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무거운 토끼

한정선의 금수회의록 한정선l승인2016.03.1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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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림한정선

토끼는 입가에 추를 매단 것처럼 말 수가 적었다. 개가 고양이를 구박해도 나무라지 않았고, 오리가 닭장 안의 모이를 훔쳐 먹는 것을 뻔히 보고도 닭한테 이르지 않았고, 수탉이 오리를 쪼아대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엔간해선 입을 열지 않아 누군가와 다툰 적도 없었다.

한 밤중, 오리나 닭이 한 마리씩 사라지곤 했다. 잠귀 밝은 토끼는 닭장이나 오리 장의 푸드득거림에 눈을 뜨고도 잠자코 있었다. 동물들이 울타리 밖으로 목을 길게 빼고 시끄럽게 떠드는 아침이면, 토끼는 오물오물 풀을 씹고 있었다.

어느 대낮, 도둑괭이가 토끼새끼를 물어 갔을 때였다. 동물농장 안에서 우레 소리 같은 낯선 괴성이 났다. 그것은 토끼가 난생처음 내지른 커다란 외침이었는데, 동물농장 식구들은 말뚝처럼 굳은 채 토끼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한정선  helim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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