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후보들

2007 유권자행동 대선칼럼 [5] 박종훈l승인2007.10.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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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60여일로 다가오고 각 정당의 후보들이 결정되었지만 왠지 국민들의 반응 싸늘하다. 지난 여러 차례의 대선과는 달리 국민들이 냉담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이유를 들라면 이번 대선에는 국민들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대형 프로젝트식 공약들이 연달아 발표되고 있지만 이제는 공약 그 자체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오로지 공약은 공약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을 그간 선거의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선거의 본 선거만큼 관심을 끄는 각 정당의 경선도 폐쇄된 정당인과 제한된 여론조사를 통해 이루어지거나 유령당원들이 동원되는 정치인만의 잔치가 되었다. 정치인들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결과지만 국민들은 못마땅하다.

이래서 대선에서는 정치인중심의 선거가 아닌 유권자, 국민중심의 선거로 변화돼 축제와 희망의 행위로 투표가 진행되기 위한 유권자행동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후보들의 특징은 대체적으로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나를 따르라’는 저돌적이고 맹목적인 과거 개발독재식 리더십과 또 하나는 수 많은 공약을 산타클로스 선물보따리에 담아 마구 뿌려대는 산타클로스 리더십이다.

물론 후보 한 사람, 한 사람을 딱 구별하여 어떤 리더십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다수 후보들이 이런 두가지 리더십을 구사하면서 경선을 했고, 또 대선운동을 하고 있다. 나를 믿고 따르기만 하면, 또는 내가 주는 공약만 잘 받으면 우리사회의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되고 행복할 것이라는 주장은 오래된 선거관행이며 이제는 낡은 유산이다. 유권자는 받고, 따르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만드는 대선 전략은 이제는 폐기되어야 하지만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권자중심의 바람직한 리더십은 거울형 리더십이다. 거울은 스스로 빛을 만들지 않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유권자에게 모습을 보여주면, 유권자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하는 이런 거울형 리더십이 좋지 않을까?

이제라도, 대선후보들은 유권자중심의 거울형으로 변화해서 선거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지난 번 지방선거에서 관심을 끈 것은 매니페스토라고 말하지만, 이것 보다 더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은 바로 유권자중심의 공약이었다. 전자는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하여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정보를 주는 것이라면, 후자는 유권자들이 원하는 공약을 후보들이 채택하게 하는 주민중심의 공약운동이다.

물론 이 양자는 상반된 내용이 아니라 서로 보완되면서 보다 풍부하게 선거의 공약의 내용을 확대해나가고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대선공약도 여야 모두 일률적으로 대규모 투자와 개발을 중심으로 지역발전을 약속하고, 자치단체들도 대선후보들에게 이런 공약을 채택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각 지역 광역자치단체들이 대선 후보에게 채택해달라는 지역 개발 공약들의 액수가 지역별로 20조원이 넘는다. 종합하면 수백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반면 유권자들이 원하는 공약은 사회양극화해소를 통한, 취업, 교육, 삶의 질, 복지, 부패방지, 문화 등 생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을 반영하고 있었다. 이렇다면 주민이 보기에는 후보자들의 공약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약들은 ‘돈 안들이고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공약인데, 이것은 대다수 후보들이 아직 채택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부패 국회의원들을 소환하기 위한 국민소환제나 청렴위에 수사권부여, 국세의 지방세화와 지역균형발전의 지속화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공약은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돈이 적게 들거나, 안 들면서 국민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국가나 정치인 그리고 고위관료들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공약들을 후보들이 채택하지 않고 대부분 막대한 예산이 드는 헛공약만을 채택하고 있다.

유권자중심의 선거는 바로 후보중심의 선거나 헛된 공약중심의 선거로부터 해방되어 유권자 스스로 조직하고 공약을 만들어 미래를 위한 올바른 투표행위를 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5년에 한번씩 하는 대선이 아니라 매일 투표하는 심정에서 마음속으로 잘못된 정책을 바꾸고, 금권선거나 개발이라는 허구 공약을 가려내면서 같은 생각을 가진 현명한 유권자들의 결단있는 투표행위가 우리사회를 확 바꾸는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다.


박종훈 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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