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치기식 충격요법. 인해전술 집회 투입 바꿀 장치시급

지난주 2명의 전의경이 사망했다. 지난 15일 제주시 전경초소에 근무하던 김 모 일경이 50여 분간 얼차려를 받던 중 20m 절벽 아래로 뛰어내려 숨졌다. 지난 11일에는 부산 경찰 기동대 옥상에서 김 모 이경이 구타 등 가혹행위 이후 기동대 옥상에서 추락사했다.

사건이 발행한 직후 경찰수뇌부는 지휘간부, 고참 모두를 구속했다. 부산경찰청은 사건이 일어난 김 모 이경 소속된 경찰 악대를 해체했다. 올해 부산경찰청 관내에서만 지난 4월 김해공항 기동대 사건 이후 두 번째 부대 해체다. 관련자를 전부 구속하고 급기야 해당 부대를 해체하는 사후약방문식 ‘충격요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전의경 인권 문제가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

특히 정부의 2012년 전의경 폐지 계획에 맞춰 당장 내년부터 4천300명의 정원이 축소된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 과다에 따른 인권침해 사례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의경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여전히 인권 사각지대=전의경 내무반 내에서 일어나는 가혹행위는 진행형이다. 전경 소대장을 경험한 한 현직경찰은 “구타를 과거처럼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경찰은 없다”며 “그렇다고 음성적이거나 우발적인 폭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수뇌부는 이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 경비국장은 지난 9월 국정브리핑에서 “금년 상반기 전의경 자체사고가 전년대비 44% 급감했다”며 “경찰청의 전의경 복무환경 개선 노력으로 구타 등 사고가 현저하게 감소하는 등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지난주 2건의 사고와 같은 ‘대형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군은 병사 인권을 군 존립의 문제로 접근해 최근 몇 년에 사이에 구타가 줄었다”며 “하지만 전의경의 경우 해결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인권단체들은 경찰청이 미봉책만 내놓으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2월 인권위 실태 조사 결과 전의경 잇단 자살과 구타 문제의 첫 번째 요인으로 지적된 것이 과도한 출동&근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였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전의경 감축도 또다른 문제 확산의 촉매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정원 축소 따른 대안은=정부는 3만8천명 수준인 전의경을 내년부터 20%씩 감축해 5년후인 2012년엔 폐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내년부터 전의경은 4천300명이 줄어든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청에서는 전의경 대체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줄어드는 전의경 4천300명의 업무를 대신하기 위해 내년에 1천400여명의 경찰을 신규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기동대 근무조건으로 남성 순경 936명을 지난 10월 채용했고, 여경 62명의 채용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기동대 의무복무로 채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의무복무가 끝나는 2년 뒤에는 다른 보직으로 배치된다. 전의경이 해마다 내년 수준인 4천여명씩 감축된다면 기하급수적으로 수가 줄게 되는 반면 기동대 순경은 2년 의무기간 후 보직이 바뀌기 때문에 매년 대규모 채용을 한다 해도 일정수 이상 늘지 않는다.

결국 올해와 같은 채용 규모를 유지하면서 2년 뒤를 상정한다면 지속적으로 감축되는 전의경이 맡아야 하는 업무하중은 현 체계에서 커질 수밖에 없다. 경찰청 경비과는 내년에 계획된 일정에 맞춘 예산은 확보해 둔 상태라고 밝혔지만 이후 기하급수적인 인력확대에 따라 늘어날 예산을 감당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의경은 1인당 430만원의 소요 예산이 들지만 순경의 경우 봉급 등 2천만원 후반대의 예산이 책정된다. 전의경 폐지 발표가 나온 지난 2월 경찰청 간부들이 1조원 예산확보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전의경 대체 태스크포스팀 관계자는 “새로운 집회대응 장비를 투입하고 전술을 전환하는 식으로 인력 축소에 따른 공백을 메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벌써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새로운 집회 대응 장비들을 동원했음에도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는 대응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경찰청은 이날 2만명(경찰 추산)이 모인 집회에 2만3천명의 전의경을 배치했다.

또 당장 운영의 구체적인 계획이 서 있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혁신위원회 민간위원인 김희수 전북대 교수는 “기동대에 충원되는 직업경찰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하는 내용이 없다. 전경 한명에 경찰 한명이 조를 이룰 것인지 아니면 전경이 뒤에서 보조를 할지 등의 계획이 없다”며 “현행의 운영방식으로 추진한다면 직업경찰은 뒤꽁무니로 빠지고 전경을 앞세우는 식으로 운영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인해전술 대응, 잡무 투입은 여전=인권단체들은 경찰의 주장대로 기동대의 직업경찰만 늘려선 전의경의 인권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지적한다. 현재 전의경 운용 방식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칫 경찰의 덩치만 키울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전의경 운용에서 크게 문제로 지적받는 것은 집회참가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물량공세식 병력운영과 전의경을 2년 동안 불평 없이 쓸 수 있는 노동력으로 여기는 관리자들의 의식이다.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집회를 하는 사람보다 막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에서 집회 시위에 관한 대응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전경의 규모를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병영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활동 반경으로 하는 군에 비해 사회와 접촉면 넓은 전의경의 경우 지휘관들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경의 인권상황은 열악한 반면 중대장 등 전의경 지휘관의 경우 승진준비 등 자기계발을 위해 전경부서에 자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시간이 남는 부서라 승진을 앞둔 경찰이 몰린다”고 말한다.

김희수 교수는 “군대의 경우 좋은 지휘관을 만나면 인권상황이 좋아지는 이유가 24시간 붙어 있는 체계에서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가능할 뿐 아니라 공간적으로도 선이 그어져 있어 일과시간 이후의 이용 공간만 파악하고 있으면 폭행을 막을 수 있다”며 “전의경 경우에는 더 많은 관리와 감독이 필요한데도 순환보직으로 간부의 전문성과 관심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지난 2005년 전의경을 대상으로인권위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상자의 22.8%가 구타의 원인으로지휘관의‘관심 부족’을 꼽았다.

경비 업무 이외에 배치된 전의경들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도 큰 것이 현실이다. 전의경은 집회 대응을 주 업무로 하는 기동대 뿐 아니라 방범, 교통 등을 위해 일선 경찰서에도 배치된다. 오 국장은 “경찰서에 배치된 의경은 전화 받는 일, 경찰 간부 당번, 차량 운전, 복사하기 등 허드렛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돈 안들고 부리기 쉬운 인력이라는 경찰 내의 인식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체 계획 전 운영근본 바꿔라”=경찰청 전경관리팀은 지난 2월 인권위원회가 내놓은 ‘전의경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 11개 과제’에 대해 “예산 때문에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의경의 식대, 시설 등 환경 개선에 약 390억원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물론 의식주 등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인권단체들과 관련 학계에서 전의경 인권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해온 부분은 역시 전근대적인 물량 중심 운영과 전의경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인식이다.

병역의무를 근거로 젊은이들을 집회시위 현장으로 내몰아 국민과 충돌시키는모순 때문에 전의경제도의 폐지가 확정됐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이행기에 있다. 인권단체들은 지금부터 2012년까지 전의경의 인권침해는커질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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