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를 따라11- 울진 골장마을에서

바닷물로 김장담그다 남효선l승인2007.11.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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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소금도 아끼고, 맛도 내고...

김장철이 돌아왔습니다. 서민가계에서 김장과 땔감마련은 겨울을 나기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주요한 살림살이입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긴 겨울을 날 김장과 땔감을 장만하는 일은 농어촌 살림살이에서 뺄래야 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더욱이 김장은 이듬해 봄까지 온 식구가 먹어야 할 소중한 먹을거리인 까닭에 제 때에 맞춰 김장을 담그지 못하면 그야말로 식구들은 끼니때마다 맨 밥으로 겨울을 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일이었습니다.
남효선
소금이 귀했던 시절, 우리의 어머니들은 한줌의 소금이라도 아끼기위해서 먼 바닷가로 배추를 이고나가 바닷물에 배추를 절여 김장을 담갔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농촌의 아낙들은 여름에 옮겨 심은 배추가 제대로 속이 들어차는지, 벌레나 들지 않았는지를 살피기 위해 매일 배추밭으로 나가 배추벌레를 일일이 손으로 잡아냅니다. 요즘처럼 농약이 일상화되었지만 식구들의 소중한 밑반찬인 김장거리에는 농약을 가능한한 덜 뿌리는 것이 몸에 익힌 농사법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남정네들도 잠시 쉴 틈이 없습니다. 겨우내 땔 장작을 장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사용할 땔감도 중요하지만, 생활에서 요긴하게 쓰일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장작을 패서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음력 10월 경이면 마을은 김장담그기로 부산해집니다. 김장은 대개 집집마다 날을 잡아 돌아가면서 담갔습니다. 품앗이인 셈이지요. 김장을 담그는 날이면 아침부터 마을 아낙들이 삼삼오오 몰려듭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소금이 흔해지면서 김장배추는 소금으로 절이지만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동해 연안 농가에서는 거의 배추를 이고 바닷가로 나가서 바닷물에 배추를 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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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김장 때, 그때는 바닷물에 가서 배추를 씻어 왔어. 그때는 소금이 귀해서 소금 아낄라고 그랬는거도 있고, 또 바닷물에 배추로 절이면 맛이 있어. 울진에는 소금 만드는 염전이여러 군데 있었는데, 살래면 값이 비쌌어. 아침에 큰 다라이에 배추 담아 이고 바닷가로 가서 배추로 씼어. 식구가 많은 집에서는 신랑이 지게에 배추를 짊어지고 가지. 그러면 여자들이 배추로 바닷물에 씻어, 대발에 척척 걸쳐서 물을 찌워. 그래 저녘에 집에 이고 와서 김장을 담가”
올해로 일흔 살을 드신 김춘란 할머니의 얘기입니다.
남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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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바닷물에 절여 김장을 담그는 일이 요즘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30여 년 전 이 땅의 어머니들은 소금 한 줌이라도 아낄 요량으로 찬 가을바람을 맞으며 바닷가로 나가 배추를 절였습니다. 배추를 바닷물에 절인 것은 소금이 귀하기도 했지만, ‘바닷물에 배추를 직접 절이면 배추숨이 골고루 죽는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에 절인배추로 담근 김장 한 포기 한 포기 속에는 이처럼 지독한 간난을 이겨 온 우리 어머니들의 지혜가 듬뿍 배어 있는 셈이지요.

바닷물에 배추를 절여 집으로 돌아와 하룻밤을 재우면 소금간이 맞춤하게 들었습니다. 바닷물에 씻은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아낙들은 김장에 들어갈 양념을 만듭니다. 양념을 만들 때는 먼저 찹쌀풀을 쑤고, 여기에 꽁치간수(젓국물)와 고춧가루, 다진 마늘, 다진 생강을 넣고 후립니다. 이어 김장소를 만드는데, 울진지방에서는 김장소로 생선을 많이 넣었습니다. 바닷가 마을이어서 생선을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로 김장소로 쓰는 생선은 대구, 새치, 힛뜨기, 퉁수, 멸치 따위였습니다. 이중 대구는 시원한 맛을 내는데 일품이었으며, 새치는 김장 맛을 깊게 하는 데 일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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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에 배추를 절여 김장을 담그면 맛도 좋고, 귀한 소금을 한줌이라도 아낄수 있어 좋다며 김춘란할머니가 바닷물에 절인 무를 들어올리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김장소는 미리 장만해 놓은 대구나 새치 등 생선에 다진 마늘, 생강, 대파, 당근, 쪽파, 미나리, 청각, 쑥갓 따위를 넣어 버무립니다. 바다나물인 청각을 반드시 넣는데, 이는 시원한 맛을 내도록 하기위해서입니다. 양념과 김장소가 마련되면 비로소 김장담그기에 들어갑니다. 바닷물에 절인 배추를 큰 함지에 가득 담아 가운데 놓아두고 한 사람은 한 포기 씩 꺼내 양념을 바르고, 또 한 사람은 양념을 바른 배추에 김장소를 골고루 넣어 잘 여며 놓습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미리 잘 씻어 말려놓은 커다란 단지에 먼저 양념한 무를 깔고 그 위에 양념과 소를 넣은 배추를 포개어 놓습니다. 또 그 위에 양념을 한 무를 한줄 깔고, 솔르 넣은 배출르 포개어 놓습니다. 이윽고 한 단지가 가득차면 맨 위에 양념과 소를 바르지 않은 절인 배추포기를 포개어 놓습니다. 이를 ‘우거지 넣는다’고 합니다.

김장 담그기가 끝나면 남정네는 미리 파 놓은 웅덩이에 김장독을 묻습니다. 비로소 이듬해 봄철까지 먹을 소중한 김장담그기가 마무리됩니다. 많은 식구가 한 지붕 아래서 살던 70년대 까지만 해도 보통 집집마다 김장독을 3~4개씩 묻었습니다. 김장담그는 날이면 양념과 김장소를 듬뿍 넣은 겉절이를 안주삼아 아낙들은 막걸리 한잔씩 돌렸습니다. 김장담그는 집에서 으레 밥은 물론이고, 살림살이가 넉넉한 집에서는 돼지고기를 삶아 겉절이를 곁들이며 한바탕 잔치를 벌였습니다.

마침 바닷가 골장마을에서 할믹 손녀딸을 데불고 며느리와 함께 바닷물에 무를 절이고 있었습니다. 죽변 골장마을에서 찍었습니다.



남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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