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를따라 10- 흥부장에서

“울진미역 없으면 돌잔치도 못했지” 남효선l승인2007.10.2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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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장은 잘 조직된 부보상단 ‘선질꾼’의 배태지

‘한자두자 삼척장 베가 많어 못보고/ 값많은 강릉장 값이 싸서 못보고/ 정들었다 정선장 갈보 많아 못보고/ 울퉁불퉁 울진장 울화나서 못보고/ 안창곱창 평창장 국술좋아 못보고 (이하 생략)’

2백리 동해안을 끼고 모둠살이 터를 이룬 울진지방을 비롯 강원도 삼척, 정선 영월 일대에서 구전되고 있는 ‘장타령’의 한 소절입니다.

오랜 옛날부터 시장(혹은 장시)은 사람들의 일상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삶의 영역으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특히 소규모 농어촌 공동체 사회 속에서 시장은 그 구성원들의 질긴 삶의 날줄과 씨줄을 엮어주는 생명줄의 구실을 톡톡히 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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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한국 전통사회의 장시는 사람과 문물의 왕래가 잦은 교통의 요지나 지역의 생태적 특성에 따른 물산이 왕성하게 생산되는 곳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지요.

푸른 동해안을 이마에 이고 있는 울진지방은 동해안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지형적 조건으로 예부터 남으로는 영덕지방과 북으로는 강릉지방을 잇는 소통의 중심역할을 맡아왔습니다.

현재도 울진은 부산에서 속초를 잇는 유일한 기간도로망인 ‘7번국도’의 중간에 위치해 있는 까닭에 이 길을 통해 부산으로 가거나 강릉, 속초로 오르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울진을 거쳐야만 하는, 중요한 길목에 위치해 있습니다.

때문에 울진지방의 닷새 장은 남으로는 영덕을 잇고, 북으로는 강릉을 연결하며, 서로는 봉화, 안동 등 영남내륙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 왔지요.

영남내륙의 염장 음식 도래지, 울진 흥부장

울진지방은 2백리 동해를 끼고 있어 싱싱한 해산물을 봉화나 안동 등 영남내륙지방으로 연계시키는 해산물의 교역생산지로 이름 높았습니다. 특히 60여년 전까지 울진 산 천일염(자염, 煮鹽)은 영남내륙지방 사람들의 음식문화 중 주요한 특징인 ‘염장식’의 전통을 세우는데 일조를 했습니다.

최근 안동지방의 특산물로 이름높은 ‘안동 간고등어’도 사실상 울진산 소금 덕에 생겨난 특산물인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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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까지 흥부(현, 울진군 북면 부구리) 염전둑에서 염전을 맹글어 소금을 고았지. 그래서 동네 이름이 염전둑이래. 여게서 맹근 소금은 서해안과는 달라. 맨 먼저 불(백사장)을 논처럼 넓게 파고 거기에다 고운 진흙을 넣어 다지지. 그 다음에 논 봇도랑처럼 물길을 만들어. 그러면 염전이 돼지. 여기에다가 바닷물을 퍼넣고 해가 쨍한 날 하루종일 소로 쓰레질을 하지. 그러면 간물(소금 농도가 짙은 간수)이 생겨. 이거를 다시 웅덩이에 모아놓았다가 집 채 만한 솥에 넣고 끓이지. 소금가마는 옛날에 무쇠가 없을 때는 조개껍질과 바다에서 나는 ‘톳’을 섞어 맹글었지. 불 때는 아궁이도 사방으로 둘러가며 네 곳을 맨들지. 네 군데 아궁이에다가 장작이나 ‘소깝(생솔가지)’을 한참 때면 간물이 쫄아들면서 하얀 소금이 타닥거리며 튀지. 흥부 염전에서 맹근 소금 맛이 좋아 멀리 강릉 장사꾼들이 한꺼번에 다 사가지.
소금을 맹글어 놓으면 ‘선질꾼’들이 한 가마니씩 사가지고 저기 두천 ‘십이령바지게 길’을 걸어 봉화 소천장에 내다팔았지. 소금팔라 갈 직에 고포에서 나는 돌미역 몇 단씩 지고 가서 팔지. 봉화사람들 흥부소금하고 돌미역 오면 값을 부르는대로 후하게 처셔 사먹었지. 봉화사람들 울진 소금하고 돌미역 없었으면 얼라 돌잔치도 못치루고 산모 미역국도 못끼랬지”

60년 전 흥부 염전에서 ‘여망이'(소금굽는 기술자)로 이름 난 장기수(94, 북면 부구2리)옹의 가물거리는, 그러나 평생 몸에 배어있는 얘기입니다. 장기수 옹은 울진 북면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소금 여망이’입니다.

'동국문헌비고', '신증동국여지승람'. '강원도지' 등 고문헌에 울진지방에는 ‘흥부장'(1,6장), ‘죽변장'(3,8장), ‘울진장'(2,7장), ‘매화장'(4,9장), ‘기성장'(1,6장), ‘평해장'(2,7장), ‘후포장'(3,8장)등 7개소에서 닷새마다 돌아가며 장시가 섰으며, 이 중 흥부장과 매화장은 동해안에서 ‘강릉장’과 ‘북평장’, ‘영해장’과 함께 규모가 큰 장시로 기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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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재의 북면 부구2리에 자리잡았던 ‘흥부장’과 울진군 소재지인 울진읍장은 ‘어물, 소금시장’과 ‘소(牛)’시장으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전통사회에서 소금의 중요성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했거니와 울진지방에서는 미역, 간고등어 등 해산물과소금의 유통을 담당한 특수상인 집단인 이른바 ‘바지게꾼(선질꾼, 일종의 부보상)’이 조직적으로 활동했습니다.

이들은 ‘바지게’라는 ‘지게다리가 없는’ 특수한 운반용구를 제작하여 사용하고, ‘계(契)’를 구성하고 ‘규정’을 만들어 상행위에서 벌어지는 부도덕한 행위를 규제하는 등 조직적이고 집단화된 상단(商團)을 형성해 활발한 상행위를 펼쳐왔습니다.

이들이 영남내륙으로 이동하던 상로(商路)인 ‘십일령바지게’ 초입인 북면 두천리에는 이들의 조직상을 알 수 있는 유적인 ‘울진 내성 행상불망비’가 현존해 있으며 이 비석은 지난 96년도에 경북도 지정 문화재자료 제 130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울진 지방의 전통 장시에서 주로 거래된 물산은 울진지방의 생산기반을 떠받치고 있는 바다와 무관치 않습니다. 흥부장은 조직적이고 집단화된 상단 ‘선질꾼’의 배태지인 셈입니다. 울진 북면 흥부장에서 찍었습니다.

남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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