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한다, 그들에게… 제발!

한 시인은 분노와 증오로 말했다. 한미FTA는 내 시도 빼앗아갔다고. 많은 사람들이 한미FTA는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며 한미FTA 반대집회 곁을 지나쳐갈 때 꽃과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던 한 시인은 집회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울분을 시로 토해냈다. 그와 함께 있었던 다른 문화·예술인들의 분노도 조각과 만화가 되었다.

‘문화다양성 확보와 한미FTA 저지를 위한 문화예술공동대책위원회’와 ‘한미FTA 졸속체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는 지난 23일부터 3일간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로비에서 한미FTA 국회비준 반대 문화예술전인 ‘개에게 묻다’를 열었다. 남요원 민예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상상력과 실천력이 합쳐진 자리”라며 “국민들 대신 목소리를 높여 싸워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짖어야 할 때 짖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미FTA는 내 시도 빼앗아간다’는 시를 이날 선보인 송경동 문화예술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자고 다짐한 문화·예술인들의 뜻을 밝히고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한미FTA 국회비준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전하기 위해 국회의원 회관을 장소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원석 작가는 ‘황금개의 콧방귀’라는 작품을 통해 '배변을 하려는 황금개는 선거 때만 시민들의 곁에서 함께 하는 황금뱃지를 단 국회의원들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위종만 작가는 도마 위에 오르는 우리들의 식단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뜻을 실제 도마 위에 표현해 낸 ‘농자천하지대본’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47명의 문화·예술인들은 시와 서예, 만화, 조각 등으로 한미FTA비준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거친 표현은 절박함을 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