 다음은 다른 연방 정부 소유로 가게 되고 나머지 경우 공공 편익, 경제발전 시설, 보존, 임대, 공공 매각, 특별 법안 등을 통해 사용하도록 한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시는 전체 면적 258만1천939㎡(638에이커)에 달하는 이 지역의 최대 오염원인 만큼 해군이 환경정화를 책임지고 마친 후 반환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해군은 그 사이 군수 업체에 이 곳을 임대하면서 정화 책임을 미뤄왔다. 결국 91년 BRAC에 따라 폐쇄 결정이 내려진 후 국방부, 환경청(EPA),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와 주민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전환 과정이 시작되었다.

환경정화, 여전히 뜨거운 감자

녹색연합
'아크 에콜로지'(Arc ecology)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윈도우. 기지전환 과정에 관한 시민교육센터의 장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통폐합된 400여개 이상의 BRAC 기지 중 206개가 ‘DERP 프로그램’(Defense Environment Restoration Program)이 필요할 만큼 기지 반환 시 오염 문제는 심각하다. 육군 시설 중 82% , 해군 부지 중 65%가 불발탄과 화학 물질로 오염되어 있다고 한다. 99년 작성된 국방부의 BRAC 안내에서 따르면, 88년부터 4번의 BRAC에 들인 전체 비용 약 23조3천억 중 1/3인 8조3천억원 정도가 환경정화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헌터스포인트 경우, 캘리포니아 주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기지답게 오염 규모도 대단하다. 지하수 기름 오염(Parcel E)된 곳도 있고, 디젤 잠수함을 수리하던 곳에는 크롬, 납 등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하다.(Parcel B) 쓰레기 매립지도 있고, 선박 수리를 할 때 바닷물에 부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독성 물질 때문에 해양과 주변 토양이 오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용으로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은 A구역만을 제외하고 모두 미국의 슈퍼펀드 사이트에 등록될 정도다. 미국의 슈퍼펀드 부지는 오염이 심각해 정화를 빨리 해야 하는 곳을 지정한 것을 말한다.

BRAC 결정이 내려진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헌터스포인트를 둘러싼 주요 환경 쟁점 중 또 하나는 주변 주민들의 건강 문제이다. 샌프란시스코 시를 중심으로 일부 면적에 대해 환경정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주변 주민들의 상당수가 천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인 그린액션(Green Action)과 의료 전문가가 실시한 주민 건강조사 결과, 주민 500명의 머리카락에서 납, 구리, 비소 등 중금속이 발견되었다. 환경단체와 피해 주민들은 헌터스포인트 부지에서 생긴 오염원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위원회는 지하수나 바람의 방향을 고려했을 때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일축한다. 주민들과 함께 현장을 찾았을 때 기지 바로 옆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어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있었는데, 지자체에서 충분한 답변 없이 정화와 활용 계획을 수립하고 있어 반발이 있는 듯 했다.

법으로 규정된 환경 기준만 지켜서는 기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되는 환경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발생할 수 있는 오염원을 제대로 파악하고 정화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곳에서도 안전 판정을 받은 A구역에서 과거 원자력 연구소 영향으로 방사능 오염이 발견되었고, 정화가 제대로 되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었다. 해군은 작년에만 약 57억원을 정화 비용으로 지출했지만 아직 더 넓은 구역 정화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비공개 위주 한국과 비교

미국에서는 기지 폐쇄를 할 때 반드시 시민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기지 폐쇄를 결정할 때는 폐쇄가 지역 사회·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때(1천명 이상의 실업 발생)는 최소 300여명 시민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그 이후 기지 전환 모든 과정에서 공청회와 위원회 등을 통해 반드시 여론을 수렴하도록 한다.

현재 정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 _'안전_'을 강조하는 표지판이 눈길을 끈다.해군은 작년에만 57억원을 정화비용을 썼다.

우리의 경우, 미군기지 뿐 아니라 군 기지의 환경오염 실태에 대한 자료는 대부분 비공개되고 있다. 공개되더라도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에게 되는 것이고, 일반 시민들이 자료를 접하는 경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찾은 샌프란시스코 환경정화 담당관은 관련 자료를 모두 보여주면서 환경정화의 과정을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 시민단체 중 거의 유일하게 이 과정에 깊숙이 참여하는 아크 에콜로지(Arc ecology)의 사울 블룸 씨는 “비록 이 위원회가 완벽하게 정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틀을 통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민 참여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더라도 누구의 목소리가 반영되는지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헌터스포인트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이 지역은 샌프란시스코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이자, 소수자들의 땅이기도 하다. 본래 헌터스포인트 기지가 건설될 당시부터 남부의 흑인들이 건설 노동자로 이주해 왔기 때문에 헌터스포인트 주변에는 흑인들이 많이 거주했다. 60~70년대 베트남 전쟁 이후부터 남미 계열 등 참전 군인들이 많이 편입되어 왔다. 현재 헌터스포인트 중 환경정화가 진행되고 있는 곳 일부는 2010년 경 미식축구 경기장과 생태 공원 건설 계획(E 구역)이 수립되었고 일부는 주택 단지로 건설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들어설 주택 단지는 대부분 고가의 주상복합단지들이기 때문에 주변 땅 값을 상승시키고 있다. 주민들에게는 이익보다는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다. 여전히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또 기지가 운영될 당시 민간인으로 고용되었던 많은 주민들이 실업자가 되었지만 뚜렷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기지 전환 과정은 길기 때문에 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한 주민들은 일용직 등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지 전환 긴 시간·안목 필요

녹색연합
A에서 F구역으로 나누어 정화, 활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

BRAC 위원회는 기지 폐쇄 결정 이후 약 6년간 환경정화와 기지 개발 등의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환경정화 등의 이유로 그보다 더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미군기지가 반환되기도 전에 개발 계획부터 세우는 우리가 자세히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환경오염 실태 파악부터 환경정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활용 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헌터스포인트 사례는 우리가 따라야할 완벽한 사례는 아니지만 시민참여와 환경정화 과정이 세세히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또 과거 해군에게 환경정화 책임을 요구했던 샌프란시스코 시가 여전히 전환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점도 눈에 띄었다. 물론 각 정부 부처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있지만 위원회 운영에 시는 적극적이었다. 전체 도시 계획과 연관성이 없는 사업을 공청회도 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대부분 국내 지자체들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기지 전환 과정을 통해 시민 참여를 이루고 함께 논의하는 틀을 만들고 운영하는 경험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큰 개발 사업으로 도대체 몇 사람에 이익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제 환상에서 깨어나 기지 전환을 잘 하기 위해 제도를 꼼꼼히 준비하고 사람을 모으는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전환(conversion):기지 반환에서 환경정화와 활용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우리는 ‘활용’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지만 대부분 활용 계획에는 환경정화 등이 제외되어 있다.






고이지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 활동가

고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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