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켓집

한정선의 금수회의록 한정선l승인2016.06.09 21:04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해림한정선

어떤 집의 문이 여닫힐 때마다 삐걱거렸다. 돌쩌귀에서 나는 소리였다. 문이 시끄런 소리를 내는 돌쩌귀를 야단쳤다.

문은 점점 잘 여닫히지 않았다. 문과 문틀 사이가 버름했다. 날이 갈수록, 문과 문틀과의 사이는 크게 벌어지고, 억지로 세게 밀어 여닫는 문짝의 모서리가 부스러졌다. 문틀은 문에게, 문은 돌쩌귀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돌쩌귀가 안간힘을 다해 버티면 버틸수록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문틀이 불안한 듯 문에게 돌쩌귀를 서둘러 바꿔야겠다고 말하는 중인데, 문이 꽈당 떨어져나갔다.

문틀은 설마 자신이 비틀어졌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문짝을 내려다보며 비틀린 웃음을 웃었다.

집이 찌그러진 문틀을 가리켰다. 그리고 돌쩌귀와 문이 잘못되도록 내버려둔 문틀의 잘못이라고 꾸짖었다. 긴 네모 모양이던 문틀은 더 찌그러져 납작한 마름모꼴이었는데, 문틀만이 아니었다. 창문도 벽도 지붕도 옆으로 기울어 있었다.

이내, 집이 폭삭 내려앉아 비스켓처럼 부서졌다. 집은 쓰러지는 순간까지 설마 자신의 아랫도리가 부실한 줄 모르고 화를 내고 있었다. 집은 철거될 때까지도 돌쩌귀와 문과 문틀이 잘못해서 자신까지 무너진 것이라는 원망을 했다.

한정선  helimsea@naver.com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정선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