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범국민대책위원회 구성 제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김용철 변호사 제기한 삼성 차명계좌 비자금 조성의혹을 지난 29일 발표하자 지금까지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했던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을 일제히 성명을 내고 검찰의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또 기자회견에서경제정의를 위해 삼성을 견제하는 범국민대책위원회 구성을 시민사회단체에 제안한 사제단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밝힐 단계는 아니며 향후 여론과 시민사회의 반응을 따라 대책위 구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지난 29일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은 열고 삼성그룹이 전직 구조조정본부 간부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십 억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 관리해 왔다고 발표했다.

사제단은 기자회견에서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으로 일했던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 내용을 공개했다. 사제단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삼성은 김 변호사의 동의 없이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 등 은행,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한 뒤 이를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하거나 자금 세탁용으로 이용했다. 본인의 동의 없이 개설된 차명 계좌는 김 변호사 자신도 조회할 수 없었다.

의혹이 제기된 비자금 계좌는 총 4개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50억, 17억원이 예치된 계좌가 2개였고, 신한굿모닝증권 도곡지점에도 삼성전자 주식 6천71주가 예치돼 있었다.나머지 1개의 계좌는 조회가 불가능했다.

사제단은 “김 변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본인 동의 없이 개설돼 비자금 조성에 이용되고 있는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는 1천여개에 이른다”며 “검찰은 이 계좌에 들어 있는 자금을 포함한 삼성 그룹 비자금 전모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해햐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삼성비자금 의혹에 대해 사제단은 종교계, 학계, 문화예술계, 언론, 노동자, 농민 등 모든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한 범국민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범국민대책위 구성의 향후 일정에대해사제단은 여론과 시민사회 반응 추이에 따라 구성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양심선언을 진행시킨 김인국 신부는 “아직 외부에 공식화할 만큼 구체적인 계획이 잡힌 것이 없으며 삼성 문제를 공감할 수 있는 모든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여론과 시민사회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구성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제단의 제안은 지금까지 안기부 X파일 사건, 편법 증여.상속 문제 등 삼성의 불투명한 경영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개별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산발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는 만큼 이번 양심선언을 계기로 범국민적인 여론을 모으기 위해 충분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경제개혁연대 "의혹해소 검찰 수사 촉구"
참여연대 "불법자금 관리방식드러났다"

한편 삼성의 불합리한 지배구조와 조직관리에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해왔던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는 이날 오후 일제히 성명을 내고 삼성 스스로 비자금 의혹을 해소하는 동시에 검찰도 이 문제를 엄정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양심선언에 대해 삼성그룹은 김 변호사 명의 주식보유계좌에 대해 전략기획실 재무팀 고위 임원이 재테크를 목적으로 김용철 변호사와의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개설한 차명계좌로 삼성그룹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김용철 변호사가 내놓은 자료와 내용 등에 대해 향후 법적대응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며 “하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대로 삼성그룹이 본인 동의 없이 신분증 및 인감을 도용해 계좌를 개설해 불법적인 비자금을 조성.관리해 온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형법 제231조, 제234조) 및 금융실명법위반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자금 조성 경위와 관리 형태에 따라 증권거래법위반 등 추가적인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올해 말 대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관련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은 결코 늦출 수 없는 사안이다”며 삼성 비자금 의혹을 엄정 수사할 것을 검찰에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운영 의혹에 대해 삼성그룹은 단순히 임원 한 명의 개인적인 자금운영에 따른 것이고 삼성그룹과 관련 없는 사적인 자금이었을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공개된 자료와 정황을 보았을 때 이같은 해명을 믿기는 어렵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그동안의 비자금이나 불법자금 관리방식의 일각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삼성그룹이 내부 임원을 희생양 삼아 사건의 진상을 덮고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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