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변화에는 늘 선구자들이 있어왔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대한 움직임이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미약하지만 그 뜻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환경단체나 일반 엔지오들도 이 일에 많은 힘을 보태고 있고, 종교인들의 움직임 또한 활발히 일고 있다. 요안원불교외국인센터와 청파감리교회를 찾았다. /편집자

교회 등 규모있는 공동체 솔선수범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한 청파감리교회 옥상에 ‘하늘로 향하는 창’이 하나 생겼다. 지난 2일 교회 100주년 기념 사업으로 설치한 햇빛발전소를 세운 것이다. 이 교회 김기석 담임목사는 ‘창조질서의 창문’이라고 설명했다. 햇빛발전소 개소 예배(지난 11일)를 앞두고 청파감리교회는 발전시설 설치를 모두 마무리하고 교인들과 지역주민들에 대한 홍보를 위해 다소 부산한 듯 보였다.

김 목사를 따라 먼저 교회 옥상에 올랐다. 멀리 남산타워가 보이는 청파교회 옥상에는 교회 지붕 십자가 아래 3kw급 태양광 발전 모듈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김 목사가 태양광발전 시설에 대한 설명 끝에 “‘세상의 빛이 되라’는 그리스도의 말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지요.”라며 농담을 건넸다.

교회 입구에는 지금 이 시간 햇빛 에너지가 얼마나 전기로 생산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게시판도 만들었다. 게시판에는 현재발전량과 일일발전량, 누적발전량, 그리고 햇빛 발전으로 감소되는 CO2의 양이 기록되어 있다. 햇빛 발전을 홍보하는 이 게시판도 물론 햇빛발전으로 가동된다.

청파햇빛발전소가 햇빛발전량을 알리는 게시판을 교회 입구에 세워놓고 있다.

일제시대 설립된 청파감리교회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깊은 곳이다. 특히 100주년 기념 사업으로 교인들이 십시일반 햇빛발전소를 설립기금을 모아 교회가 지향하고 있는 ‘생명과 평화’에 대한 뜻을 되새기고 있다.

김기석 목사가 햇빛발전소를 세우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것은 프란츠 알트의 ‘생태주의자 예수’라는 책을 통해서다. 이 책에는 재생에너지로 마을 전체가 에너지 독립을 이룩한 독일의 쇤하우라는 작은 마을이 소개돼 있다.

“쇤하우에서 햇빛 발전을 처음 시작한 곳이 어디냐면 바로 교회였어요. 교회 지붕에 태양광 전지를 설치하고, 그것을 ‘쇤하우의 창조질서의 창문’이라고 했대요. 그래서 우리도 기독교인들이니까 교회에 ‘창문’ 하나 만들자고 교인들을 설득했지요.”

90년대부터 교인들과 함께 환경을 살리는 일을 해오고 있었던 터라 교인들도 충분히 김 목사의 뜻에 동참했다 “음식물 찌꺼기 버리지 않기, 배기량이 큰 차량 타지 않기, 겨울에 내복 입기, 여름에 에어컨 안켜기 등의 캠페인 활동을 꾸준히 해왔죠. 생태학적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삶으로 바꾸는 일을 지금 시작해야 해요. 이제 소극적인 활동에서 벗어나 정말 대안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합니다.” 김목사가 힘주어 말했다.

김기석 청파감리교회 목사가 교회 옥상에 세워진 청파햇빛발전소 앞에서‘햇빛발전’의 원리를 설명하며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그가 작은 동화 하나를 소개했다. 우주 공간에서 어떤 별이 지구별을 만났다. 그 별이 지구별에게 묻기를 “잘 지내니?”라고 묻자 지구가 답하기를 “그렇지 못해”라고 답했다. 그 별이 이유를 묻자 “나는 호모사피엔스를 태우고 다니거든”이라고 설명했다. 그 별이 지구를 위로하며 “신경쓰지마. 곧 사라질거야”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생태계 파괴에 앞장서고 있는 인간에 대한 풍자를 담은 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평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또 그는 “과거에는 기독교가 묵시론적 종말론을 이야기 했지만 이제는 과학자들이 나서서 지구의 종말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전하며 ‘생명과 평화’ 문제에 종교인들이 먼저 귀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종교가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기고 있는 측면이 있지요. 이제 지구는 더이상 지탱해 줄 수 없어요. 공생번영이 아니라, 공생공빈으로 덜 먹고 덜 쓰는 변화를 해야 합니다.”

교회에 설립된 발전소를 보고 교인들 중에도 햇빛발전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유치원을 설립하려는 교인이 새로 짓는 유치원에 설치할 계획을 내비췄고, 청주에서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교인도 학내에 설치하려고 물어왔다고 했다. 김 목사는 그러한 움직임에 내심 뿌듯해했다. 그는 청파교회 뿐만 아니라 다른 교회들도 이 일에 동참해주기를 요청했다.

“개인이 이 일을 하기에는 초기 투자비에 부담이 있지만 교회처럼 규모가 있는 공동체가 이 일에 나서는 일은 쉽지요. 전국에 있는 교회의 일부라도 이 일에 나선다면 우리나라에도 재생에너지 보급이 좀더 빨리 이뤄지지 않을까요?”

이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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