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무리 평범한 공이 자신을 향해 와도 서서 걷어내는 법이 없다. 늘 넘어지면서 공을 막는다. 다리가 불편한 그가 자칫 실수라도 해서 골을 허용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무릎이 깨지고 팔꿈치가 벗겨진다. 재용 씨 뿐만 아니라 함께 경기를 하는 7명의 선수들이 다 그렇다.
획일화된 삷을 요구하는 효용성
잘 펴지지 않는 팔을 흔들고, 가누기 힘든 머리를 곧추 세우다 마음이 앞서 넘어지고, 먼저 굴러가는 공을 차지하기 위해 뛰다가 몸을 세워줄 두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심하게 부딪힌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웃는다. 부상을 당해 그라운드 위에 몇 분을 누웠다가도 다시 벌떡 일어나 상대방의 골문을 향해 돌진 한다
효용의 최대치를 인간의 가치로 보는 세상에서 그들은 늘 찬밥이다. 능력이라는 언어로 포장된 효용이라는 잣대는 알을 많이 얻기 위해 좋은 사료를 공급받는 양계장의 닭과 똑같은 방식의 삶을 인간에게 요구한다. 무한 경쟁체제의 또 다른 말인 효용성 중심의 세계에서 그 안에 갇힌 모든 것들은 벼슬의 색깔이 점점 시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알 낳기에 열심인 양계장의 닭처럼 자신의 생산력에 감탄하며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자랑스레 설파한다.
재용 씨나 그의 동료들은 말을 무척 더디게 한다. 한마디의 말을 위해서는 온 몸을 비틀어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그들의 뜀박질보다 훨씬 빠르게 공을 잡을 수 있다.
온 몸으로 전하는 진정성
그러나 단 한번도 내가 뛰는 걸음의 소리를 느껴보지 못했고, 그들이 보여준 혼신의 힘을 다한 한 걸음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나는 1분에 책 몇 페이지를 읽을 수 있지만 어느 누구에게 진정한 삶의 언어 단 한마디를 전하지 못했다. 그들이 온몸을 비틀며 전하고자 하는 그 단 한마디의 진정성이 나에게는 없다. 효용이 인간의 기준인 세상이 아니라 삶의 진정성이 기준인 세상이라면, 그들만큼 훌륭한 시대의 스승은 없다
바야흐로 대선 시즌이다. ‘땅 떼기’, ‘주식 떼기’에 위장전입, 위장취업, 세금포탈까지 돈 되는 비리는 다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는 분이 여론조사 부동의 1위를 내달리고 있다. 세풍, 총풍, 병풍에 화끈했던 차 떼기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분은 그 뒤를 차지하고 있다.
암울한 대선
국민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이 개혁이니 실용이니를 놓고 싸우다가 세월을 다 허비하고 다시 표 몰아 주시면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를 위해 몸 바치겠다고 하시는 분을 포함하면 이번 대선의 전망은 암울하기까지 하다
무슨 때만 되면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수백, 수천 만원어치의 떡을 드셨다는 검사들이 있고 그 기업을 감싸기 위해 엄연한 뇌물을 소위 ‘떡값’으로 둔갑시켜 범죄를 축소시키거나 아예 보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언론이 있으니, 애당초 삶의 진정성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 없었거나 특별한 그들의 지위를 엄호해 주는 수사의 표현은 아니었을까.
‘기회가 없는 자유라는 악마의 선물’(노엄 촘스키)을 무차별적 공약으로 내어던지는 특별한 그들의 위선에 가득 찬 효용의 진정성 앞에서 재용 씨의 온몸을 던지는 진실한 삶의 모습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를 생각한다. 철 지난 영화의 마지막 대사 하나를 적는다.
어느 날 제자가 잠에서 깨어나 슬피 울고 있었다. 스승이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그럼 무슨 꿈을 꾸었느냐?”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그 꿈은 이루어 질수 없기 때문입니다”(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이지상 성공회대 외래교수
이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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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후광복군17위 및 홍범도 장군 참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