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권하는 사회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지옥이란 어떤 곳일까.’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서 죽지도 못하고 고통을 느끼며 영원히 살게 되는 그곳’이 지옥인가. 내가 지옥에 간다면? 그래, 그건 죽은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아하고 만다. 그런데 ‘삶’이 지옥이라면? 그렇다면 말이 달라진다.

며칠 전 오랜만에 떡볶이를 사먹으려고 시내 한 복판에 나갔는데 그 많던 노점이 없어진 것이다. 먹고 싶은 걸 먹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필자는 ‘아, 오늘 단속 뜨는 날인가보군’ 하고 투덜투덜 집으로 돌아갔다.

도대체 뭐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것인지 몰라도 서울시와 고양시 등은 앞 다투어 ‘도시미관 해치는 불법 노점상 근절’이라는 이름하에 가판과 노점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거나 실시할 예정이다. 얼마 전 고양시에서는 31억이라는 ‘억!’소리가 절로 나는 돈을 퍼부어 용역깡패들을 동원해 노점단속을 실시하였고, 용역깡패들의 폭력에 못 이겨 결국 10여년 동안 부인과 함께 붕어빵을 팔던 이근재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른 아침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며 “당신에게 정말 미안하다. 세상 살기 힘들다… 장사를 못하니 나라도 나가서 노가다라도 해야지”하고 집을 나선 고 이근재 씨는 근처 공원에서 나무에 목을 매단 채 발견되었다. “노가다라도 해야지…”는 고 이근재 씨의 유언이 되었다.

허망하다. 그 흔한 종이에 삶을 정리하는 유언장은커녕 마지막으로 가는 길목에서도 먹고 살 걱정을 하다가, 그렇게 떠났다. 지옥은 망자의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저씨, 붕어빵 한 개요”하고 1백원짜리 몇 개 작은 손에 쥐어지고 꼬마들이 달려들었을 그 곳은 삶터를 지키려고 하는 전쟁터로 변했다. 한 겨울 따끈한 오뎅 국물 후루룩 마시며 하루를 마치는 발걸음을 했던 그곳은 살고자 하는 자들을 뜨거운 불구덩이 속으로 빠트리는 지옥 그 자체였다.

앞으로도 계속 될 지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이 있었을까.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도 도무지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꾹 참고 살라’는 말은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말이다. 삶은 이미 지옥이었고, 결국 목에 줄을 감았다. 고 이근재 씨의 죽음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지만, 명백히 말하자면 타살이다. 만일 고양시 측에서 31억이라는 돈으로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노점들을 그렇게 때려 부수지 않았다면, 그 돈을 생계비용이나 다른 방식으로 노점 상인들에게 지원을 했더라면 고 이근재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시와 고양시를 비롯하여 많은 지자체에서는 노점과 가판을 ‘거리의 흉물’로 보지만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고, 그곳에서 붕어빵과 떡볶이를 사먹는 것 또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의 일부분이다. 그것은 쓰레기가 아니고 사람의 삶 그 자체다. 노점과 가판을 없앤다고 해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거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남의 밥줄&목숨줄과 바꾼 그 거리는 역겨움과 더러움이 가득한 거리일 뿐이다.

사람은 살고 싶다 말하지만, 세상은 죽으라고 말한다. 귀하게 태어난 한 생명,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게 하는 이 세상이 지옥이다. 입천장 다 데어가며 꼬리부터 뜯어먹던 붕어빵을 올 겨울에는 편한 마음으로 먹지 못할 것 같다.

고 이근재씨의 명복을 빕니다. 편히 쉬세요. 그곳은 천국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