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한 학습

한정선의 금수회의록 한정선l승인2016.03.2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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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림한정선

어떤 농가의 황소와 말이 티격태격했다. 마구간과 외양간은 흙벽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었는데, 흙벽이 자잘한 구멍투성이였다. 말의 습관적인 뒷발질과 화가 나면 벽을 들이박는 황소의 뿔질로 인해 생긴 것이었다.

말은 밤에 잠이 오지 않고 따분하거나, 무슨 일로 흥분할 때 뜀뛰기를 하면서 벽에 뒷발질을 했다. 특히 주인을 등에 태우고 숲으로 산책 나갈 시간이 다가오면 마구간을 오락가락 설렁대며 뒷발굽으로 벽을 걷어찼다.

어느 오후, 말의 발길질 소리에 졸음을 깬 황소는 종노릇이 그리 재미나 발길질이냐며 벽에 뿔을 쿵쿵 박아댔다.

말은 ‘너나 잘해’ 라고 빽 고함을 지르고는 장소 가리지 않는 배설버릇이나 고치라며 히히힝 웃었다.

그 때 벽에 난 구멍을 통해 송아지와 눈싸움 중이던 망아지가 아비 말의 언행을 그대로 따라했다.

 "너나 잘해. 히히힝."

 "너야말로 잘해."

송아지도 뿔 없는 머리를 숙이고 들이박는 시늉을 했다.

한정선  helim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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