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나 에너지위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날로 늘어가면서 초창기 대안에너지운동을 펼쳐왔던 시민단체들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 재생가능에너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운동가들의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대안에너지 운동 물꼬를 트다=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운동의 물꼬를 튼 곳은 에너지전환이다. 에너지전환은 회원들이 마련한 돈으로 원자력과 화석연료를 뛰어넘으려는 염원을 담아 지난 2003년 5월 서울 부암동에 시민발전소 1호를 세웠다.

그후 2년에 걸쳐 전력판매의 걸림돌이 되는 제도를 바꾸고 2005년 4월부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민발전소에서 만들어진 깨끗한 전력을 한전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보급을 위해 에너지전환 회원들을 중심으로 지난 2005년 시민기업 ‘시민발전’을 세웠다. 시민발전은 쓸모없이 하늘만 바라보는 주택과 창고 등 건물 지붕에 햇빛발전기를 설치하고 바람이 많은 곳에 바람발전기를 설치하는 재생가능에너지 전문기업이다.

시민발전은 시민들이 직접 발전소를 설치하는 일을 돕거나, 시민들의 출자를 받아 직접 발전소를 운영해서 나온 수익을 배분해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는 일을 펼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설립=시민발전은 지금까지 충북 괴산 흙살림연구소, 서울 화곡동 원불교 교당, 부천 지평교회 등 3곳에 3킬로와트 규모의 햇빛발전소를 지었다. 또 전북 부안에 시민발전소 3곳, 부천 시민환경발전소, 출판사 일조각, 전북 변산공동체 등의 햇빛발전소 건설을 지원했다. 수원시, 경기도, 충북 괴산의 한살림 생산자 공동체,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와 자자학교, 부천실업고등학교 등과도 햇빛발전소 설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여수YMCA

아이들이 지난해 5월 전남 순천시 별양면 두고리에 설치된 순천태양광시민발전소 '햇살 1호기'를 견학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시간당 200kw급 상업용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한 제도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는 “1MW(1000kw) 이상의 대규모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시설이 들어서려면 6~7천평 규모의 땅이 필요하다. 임야나 갯벌 같은 곳에 발전소를 건립하는 것은 또 다른 환경파괴를 부를 뿐”이라 지적했다.

◇청소년 교육·체험의 장으로=YMCA전국연맹은 전남 순천시 별량면 두고리에 지난 해 5월 순천태양광시민발전소 ‘햇살 1호기’를 설립해 개소식을 가졌다. 햇살 1호기는 산자부의 태양광 일반보급사업에 따라 지난해 국고 보조를 포함해 21억원을 투입한 200kw급 발전소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태양광 발전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가정용’ 수준을 넘어 시간당 200kW급 상업용 태양광 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햇살1호기는 해를 따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장치를 설치해 ‘경사 고정형’보다 발전 효율이 10~15% 정도 높다.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공급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고 있다.

햇살1호기는 하루 평균 약 800kWh씩의 전기를 시험생산해 지난 3월부터 1kWh당 716.40원(정부 고시가격)으로 한전에 전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월 2천300~2천400만원씩 연간 2억4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환경 및 에너지 문제에 대한 오랜 관심과 운동의 결실로 만들어진 태양광 시민발전소 햇살 1호기는 청소년과 시민을 대상으로 에너지캠프, 에너지 기행과 체험교육, YMCA 에너지정책센터 등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김대희 여수YMCA 정책국장은 “초기 설치비용을 모두 갚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여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로 에너지 빈곤층의 전력난을 돕고, 수익금으로는 향후 대북에너지 지원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회적일자리 창출 등 공익사업도=사단법인 에너지나눔과평화는 에너지빈곤층 지원을 위해 전남 무안군청과 손잡고 태양광 150kw급 ‘사랑의 나눔 발전소’ 설치 투자협식을 지난 달 9일 체결했다.

사랑의 나눔 발전소는 무안군 현경면 양학리 스포츠테마파크 주차장의 지붕을 덮는 방식이다. 1천600평 규모로 설립될 예정이다. 에너지나눔과평화는 설립자금 마련을 위해 올 1월부터 시민 기업 출자와 기부운동을 펼쳐왔다. 한국토지공사와 포철기연 등의 기업과 200여명의 시민들이 동참하고 있다.

사랑의 나눔 발전소는 매년 20만kw, 15년간 300만 kw의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판매수입금은 총 2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력판매 1년차부터 15년차까지 매년 순익의 50%를 무안군 내에 또다른 공익발전소를 짓는데 투자하고, 발전소 관리인으로 지역내 빈곤층을 채용해 사회적 일자리 창출도 꾀하고 있다.

이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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