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를 잘못 놀린 도마뱀

한정선의 금수회의록 한정선l승인2016.07.1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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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림한정선

개구리들이 도마뱀을 파면하고 방죽에서 추방도 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도마뱀이 혀를 잘못 날름댄 때문이었다.

“절대로 본심에서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 혀가 잠시 실수를 했습니다. 피로할 땐 이 혀가 미끄러져요. 이거 보세요. 아아..”

도마뱀은 느린 혀 동작으로 혀가 미끄러지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정말로 도마뱀의 혀는 죽어가는 지렁이가 방향을 찾지 못하고 구물대다 늘어지는 것처럼 축 늘어졌다.

개구리들이 탄력을 잃고 흐느적이는 도마뱀의 혀를 보고나서 고민에 빠졌다. 예전에 도마뱀의 혀는 고무처럼 늘어났다 순식간에 오므라들었고, 날것들을 눈 깜박할 순간에 낚아왔고, 깊은 구멍 속 곱등이도 잽싸게 말아 올렸었다. 도마뱀을 저수지파수꾼에서 대신의 자리로 높이뛰기해 준 것도 혀였다.

그런데 대신이 된 후, 도마뱀이 혀 단속을 게을리 했다.

개구리들이 저수지의 왕 두꺼비의 집 앞에 모여,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함성을 지른 날이었다. 해결책이 궁한 두꺼비가 넌더리를 내며 귀를 틀어막았다. 그것을 본 도마뱀이 혀를 널름널름, “임금님, 꼬리도 없는 저 머구리 백성들. 옛날 인간나라 임금처럼 개구리들을 개돼지로 보고 먹을 것만 주세요. 그러면 큰 소리를 내지 않을 겁니다.”라는 말을 했다. 도마뱀의 속말은 개구리들에게로 독침같이 튀었다.

마침내, 대표 개구리가 단지 혀로 실수를 했을 뿐인 도마뱀에게 파면과 추방은 과하다고 말했다. 도마뱀 말대로 혀에 이상이 생긴 것 같으니 앞으로 중심을 잘 잡아 말실수를 하지 않도록 혀끝을 더 갈라주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냈다.

개구리들이 우우 찬성했다. 두꺼비는 개구리들의 요청에 못 이긴 척 동의했다. 두꺼비는 도마뱀의 혀를 눈꼽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도마뱀이 ‘꼬리 없는 머구리들’ 속에 두꺼비 자신을 포함시킨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개구리들이 도마뱀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도마뱀은 획 돌아서서 꼬리를 흔들며 달아났다. 개구리들이 바짝 뒤쫓았다. 맨 앞선 개구리가 도마뱀의 꼬리를 움켜잡았다.

그 때, 도마뱀이 꼬리를 끊고 개구리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다. 개구리가 팔딱대는 도마뱀꼬리에 정신 파는 사이, 도마뱀은 저수지를 헤엄쳐나가 밭둑으로 올라갔다.

“혀는 실수를 모른다. 그 꼬리는 갈아 마셔라. 너희들 막힌 곳이 조금은 트일 것이다.”

도마뱀이 개구리들을 내려다보며 혀를 움직였다. 도마뱀의 혀는 어느 틈에 탄력을 되찾은 듯 날렵하게 날름거렸다.

한정선  helim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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