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접어드는 이 시기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럴 때는 따뜻한 정종 한 잔 생각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신문들이 온통 술판 이야기로 넘쳐난다.
지난주부터 두 가지 술자리 이야기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듯이 그 중 하나는 국감을 하던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대표 축구팀 선수들이 아시안컵 진행과정에서 술을 마신 것이다.

축구선수 Vs 의원들

둘 중에 어느 것이 나은가라고 들어가면 사실 뭐라고 할 말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 번 따져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우선 술자리에 든 돈이 누구 것인가부터 보면, 국회의원은 국민의 혈세로 마셨고, 축구선수는 자기 돈으로 마셨다는 것이다. 축구선수 1 : 의원들 0.

다음 누구하고 마셨는가다. 국회의원은 상대방, 게임이라면 상대편하고 마신거다. 축구선수는 자기들끼리 마신거다. 상대방과 마셔서 상대방의 컨디션을 나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국회의원들이 더 잘 한 것 같은데, 문제는 이 의원분들은 상대방과 친목을 다지기 위해서 마셨다는 것이다. 상대방과 친목을 다지면 이미 그건 시합도, 국감도 아니다. 축구선수 2: 의원 0.

다음으로 사과하는 태도를 보면 어떨까. 축구선수들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울면서 사과했다. 신문보도에 과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그런 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기에 무조건 잘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처벌이든 달갑게 받겠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은? 계속 아니라고 했다. 어떤 의원은 성매매는 안 했다고 하면서 성을 내고 있다. 신문을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안 미워하던 사람들, 그리고 관심없던 사람들도 상대방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화난다. 축구선수 3 : 의원들 0. 오랜만에 국가대표 축구팀이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준 것 같다.

의원팀의 패인

시합에서 어떤 팀이 지면 그 패인에 대해 다양하게 분석한다. 공격력 부재, 수비불안, 팀워크 와해. 그렇다면 국회의원팀의 패인은 뭘까? 다른 경우에 이 이야기를 하면 좀 거부감이 있지만, 정신력! 이것이 아닐까 싶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국민들을 위해서 몸이 부서져라 뛴다는 각오가 필요하고, 국회의원들이라면 자신들을 선출해 준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신력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사건 당일 의원들은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기 보다는 자신들이 국민 위에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현란한 플레이는 커녕 기본적인 플레이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선수들이 기본적인 플레이도 못한다면 바라보는 관중은 당연히 실망하게 된다. 심한 팬들의 경우 난동까지도 일으키기도 한다. 난동이 없는 것을 보니 국회의원들은 아껴주는 팬들도 없나 보다.

올바른 국감을 위하여

국회의원들의 술자리 향응을 계기로 국감을 제대로 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어떤 의원들은 국감기간 동안 식사는 구내식당에서만 하기로 했단다. 골프도 안 치겠다고 했다. 그런데 과연 이런 것으로 국감이 제대로 되나?!

하여튼 두 눈 뜨고 국회의원들을 바라 봐야겠다. 결국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종이니까. 그리고 제대로 된 국감을 위해서 국민된 입장에서 이것만은 좀 해보았으면 좋겠다.
다음 총선에서 제대로 된 사람뽑기. 믿을 수 있는 종을 두어야 마음이 편하지 않겠는가.

박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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