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윗날과 사북

해림 한정선의 금수회의록 한정선l승인2016.02.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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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림 한정선

한 가윗날이 자신은 매일같이 날 끝이 시리도록 일하는데 누군가는 옆에서 팅팅 놀기만 한다고 투덜거렸다. 다른 가윗날도 뭘 하는지 날마다 바짝 엎드려 있는 사북을 곁눈질하며 하는 일도 없이 자기들한테 얹혀사는 누군가는 팔자가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두 가윗날의 대화를 들은 사북이 일어나 성큼성큼 떠났다.

곧 옷감가게 서랍 속에서 나뒹굴게 된 가윗날들은 뒤늦게야 자신들 곁에서 눈에 띄지 않게 묵묵히 일해 준 사북의 고마움을 깨달았다.

가윗날들은 사북에게 뛰어가 사과했다.

사북이 돌아오자, 가위는 신나게 옷감을 잘랐다.

* 사북: 두 가위다리가 교차되는 한 가운데 박힌 둥근 모양의 쇠
       한승원 작가의 장편소설 <다산>의 작가의 말 중에서 p318.
       옷감을 재단하는 가위의 비유

한정선  helim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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