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를 아시나요

[시민운동 2.0] 이승화l승인2007.11.12 11:56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손에 잡히지도 않고, 눈으로 보기 어려운 환경문제의 실체를 직접 목격하게 된 것은 ‘아토피Zero 학교’에서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들을 만난 이후부터다. 아직 가정을 꾸린 경험도 없는 내가 아이들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것은 어색할 뿐만 아니라 당황스런 일이겠지만, 더 늦기 전에 아픈 아이들의 시대를 사는 어른들의 반성과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이 미래세대에게 위험스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어린이 4명 중 1명이라는 많은 수의 아이들이 앓고 있는 ‘아토피’는 어느새 우리 시대의 아이들을 조금씩 병들게 하면서 사회의 조용한 위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토피는 과잉면역반응에 의해 나타나는 질환으로서 대표적으로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아토피 피부질환을 ‘3대 알레르기성 질환’이라 부른다. 이 질환들이 아이들에게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아토피가 ‘이상한, 기묘한, 낯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듯이 아직도 이에 대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가족들은 귀동냥과 소문에 의존하여 잘 낫는다는 병원을 전전하며 눈물과 상처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토피 아이들은 딱지와 진물이 흐르는 몸 때문에 한여름에도 짧은 옷을 입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영장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의 놀림과 따돌림 때문에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며, 학교 앞 불량 먹거리를 피해 집에 돌아오는 길은 멀기만 하다. 친구의 생일초대에도 자기 간식을 따로 챙겨가야 한다.

자는 동안 긁지 못하도록 손에 두꺼운 장갑을 끼고 자야 하는 등 어린아이가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들로 힘겨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우울감과 낮은 자존감으로 심리적 장애를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심한 경우 자살충동까지 느끼는 것이 아이들의 일상이다.

환경이 무너지면 인간사회 균형이 흔들린다는 주장은 귀가 따갑게 들은 진실임과 동시에 지구의 자정능력을 과소평가한다는 주장과 대립되는 오래된 논쟁거리이다. 하지만 이미 산업화와 도시화는 인류를 잠식해서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생활환경의 변화로 인한 유해화학물질과 사회적 스트레스의 만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만성적 환경병을 앓을 수밖에 없는 삶의 방식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유발된 아토피 질환 유병율은 지난 4년간 무려 10배가 증가하여 현재 7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토피 피부질환으로 인한 의료기관의 총 진료비는 연간 560억 원에 달한다. 간접비용과 삶의 질 저하 등의 무형비용을 포함해서 이를 경제적 손실로 따진다면 4조원이 넘는 비용이 아토피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인 것이다.

성인들조차도 아토피 고통을 이겨내지 못해 자살을 선택했다는 뉴스보도와 아토피 청소년의 54%가 자살을 고민해봤다는 충격적인 설문조사 또한 그 고통의 크기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생생한 증거들이다.

우리의 삶이 더욱 고단해지기 전에 아토피 실태에 대한 사회적 진단과 해법 모색을 통해 자연건강 생활문화로의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 어른들은 아토피 치유를 위해 유치원과 학교 교육 등에 필요한 환경건강 교육프로그램과 생활실천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한다.

아토피 예방과 치유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제도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고통 받는 아이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장기적인 치유공간이 생길 수 있도록 사회가 후원하는 것이다.

방학 때마다 아토피 치유를 위해 자연 속으로 찾아오는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일은 기쁘고도 안타깝다. 오히려 환경운동을 하면서 무뎌진 감수성과 지속가능한 환경의 의미를 아이들을 통해 되찾을 수 있던 것은 좋은 기회이지만, 자연 속에서도 힘차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 뒤에 드리운 그늘이 미래사회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생명존중은 우리 아이들이 가진 생명의 힘과 가능성을 스스로 열매 맺을 수 있도록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아이들에 대한 고민은 단순히 아토피 가족들만이 짊어질 문제만은 아니다. 개인-가족-사회-지구환경은 하나의 고리로서 함께 순환되어야 하는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승화 생태지평 연구소 연구원

이승화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승화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