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이 진흙탕 싸움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부패와 무능, 그리고 온갖 비리투성이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 혼미 상태다. 아무리 정당이 정권 창출을 목표로 한다지만 이건 도무지 한국 사회가 집단 이기주의나 정치 최면에 걸린 듯 하다. 심하게 말하면 ‘대선 뇌사상태’다. 정말이지 민의 없는 대선 정국이다. 대권 후보들에게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국민 편익을 도모해야 하는 정치세력들이 이전투구에만 전념하는 꼬락서니에 국민은 분노한다. 왜 이런가.

우선 가장 큰 원인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 등장한 후보들 면면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온갖 구설수에 오른 것 부터 첫 단추는 잘못 꿰어졌다. 벌써부터 BBK 주가조작사건 연루 의혹이 끊임없이 나돌더니 급기야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 씨가 한국으로 송환됐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대선 입후보 등록마저 막을 ‘대서건’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이 후보 자녀들의 위장취업도 큰 파장을 불러왔다. 탈세문제가 거론돼 4천만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도덕성이 안보인다.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주변 문제 봉합하기에 급급해 국가 경영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구심이 든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어떤가. 정동영 후보가 부패 대 반부패 구도로 대선정국을 몰아간다지만 어불성설이다. 얼마 전 민주당과의 당대당 통합 선언을 신당측에서 반발하자 정 후보는 후보직을 걸고 밀어붙였다. 도대체 범여권 후보로 나서겠다는 사람이 정치 노선이나 정당 정체성이 없다. 민주당과의 합당이 그가 말하는 부패 대 반부패 구도인가. 경선과정서 보인 그의 행보도 우습다. 조직 선거와 동원 의혹으로 당국의 압수 수색까지 받는 투명성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정 후보 역시 정책 선거 의지는 없어 보인다.

대부분 정당들이 삼성 이건희 회장과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권 승계를 위한 모든 불법행위, 불법 비자금 조성, 뇌물제공 의혹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는 특검제 도입에 찬성하지만 모두들 이해득실 계산하기에 혈안이다. 특검제 법안부터 상이하다. 정당과 검찰이 제각각 의지를 보이지만 특검제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확률이 높다. 이러한 특검제 논란이 결국은 대선정국에서 정책이 실종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민사회에서 이러한 대선 정책실종에 경고를 하고 있지만 대선후보들은 안하무인이다. 대선시민연대를 비롯 경실련과 환경단체, 그리고 문화, 교육, 여성단체 등이 정책선거를 줄기차게 외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후보마다 말로는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시키겠다고 입버릇처럼 되뇌이지만 갈수록 정책은 없고 정쟁만 난무하고 있다. 대선시민연대가 최근 경부운하 공약, 자율형사립고 100개 신설과 3단계 대학입시 자율화 공약,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소유 분리 원칙 폐지 공약, 유류세 인하 공약 등을 ‘나쁜 공약’으로 폐기할 것을 촉구 했다. 경실련도 후분양제 전면실시와 선분양시 분양원가 공개, 출총제 유지 강화 등 대선 공약에 반영되어야할 정책과제 38개를 발표했다. 대선 후보들은 이같은 정책에 귀기울여야한다. 대통령선거가 이제 한 달 남았다. 그들만의 리그를 수수방관 할 수는 없다. 남은 기간이라도 시민사회가 나서 정책선거를 이끌어야 한다. 역사의 퇴보를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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