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예산을 절감한다는 명목으로 민자도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경실련이 정부가 발주한 도로와 민자도로 공사비를 비교했다. 건설회사가 과도하게 비용을 부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이미 가격검증시스템을 도입해 민자도로의 공사비를 확정하기 때문에 비용 부풀리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자도로의 구조적인 고비용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1일 경실련은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04년 동일한 건설회사에서 계약한 서울-춘천 민자도로와 성남-장호원 1공구 재정도로 공사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 지난달 31일은 민자도로와 재정도로 공사비 비교 결과를 발표했다.조사결과 민자도로 공사비가 2배 가량 부풀린것으로 나타났지만 건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업규모 차이를 감안해 민자물량(민자도로 건설량)에 민자도로의 건설단가와 재정도로의 건설단가를 곱한 공사총액을 비교했다. 그 결과 민자도로는 2천390억원, 재정도로는 이에 44.7%에 불과한 1천68억원이었다. 이렇게 민자도로가 재정도로보다 2배 가량 공사비가 높은 것은, 직접 공사에 투입되는 공사단가가 2배 가량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 경실련의 설명이다.

경실련의 자료분석 결과에 따르면 발파암(깎기), 노체(쌓기), 철근가공조립, 방수공 등 필수 공정에서 2배 이상 단가가 높았으며, 발파암과 노체 작업에서는 시공을 하지 않은 채 건설사가 133억, 152억의 이득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같은 건설회사에다 동일한 시기에 계약이 이뤄진 구간에서 가격차가 이렇게 난다면 건설교통부와 발주공사는 공사비가 부풀려져 있었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다”며 “이를 가능케한 것은 건설사와 건교부의 담합구조”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공사비 산정방법이 부풀려진 표준품셈(각 공정 기본단가를 제시하는 정부표준)을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는 점을 지목했다. 재정도로의 경우 최저가 입찰방식을 도입&확대하고 있어 예산낭비를 차단하고 있지만 민자도로에는 가격경쟁방식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풀린 가격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기관이 하도급 승인과정에서 단가를 확인하는 구조를 지적하며 높은 공사비로 계약체결을 하는 것은 가격검증시스템 문제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의 발표가 나간 당일 건설부 민자사업팀은 해명자료를 내고 민자도로 부풀리기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민자사업팀은 민자도로가 투자위험도에 따라 여건이 달라 모든 민자도로와 재정도로를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공공투자관리센터 등 가격검증시스템을 이미 도입하여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민자사업팀 관계자는 “백화점이 비수기에 세일을 하는 것처럼 민자도로는 구간마다 투자여건이 달라 건설사의 선호도가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특정 구간에서 높은 건설비로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격검증시스템 외에도 기획예산처에서 공사비 심의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덕현 경실련 시민감시국 간사는 “고가통행료로 민자도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건교부가 건설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며 “검증시스템의 경우에도 공공투자관리센터 등 검증위원회의 심의내용&결과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실효성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심재훈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