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이 매년 시상하는 ‘아름다운 사람을 찾습니다’ 공익시상식이 지난 13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있었다. 공익을 위해 헌신한 수상자 3명을 <시민사회신문>이 만났다. /편집자주

▶ 심산활동가상(활동가 부문) _ 배지원 우토로국제대책회의 사무국장

“자랑스러운 내 딸이에요.”, “우리 며느리가 자랑스럽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2007 아름다운 사람을 찾습니다’ 시상식에서 만난 배지원 우토로국제대책회의 사무국장의 양 옆에 함께한 배 사무국장의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답했다.

아름다운재단

배지원 우토로국제대책회의 사무국장

배 사무국장은 3년 전부터 우토로국제대책회의 소속으로 역사가 외면해온, 슬픈 역사의 땅이라 불리는 우토로 동포들의 곁을 지켜왔다. 이에 ‘공동체를 위해 공익의 가치를 실현하며 자신보다 남을 위해 땀 흘리는 활동가’에게 주는 심산활동가상을 받았다.

먼저 우토로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오는 19일부터 3일간 열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중요해요. 지난 9월 우토로 전체 토지의 절반 정도인 약 1만500평방미터를 5억엔에 매입하기로 계약을 맺었거든요. 10월 말까지 국민성금으로 모은 6천만엔을 보냈습니다. 정부지원금이 확정안 된 상태인데, 3년 전부터 요구했던 30억원이 지난 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결정됐습니다. 예산특위에서 통과만 남았는데 떨리네요.”

정부에서도 그 동안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던 우토로에 배 사무국장은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을까.



“19995년부터 4년 정도 일본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 때 사회적 소수자, 특히 재일동포들의 인권 문제 등을 접하면서 이건 우리의 역사와 민족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의 시민사회와 함께 이 일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죠. ‘지구촌동포연대’에서 활동하며 우토로 주민들의 문제를 처음 접했습니다.”

현재 조선인 65세대 202명이 살고 있는 우토로는 일제 때 비행장을 닦는 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었다. 해방이 됐지만 적당한 보상을 받지도 못한 채 한일협정을 핑계로 일본 정부는 일체의 배상의무를 부인해왔고, 한국 정부도 외교적 이유를 들어 우토로 해결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우토로 주민들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 분들의 손을 잡아주는 단체가 없었어요. 지구촌동포연대 내부에서도 우리 같은 작은 단체가 무슨 힘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머뭇거렸지만 그 분들의 상황이 너무 급박하고 애절했기 때문에 여력이 닿는 한 도와드리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지요.

처음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야겠다고는 기대도 못했어요. 먼저 이런 현실을 사회에 알려야겠다, 이들의 삶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선 안 된다고만 생각했지요.”

처음 우토로를 찾았을 때 우토로 주민들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기대와 희망이 사라진 텅 빈 눈빛으로 배 사무국장을 바라보던 우토로 주민들은 그러나 1년여의 시간동안 줄기차게 우토로와 한국을 오가며 땀 흘리는 배 사무국장을 보며 눈빛이 바뀌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구요. 하지만 그 분들의 60년 한과 고통, 억울함 그리고 일본 정부의 뻔뻔함을 상기하면서 여기서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역사적으로, 민족적으로 또 내가 용서할 수 없었어요. 일본 정부는 민간에게 넘어간 땅이니 민사문제라고 전혀 손을 쓰지 않아요.”

한국과 일본 정부가 그 동안 무시해온 우토로 주민들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은 배 사무국장의 노력 덕분에 국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우토로의 사연이 퍼지면서 남녀노소할 것 없이 다양한 직업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15만 명이나 되는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국민이 움직이니까 정부도 움직이고 있어요. 한국 정부가 움직이니까 일본 정부도 아주 작은 움직임을 보이는 듯 합니다. 선순환의 예로 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내 동포들도 힘을 보태왔다. 재일동포 1세대가 익명으로 4천만엔 정도를 보내왔고 총련에서도 자체적으로 300만엔 이상을 모아서 보냈다.

“우토로는 우리의 역사입니다. 불행했던 과거를 모른척 하지 말고 안고 가야 합니다. 양심과 의지를 가진 국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 보내주셔서 이뤄냈습니다. 65세 동포 분이 내게도 조국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재외동포들은 외로운 섬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토로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해외동포들 문제에도 계속 관심을 가질 생각입니다.” 배 사무국장의 수상소감이다.

상금으로 받은 300만원은 지구촌동포연대 활동비로 낼 생각이라는 배 사무국장은 어디선가 해외동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그 자리에서 그들과 함께 있을 것 같았다.
전상희 기자

전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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