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노동자 분신 사망

"44시간 근무" 외치던 인천 배선공 정해진 씨 심재훈l승인2007.10.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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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성심병원 앞에 고인의 빈소가 마련됐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촉구하며 파업 투쟁 중이던 노동자가 분신 자살했다.

건설노조 인천건설지부 전기분과 소속 정해진(상신 전 노동자) 조합원은 지난 27일 오후 1시 경 인천 영진전업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됐으나이날 밤 9시 경 폐혈증 증세로 사망했다.

건설노조 인천건설지부 전기분과는 지난 6월 19일부터 ‘주 44시간 노동, 토요일 격주휴무’를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해 오늘로 132일째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정해진 조합원은 27일 오전에 열린 ‘파업투쟁승리 결의대회’를 마치고 영진전업 앞까지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노조원들의 진입을 봉쇄하자 “대진건설 대표 유해성을 구속하라”, “파업 투쟁은 정당하다”등의구호를 외치며 몸에 시너를 끼얹고 분신을 시도했다. 부천 순천향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치료를 받고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고 정해진 열사 추모 집회’를 지난 28일 오전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250여명의 조합원과 노동계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했다.

"안전보장, 노동시간 단축이 무리한요구인가"

김종태 건설노조 사무처장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소박한 요구가 생명까지 버려가면서 해야 하는 투쟁이라면 안했어야 했나하는 생각을 했다”며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가를 배울 때 환한 표정을 지었던 열사의 얼굴이 떠오른다. 정해진 열사는 20년 이상 전봇대에 올라 작업을 하면서 2번의 산재를 당했지만 사용자들은 그 질긴 목숨을 나무라며 산재처리조차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전기분과 노동자들은 전봇대 위에서 새벽부터 밤늦도록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추락.감전 사고에 노출돼 있다”며 “이런 현실을 바꿔보고자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노동조합을 외면하고 민주노총을 탈퇴하라고 종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의 요구는 정당하고 소박하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는 주 44시간 근무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건설노조 인천지부 전기분과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봇대와 철탑 위에서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이 감전, 추락 등 재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을 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이에 단체협약 체결을통한 안전보장과노동시간 단축 등을요구하며 지난해 결성됐다.올해 2월 단체교섭을 시작했지만사측의 무성의한 태도로단협은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등 250여명이 추모집회에 참가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어용노조결성파업 무력화 시도

건설노조는 한국전력공사 인천사업본부 배전협력 13개 업체와 인천건설비부 전기분과가 단체협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전업체들이 한국노총 산하 지부를 새로 만들어 민주노총 산하 노조의 활동을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처장은 “전무가 사퇴해서 위원장을 맡고 이사가 사직서를 내고 사무국장을 하는 식으로 한국노총 지부를 만들어서 노노갈등인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다”며 “사용자들은 ‘민주노총은 반드시 깬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집회에 참가한 동료들은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간 유해성 대진건설 대표를 구속시키고 노동기본권을 확보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인의 마지막 요구

건설노조는 또 유해성 대진건설 회장의 구속을 촉구했다. 유 대표는 인천지역 전기공사업체 사용자 모임인 인우회 대표로 13개 배전업체의 교섭권을 위임받았지만 교섭을 회피하고 노조를 적대적으로 대해 쟁의행위를 극단적인 사태로 몰고 간 장본인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파업 이후에도 교섭타결 의지를 보이기는 커녕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 및 가압류를 하겠다며 협박을 해왔다"고 말했다. 남궁헌 건설노조 위원장은 “유해성을 구속시키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라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요구는 살아남은 우리들이 투쟁을 통해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임기 8개월 동안 3명의 동지가 유명을 달리했다. 이젠 전국의 노동자들이 총단결해서 우리가 손을 놓으면 세상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건설노조는 29일 오후 2시 인천지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장기파업과 관련해 100여건의 고소.고발에도 이를 방관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인터뷰 - 조병규 건설노조 인천지부장

"유서없지만 당일 아침 고인 10만원 투쟁기금 건냈다"

-분신 당일 상황은.
△인천 발산역에서 집중집회를 하고 영진산업 앞으로 행진을 했다. 방송차에 올라가서 경찰의 봉쇄상황을 풀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우왕좌왕했다. 뒤를 돌아보니 정해진 동지가 분신하고 있었다. 골목길에서 준비해온 가방에서 시너를 꺼내 이를 뿌리고 나온 상황이었다.

-유서를 남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분신 당일 이를예견케하는 행적은 없었나.
△정해진 동지가 분신 당일 아침 지부에 투쟁기금 10만원을건넸다. ‘사정도 힘든데 왜 돈을 건네냐’고 물으니 “며칠 일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고인은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나.
△동료들한테 싫은 얘기 못하는 선한 사람이었다. 다른 동지들 명절 잘 보내라고 하고추석연휴에 혼자 남아서농성장을 지키기도 했다.

-앞으로 장례절차는.
△계속 논의 중이다. 장례대책위도 구성해야 한다.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들과의 논의와 지원이 필요하다. 또 유족들이 가족장으로 하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서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을 하지못한 상태다.
건설노조인천지부 전기분과파업일지

-2월 23일 1차 교섭 시작
-2월부터 5월까지 10차례 교섭진행
-6월 7일 인천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신청
-6월 12일 총파업 찬반투표 진행, 찬성 88%로 가결
-6월 18일 한전 인천사업본부 배전협력업체 13개 업체 중 2개 업체 조정안 거부, 지노위 조정중지
-6월19일 파업 시작. 한전 인천사업본부 앞 천막농성 시작, 이후 한국전기공사회협회 인천시회 앞에서 진행
-사측 단체교섭 및 체결권을 위임받은 사측 대표 유해성 대진건설 대표와 교섭 진행했지만 결렬
-10월 2일 천막농성장 전기공사협회 인천시회에서 영진산업 앞 이동, 단체협약 체결하지 않은 11개 업체에 대한 집중투쟁 선포
-10월 16일 ‘노동자 부당전적, 급여 축소 신고를 통한 사업주 책임 회피, 허위 근로대장을 통한 탈세 등 인천지역 전기공사업체 위법행위 사례발표’ 기자회견
-10월 19일 한국노총 조끼 입은 구사대 30여명 영진전업 앞 천막농성장 침탈
-10월 27일 인천건설지부 전기분과 정해진 조합원 영진전업 앞 집회 중 분신

심재훈 기자

심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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