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시민운동 2.0] 백예인l승인2007.10.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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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말로 우리나라는 외국인 100만 명 시대가 됐다고 한다. 전체 국민의 2%는 외국인인 것이다. 이들 중 절반은 이주 노동자이며, 약 10%를 차지하는 결혼이민자의 숫자는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루에 400여 명씩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다민족·다문화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지만 정작 다문화 시대를 맞아들일 준비는 하나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주민 관련 일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다. 더디나마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나 지원은 단기적이고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해 말부터 전국에 세운 결혼이민자센터의 1년 예산은 대기업 중간관리자급의 연봉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정부가 책정해주는 인건비는 한 사람 몫이라는 이야기를 결혼이민자센터 실무자들에게서 몇 번이나 들었다. 정부는 그 인건비 주는 것마저도 시민단체는 돈 안받고 일한다면서 아까워하고, 인건비 많이 나가니까 일하는 시간을 줄여 주 5일제 시행하라는 웃지 못할 지침을 내리기도 한다.

정부보다 발 빠르게 다문화 시대를 예측하고 대비한 민간단체의 사정은 다를까 싶지만 사실 이야기를 들어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보다 앞서 이주민에 관심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고 정부가 담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고민하며 담당해 온 민간단체가 기여해 온 바를 인정하지만, 더러 그 기여한 바를 갉아먹는 단체들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지방에 있는 이주노동자센터를 찾아갔을 때 그 곳 활동가는 요즘 민간단체들이 ‘돈’이 되는 이주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한탄했다. 이주민들의 인권이나 복지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에서 이주민 관련 사업을 진행하니까 그 사업을 따내려고 여기저기서 뛰어든다는 것이다.

돈이나 어떤 보상을 바라지 않고 오랫동안 이쪽 일을 해온 실무자라 해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그 분들이 은연중에 이주민들을 교육 수준이 낮고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여기기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실무자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불명의 우월감이나 동정심을 발견할 때마다 속으로 ‘이건 아닌데’ 라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그 분들과 비교해서 갓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은 나로서는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정부나 민간단체 모두 놓치고 있는 중요한 한가지는 이주민은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다문화가정이나 이주민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따라오게 하는 것, 또는 민간단체가 이주민들이 꼭 자신들의 센터를 찾아와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은 이주민들을 객체화 하는 것이며 그들을 우리의 이웃이라기보다 손님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다.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어느 토론회에 참석했을 때 그 자리에 참석했던 이주노동자들은 “왜 한국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센터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도록 시스템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자신들의 문제는 자신들이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민간단체의 역할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다문화 사회는 이주민들이 그들만을 위한 이주민 센터에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위치한 사회복지관을 찾아가 한국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주민을 위해 따로 설치한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동네 도서관에서 자국어로 된 책을 빌려볼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사회일 것이다. 이런 사회를 위해서는 이주민이 우리와 더불어 사는 사람이며 따로 대상화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결국 다문화 사회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될 수 있는 사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주민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식, 이미 진행하는 이주민 관련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과를 거두려면 그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인식 말이다.

그런 인식이 있을 때 정부는 이주민 센터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민간 위탁단체가 지속적이고 알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비롯한 사업예산을 현실적으로 지원하고, 단기적인 성과에만 급급해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민간단체는 돈이 되기 때문에 이주민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인간으로서의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고민할 것이다.

어느 가수는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노래하지 않았는가. 다문화 사회에서도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어울려 아름다운 꽃밭을 이루는 다문화 사회가 이 땅에 잘 정착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백예인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홍보연대팀 간사

백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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